2024-05-28 16:04 (화)
김해 '책 읽는 도시' 사례 모범적… 전국으로 확대돼야
김해 '책 읽는 도시' 사례 모범적… 전국으로 확대돼야
  • 이수빈 기자
  • 승인 2023.12.12 2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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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사람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상임이사

공공 도서관 확충·도서 콘텐츠 확대 정책 제안 앞장
독서 부족 사회적 해결 과제… 읽기 즐거움 알게 해야
'기적의 도서관' 아이들 꿈 이룰 수 있는 환경 제공
"함께 읽는 분위기 만들어 사회·관계 자본 형성 필요"
사람이 사람으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회 구현을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상임이사.
사람이 사람으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회 구현을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상임이사.

"올 한 해 책을 몇 권 읽었습니까?"라는 물음에 1권 이상이라고 답하는 사람 수는 얼마나 될까?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연간 독서율은 47.5%에 불과했다. 국민 절반은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의미다. 책은 마음의 양식으로 지식·창의·공감 능력을 배양할 수 있게 해줘 책 읽는 문화가 권장돼 오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사람이 사람으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회 구현을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 안찬수 상임이사로부터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재단 활동, 정부·지자체 변화 이끌어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은 '책 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을 주창하며 지난 2001년 설립됐다. 모든 시민이 평등한 지식 접근의 권리와 기회를 가지는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민도 원하면 책을 읽을 수 있는 사회, 정보 격차와 불평등을 해소해 시민 각자가 자기 삶의 가치를 스스로 창출할 수 있는 사회 이룩을 목표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재단 설립은 문화방송 느낌표 프로그램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를 통해 독서에 대해 대중에 큰 호응을 얻은 것이 발판이 됐다. 국민들이 이때를 계기로 책을 많이 구입하고, 성금이 모여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재단은 전국에 공공도서관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여러 정책 제안을 해오고 있다. 안 이사는 "정보 접근성과 기회 평등화에 가장 필요한 기반 시설인 공공도서관의 전국적 증설과 도서 콘텐츠 예산 확충을 요구하는 등 각종 정책들을 정부에 꾸준히 요청하고 있다. 지자체에도 지역 공공도서관을 짓고, 콘텐츠 예산을 늘리며 운영 효율화를 제안 하고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인구 밀집 지역, 아파트 단지 등에 어린이 공공도서관이 조성되도록 관계기관과 논의를 진행하고, 학교 도서관 활성화, 정보 평등과 책 읽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각종 정책 포럼을 열고 있다. 그는 "독서문화 진흥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청소년 문화읽기 전국대회' 등 가정, 학교, 사회에서의 책읽기와 도서관의 가치를 널리 인식시키기 위한 행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시민이 자발적으로 독서 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이로써 우리 사회가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밑바탕이 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단의 대표적 결과물은 '기적의 도서관'이다. 기적의 도서관은 어린이 전용 도서관으로 지난 2003년 순천, 제천, 진해에 처음 개관해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안 이사는 "아이들을 키워내는 일은 사회의 책임이고 의무다. 사회는 어린이들이 꿈을 꾸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면서 "기적의 도서관은 바로 그런 기회, 환경을 실현하는 발판이 돼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민의 창의'와 '관의 자원'이 결합하는 새로운 민관협력 모델로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재단의 활동이 정부와 지자체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책 읽는 도시'를 선포하는 도시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부 정책도 뒷받침되고 있다. 김해, 군포시 등을 시작으로 책 읽는 도시 사례가 다른 지자체에 본보기가 돼 확산하면서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책 읽는 도시를 선포하면 정부에서 재정 투자를 해서 대한민국 독서대전 행사를 개최한다. 매년 여러도시를 돌아가면서 하는데 내년에는 경북 포항에서 열린다. 30여 개 지자체가 협의회를 만들어 책 읽는 도시가 확산 과정에 있다. 그는 220개 기초자치단체가 도시발전, 도시비전에 정책에 독서 문화가 포함됐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자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민간에서 모든 것을 다할 수 없다. 독서 문화 확산의 계기를 만들고 모형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런 가치를 계속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그는 말했다.

김해 '책 읽는 도시' 모범 사례

안 이사는 김해시와의 인연이 깊다. 그는 김해시가 책 읽는 도시를 선포하게 된 과정을 들려줬다. "2000년대 김해시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성장하며 도시 도시기반시설 확충에 속도를 낼 때다. 가야역사문화를 연구하는 향토연구자였던 김종관 전 김해시장이 도시품격을 높이고자 '책 읽는 도시'를 구상했다. 이와 뜻을 함께한 김해시민 단체가 재단을 찾아왔다"면서 "그들은 도시에 책 읽는 문화를 진작시키고자 한다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자문을 구했다. 이에 '책 읽는 도시'를 위해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약속하고 지난 2007년 김해시와 재단이 협약을 맺었다. 지자체와 비영리단체가 협약을 맺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협약에 따라 양 기관이 협력해 김해시는 책 읽는 도시를 선포했다. 이어 시는 공공 도서관 인프라 조성에 발 빠르게 나섰다. 진영 한빛도서관이 개관했고, 뒤이어 김해 기적의도서관도 문을 열었다. 시민들의 터전 가까이에 있는 작은 도서관 지원도 지속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어 그는 "김해시는 단체장이 바뀌더라도 정치적 이념을 떠나서 책 읽는 도시를 유지하고, 독서 문화 확산 정책을 이어 나가고 있어 의미가 크다. 그리고 시민들이 책 읽는 도시를 알고 있는 것만 해도 큰 수확이라고 본다. 여야와 상관없이 시민들이 책과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김해시가 파트너로서 전국적 모범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어 보람차다고 했다.

