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다문화시대 맞아 사회통합 프로그램 준비해야
급격한 다문화시대 맞아 사회통합 프로그램 준비해야
  • 장영환 기자
  • 승인 2023.12.03 2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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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사람
배경진 창원대학교 다문화진흥원 원장

다문화가구 40만ㆍ거주 외국인 175만명 생활
다양한 이주 정책 변화ㆍ기관 역할 더욱 필요
단순 생산직서 고급 인력 전환 대비 교육 중요
빠른 변화ㆍ사회통합 프로그램 돌아가게 해야
실제적 다문화 변화 속 인식은 못 따라가
지난달 29일 창원대 다문화진흥원에서 만난 배경진 다문화진흥원장이 미소를 띠고 있다.
지난달 29일 창원대 다문화진흥원에서 만난 배경진 다문화진흥원장이 미소를 띠고 있다.

다문화사회, 하나의 사회 속 다양한 인종ㆍ민족ㆍ문화적 배경 등을 지닌 사람들이 사는 사회이다. 현재 한국은 이러한 '다문화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정부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다문화가구(귀화자가 있는 가구 혹은 한국인ㆍ외국인의 혼인으로 이뤄진 가구)는 약 40만 가구, 국내 거주 외국인 인구(한국에서 3개월 이상 거주)는 약 175만 명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다문화 혼인 건수는 1만 7248건으로 국내 전체 혼인 건수 약 19만 2000건의 9.1%에 이르고 있으며, 이러한 인구 구성의 변화는 빠른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의 학교ㆍ일터 등에서는 다문화 배경을 지닌 이주민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다문화진흥원, 다문화센터, 전국다문화도시협의회, 다문화축제 등 다문화사회의 도래를 대비하는 제도와 행사는 민ㆍ관에서 속속 마련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8년 제정된 '다문화가족지원법'은 사회의 변화에 따라가기 위해 끊임없는 개정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사회의 빠른 변화 속에서 우리는 '다문화'를 얼마나 체감하고 있을까?

또한 다문화사회에 어느 정도 준비돼 있을까? 본지는 전국에서 수도권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다문화인구(2021년 기준 6만 7530명)가 있는 경남 다문화사회의 내일을 고민하는 배경진 창원대학교 다문화진흥원장을 만나봤다.

창원대 다문화진흥원이란

지난달 29일 오후 12시. 다문화진흥원을 방문했을 때 통계자료를 이리저리 살피고 있던 배경진 원장은 연구 삼매경이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자리에 앉은 것이 미안했는지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인사했다.

작은 규모의 건물, 소수의 인력으로 수많은 정책 및 연구과제의 수행과 기타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그의 어깨가 무거워보였다.

그에게 다문화진흥원에 대해 묻자 그는 "지역 내 모든 이민자들이 사회통합을 이루도록 지원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지역 다문화정책 거버넌스의 허브 기관으로써 원만한 정책 수립과 실행에 기여하고자 설립된 기관이다"고 말했다.

즉 다문화진흥원은 경남의 지역 특수성을 고려한 다문화 교육(한국인ㆍ이주민 모두 포함), 관련 연구, 정책개발 및 자문, 기타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이곳에서 배 원장은 업무를 총괄하며 불철주야로 일하고 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6월 법무부장관 표창을 받은 바 있다.

한국 사회의 다문화화

비록 다방면에서 다문화와 관련한 정책, 프로그램 등이 준비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제도와 사람들의 인식은 변화하고 있는 사회의 현상을 따라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다문화배경 이주민과 '어떻게 더불어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시급히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언급하는 배 원장은 "한국의 다문화화(化)의 속도는 빠릅니다. 일례를 들어보지요. 현재 충북 음성 주민의 약 15%는 다문화배경 이주민이 구성하고 있습니다. 전남 영암의 다문화배경 이주민 인구는 약 12.5%에 이릅니다. 어느날 인구가 급증한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이 변화에 준비돼 있지 않은 것입니다. '어느날' 다같이 살고 있는 것이지요. 타국의 사례를 보면 이러한 이주민 인구 비중이 높은 다문화사회화는 몇 세대에 걸쳐 천천히 일어납니다. 이 과정에서 관련 제도가 마련되고 사람들의 인식이 따라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문화사회 역사가 짧은 한국은 갑자기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문제를 전면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문화진흥원이 이와 같은 한국사회의 '빠른' 다문화화와 이에 따른 사회의 변화, 영향 등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창원대학교 국제교류원 내에 있는 다문화진흥원.
창원대학교 국제교류원 내에 있는 다문화진흥원.

사회의 변화와 대응

배 원장은 그러고는 기자가 방문했을 때 보고 있던 통계자료를 보여줬다. "최근 이주민 직업군의 다양화가 주목할만한 사회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고 말하는 그의 말처럼 자료에서 이주민 직업군의 다양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다문화 배경 이주민의 직업군은 생산직 노동자 위주였지만, 최근들어 상점 주인, 연구원, 영업직, 일반사무직 등 다양한 직업군이 나타나고 있다. "더욱 주목할만한 사실은 생산직 노동자로 입국한 사람들이 일정 시간 일을 한 후 다른 직업군으로 나아가는 경향입니다. 한국으로 건너온 이주민들 중에서는 기존 거주 국가의 유명 대학 고학력자 출신들이 많습니다. 이 분들이 생산직 노동자로 일하며 생활비용을 번 후 본인의 전공을 살려 다른 직장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이주정책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이전에는 '노동력'을 들여오는 것에 중점을 뒀다면, 최근에는 고급 인력을 키워 한국에 정착시키려는 정책을 취하고 있습니다."

