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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선택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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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매일
  • 승인 2023.12.1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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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전자가 하드웨어라면 후자는 소프트웨어다. 당연히 후자가 중요하다. 해양력은 곧 동맹 전략이다. 동맹 전략을 잘 구사하면 아무리 국제정치가 살벌해도 약소국이 살아남는 데 문제가 없다. 동맹을 잘못하면 강대국도 위태로워진다. 따라서 좋은 전략이란 동맹 전략을 잘하는 것이다. 교만해진 주욱이 못 보는 것이 바로 동맹 전략이다. 대륙 국가라 그런가? 중국의 옛 문화를 사랑하는 내가 안타까워하는 점이다.

과거 조선은 일본에 국권을 침탈당한 불행한 역사가 있었다. 그래서 일본 하면 다들 싫어한다. 따져보자. 일본 사람이라고 종자부터 나쁜가? 과학자 말에 의하면, 일본인과 우리의 DNA는 60~70%가 일치한다고 했다. 세계 인종 중 인종적으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일본인이다. 그러니까 먼 친척뻘이다.

류성룡의 '서애(西涯) 문집'을 보면 '왜놈은 얼레빗, 되놈은 참빗'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것은 임진왜란 때 일본군과 명나라 군대를 빗대서 한 말이다. 즉 왜군이나 명나라 병정들이 우리 백성을 약탈해 가는 것은 다 같은데, 왜군은 얼레빗같이 느슨했는데 반해, 명나라 군사들은 참빗같이 샅샅이 찾아 뺏어갔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민족성 평(評)과는 좀 다른 얘기다.

70년대, 우리가 공업입국(工業立國)을 시작했을 때 기술은 모두가 일본기술이다. 자동차, 철강, 전자 등 우리가 기술을 빼 올 때 그들은 눈감아 줬다. 우리가 힘들 때면 일본에 가서 큰소리치며 돈도 받아 냈다. 그들 아버지 세대가 우리한테 몹쓸 짓을 한 게 두고두고 약점이 됐기 때문이다. 국가 관계란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고 했다. 역사적으로는 섭섭한 일이 한둘이 아니지만, 영원히 등지고 살 수는 없는 게 아니겠나? 내 생각으로는 국제 관계에서 중요한 것이 속된 말로 궁합이다. 싸움이 잦은 부부가 오래 해로하는 것도 궁합이 맞기 때문이다. 그럼 국가 간의 궁합은 무엇일까. 정치체제이다. 이를테면 자유와 독재는 상극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는 궁합이 안 맞는다.

미국이나 일본이 자주 거래의 상대가 되는 것은 궁합이 맞기 때문이다. 개인의 자유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중히 여기는 체제 때문이다.

개인 생활에서도 친구를 구할 때 무엇을 보는가? 정직, 성실, 의리가 아닌가? 그런데 조심할 게 있다. 미묘한 끌림-서양 사람은 이것을 chemistery라 하던가? 인간관계에서 이 '끌림'은 때로는 이성을 뛰어넘는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좋다. 그냥 끌린다. 그게 조심할 대목이다. 자칫 하룻밤 불장난으로 끝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믿음과 꾸준함이다.

관포지교의 고사가 있지 않은가. 관중과 포숙아는 죽마고우였다. 젊어서 둘은 장사를 했는데, 관중이 항상 한몫을 더 가져갔다. 그래도 포숙아는 불만이 없었다. 관중의 가난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중은 싸움터에서 도망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포숙아는 그를 비겁하다고 안 했다. 이처럼 나의 처지를 이해하는 사람, 꾸준한 믿음, 어려울 때 도움의 손을 내미는 친구가 진짜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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