그는 한 도시의 도서관 망을 통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개별 도서관에서 벗어나 시 도서관 전체에 어떤 장서가 있는지 검색을 통해 모두 알 수 있도록 통합망을 꾸린다면 이 또한 독서 문화를 진작하는 데 효과가 클 것이다. 김해시가 그 첫발을 내딛었고 이 역시 전국 기초단체에 도입돼야 한다"고 전했다.

진해기적의도서관 개관 20주년 기념행사 모습.  /  진해기적의도서관
진해기적의도서관 개관 20주년 기념행사 모습. / 진해기적의도서관

독서의 즐거움 일깨워줘야

"우리나라는 10대 경제 대국이 됐지만 과연 시민의 삶이 행복한가라는 물음에 갸우뚱하게 된다"고 그는 운을 뗐다.

그는 "'행복의 경제학'에 따르면 물질적 부로 시민의 삶이 윤택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가난을 해결할 정도의 물질적 부, 화폐 자본을 소유하면 되고, 행복을 확실히 채우기 위해서는 사회 자본이 확충돼야 한다. 사회 자본 중 내 이웃을 믿는 신뢰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며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가지는 관계 자본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의미에서 선진국이 되려면 책 읽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현재까지는 발전을 위해 국가·사회·개인이 선진국을 따라 하는 등 끊임없이 외부에서 기반을 가져왔다. 이제는 바깥이 아닌 우리 내부에 질문을 던지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그러자면 시민의 실력, 자질, 창의적 생각이 폭넓고 다양하게 펼쳐져야 한다. 도시 정책으로 시민이 생각, 탐구하고 새로운 걸 쉽게 찾아내고, 발상을 떠올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제는 모든 분야에서 양보다는 질이 우선된다고 언급했다. "도서관 양적 확충도 중요하지만 이제 질적 확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도서관 서비스의 질적 향상도 사회 전체 과제며 이에 대해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정보통신 기술발달에 따른 지식 사회를 맞았지만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독서가 필요하고, 시민 역량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독서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요즘은 핸드폰에 빨려 들어가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웬만한 소식, 정보는 모두 핸드폰으로 해결한다. 여전히 '읽는다, 생각한다'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 사회는 심각한 상황으로 진단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올바른 독서 문화 확산 방법에 대해서 그는 "'혼자 읽는 것'이 아닌 '함께 읽어야' 독서량이 많아진다. 다른 사람의 읽기 경험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쌓는다. 함께 읽기를 위해서는 독서 동아리가 늘어나야 한다. 시민들이 독서 동아리 활동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도서관, 카페 어디서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관계를 채워나가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했다.

그는 "청소년, 학생이 활자에서 이탈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선 읽는다는 걸 일상적 문화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 첫 단추가 북스타트 사업이다"고 설명했다.

북스타트 사업은 독서꾸러미 제공해 부모, 양육자, 이웃들이 신생아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캠페인이다. 어릴 때부터 독서 습관을 가질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다. 안 이사는 우리나라 신생아들이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 또한 정부 정책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의 독서량 부족 현상을 해결할 방안에 대해 물었다. 그는 "독서량 부족 문제는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계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절반은 1년 동안 책 한 권 읽지 않는다고 한다. 문화는 강압적으로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고학력 사회인데 독서 문화가 스며있지 않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독서를 아주 어렵고, 짜증스러운 일로 만들어놨다. 학교 수업은 교과서 중심으로 문제 풀이 위주로 함으로써 독서가 재밌고 즐거운 경험이라는 걸 느낄 기회가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독서의 맛을 공유할 수 있도록 옆사람에게 책을 권해야 한다. 도서관은 시험공부 하는 독서실이 아닌 편안하고 쾌적한 공공문화시설로 자리 잡아야 한다. 독서와 관련된 여러 프로그램도 구성해 책이 시민과 접해져야 한다. 그 접점을 정책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강연회, 작가의 만남, 토크쇼, 사회현안에 대한 토론, 그런 자리들을 자꾸 만들어줘야 한다. 독후감 쓰는 게 다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독서를 생각해 볼 때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또 문제의식, 고민, 생각, 궁금증 등을 책으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양적인 독서율만이 아닌 독서 문화가 널리 퍼져나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시장에서도, 카페에서도, 국회에서도 언제 어느 장소든지 책을 읽는 사람들이 보이고, 이것을 보고 '나도 저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우리 사회가 됐으면 한다"며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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