변화된 정책은 다문화기관의 역할 변화를 가져왔다고 한다. "이 점에서 다문화진흥원과 같은 기관의 역할도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주민의 성공적인 한국 정착과 사회통합을 유도하고, 이들을 미래 한국의 고급인력으로 키워내는 것입니다." 한국의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감소, 장기적 국가 경쟁력 약화의 돌파구는 이주정책과 기관의 교육 및 프로그램을 통한 사회통합에 있다는 것이다.

사회통합과 다문화진흥원

정부의 통계에 의하면 한국인의 연령별 다문화사회, 다문화배경 이주민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 결과 현재의 10대와 나머지 연령층(20~)의 다문화에 대한 인식에는 간격이 있다. 10대를 제외한 나머지 연령층에서는 이주민과의 관계 형성, 난민 수용성, 사회다문화화에 대한 인식 등에 있어서 긍정적 답변 비율이 과반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10대의 경우 긍정적 답변 비율이 과반을 넘는다. 이는 두 대상(10대ㆍ나머지 연령층)의 '다문화' 경험 차이에서 비롯한다. 특히 10대의 경우 전체 설문조사 인원 중에서 다문화배경 이주민 친구를 두고 있는 비율은 20%가 넘는다. 90~95%가 다문화배경 이주민 친구가 없다고 말한 다른 연령층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배 원장은 "요즘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다문화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고등교육기관의 다문화교육은 부족한 실정이지요"라고 말한다. 따라서 새로운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다문화수용성'이 높다는 것이다. "흡연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한 세대 전 성인남자의 3분의 2가 흡연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흡연율은 30%가 안 됩니다. 미디어에서 흡연 장면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사람들의 인식도 변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특히 현재 10대들은 흡연을 '나이든 아저씨'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왜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세대가 변할수록 인식은 서서히 변해가고 있습니다. 다문화에 대한 인식도 그러합니다. 앞으로 다문화교육이 증가하고 세대가 지날수록 다문화는 더욱 자연스러운 게 될 것입니다. 사회통합의 면에서 좋은 현상이지요. 아이들은 우리보다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존 세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 배 원장은 "재미있는 것은 현재 아이들보다는 오히려 기존 세대에 대한 '세계시민' 교육이 필요한 점입니다. 따라서 다문화진흥원은 이주민에 대한 교육프로그램 및 행사 외, 기존 거주민 어른들의 인식 변화와 사회통합을 위한 연구ㆍ교육ㆍ소규모 프로그램도 만들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이주민ㆍ기존 거주민이 함께하는 일상형 소규모 축제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이에 관한 수요는 많으나, 공급이 부족한 점입니다. 지금보다 더욱 전문화된 프로그램 보급 및 홍보가 필요한 상황입니다"라고 말한다.

한국의 다문화사회와 다문화진흥원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는 '한민족'이라는 말이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현실로 일어나는 다문화사회라는 사회변화에 따른 거부감 혹은 반발이 없지 않을 수 없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8년 제주 예멘 난민사태다. 당시 한국의 여론은 500명이 넘는 예멘 난민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 압력을 정치권에 겨눴다. 이러한 일이 언제 또 터질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이 변화에 적응할 준비가 돼 있을까? 이에 대해 배 원장은 "이민자에 대한 기존 사회의 '반발'이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나의 일자리를 뺏어간다'와 같은 말은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문화사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우리는 이를 어떻게 잘 받아들이고 사회통합을 이뤄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전 세계 이민청의 정책 사례를 보면 정부는 기존 거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급격한 정책을 취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뿌리 산업을 장려하고,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방향의 정책을 고려하지요"라고 말한다.

"다문화진흥원은 보다 넓은 관점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올해 줄어드는 초등학생 수는 5만에 이릅니다. 100명이 하나의 학교에 있다고 해봅시다. 500개의 초등학교가 사라진 것입니다. 이러한 경향이 지속되면 향후 많은 초등학교 선생님과 교대는 사라집니다. 또 15년이 지나면 전국의 대학생 수는 절반이 될 것입니다. 너무 인구적으로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이는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한편으로 배 원장은 이러한 경향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한국의 대학은 전 세계의 인재가 공부하고 싶은 곳이 됐습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인재가 몰려오고, 우리 사회를 더욱 풍부하게, 더욱 경쟁력 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예전에 한국인들은 미국이나 일본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나라의 대학이 이 나라들의 대학 위상으로 올라선 것입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영어를 놔두고 한국어를 왜 배우나?'라고. 그만큼 전 세계에서 한국어가 가치있는 언어가 된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세계인이 오고 싶어 하는 빠른 변화 속의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다문화진흥원은 이를 위해 오늘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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