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8:57 (토)
'감사하지 말라'는 민주당 창원시의원, 무엇 때문에
'감사하지 말라'는 민주당 창원시의원, 무엇 때문에
  • 박재근 기자
  • 승인 2023.12.03 21: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원시 건설사업 봇물 터지는 특혜 의혹
도민 시민단체는 감사, 수사 요구하는데
민주당 시의원 '감사 중단' 주장 코미디
정쟁화란 감사 중단 '팬덤'으로 비칠 뿐
감사 이후→수사 의뢰는 감사 목적 이행
박재근 대기자
박재근 대기자

'천 리 방죽도 개미구멍 하나 때문에 무너진다 (千里之堤 潰於蟻穴)'는 경구는 미세해서 드러나지 않지만, 방심이 큰 실패를 부른다는 뜻이다. 때론 개미구멍이란 뜻의 '의혈(蟻穴)'로 압축한다. 하지만 의미가 같은 단어는 굴뚝 틈을 가리키는 '돌극(突隙)'이다. '커다란 집채도 굴뚝 틈에서 샌 불꽃에 타버린다 (百尺之室 以突隙之煙焚)'는 글귀에서 나왔다. 이 같은 경구가 아니어도 만사 불여튼튼은 일상의 지침서이다.

장황한 붙임은 경남 창원시 민주당 소속 시의원의 '감사 중단' 회견이 정쟁중단 등 주장의 정당함이 넘친다 해도 '뭔가 켕기는 구석'의 가름 막인 듯해서이다. 민주당 창원시 의원은 △전임시장을 상대로 한 정치적이고 소모적 감사 중단 △잘한 건 이어가면 되고, 잘못한 게 있으면 지금부터 잘해가면 된다, 야당도 협조할 건 하는 분위기로 갔으면 좋겠는데 이건(감사) 아니다. △표적 감사 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직 시장이 성역이냐"는 말이 나도는 등 도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정시식 경남시민주권연합 대표는 "비리 복마전인 진해 웅동지구 개발과 관련, 2001년 당시 허성무 창원시장 등 관련 공무원에 대한 사법기관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라며 "비리는 도려내야 조직에 활력(새살)이 돋는데 의혹을 덮고 가자는 식의 주장은 너무나도 생뚱맞다"는 반응을 보였다. 창원시는 안상수(국민의힘) 전 시장 → 허성무(더불어민주당) 전 시장 재직 때 추진한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 △진해 웅동지구 개발에 따른 특혜 의혹 △해양신도시 △(사회지구) 조수미 예술학교 기증제안 증발 건 등 민간개발 특례사업 공유지 매입 면제 △그 외부지 변경에 따른 아파트 사업승인 건 등의 사업이 부적정 또는 특혜성을 지적한 감사 결과는 경남도민을 놀라자빠지게 했다.

그러잖아도 민선 후, 인허가권을 거머쥔 지방권력자 단체장의 부적정한 행정 행위는 특정한 건설업체와 결탁한 이권 카르텔이 드러나면서 무덤으로 향한 사례가 잦았다.

봇물 터지듯 한 사례는 각종 규제 또는 인·허가권 이관에 따른 순기능 일탈에다 제어기능 실종에 있다. 가령 상급기관(경남도) 승인 사안인 건축물 높이 50층을 49층으로 제한 기초단체가 처리하는 등 경우의 수를 이용하는 경우다. 공모 사업 우선 협상 대상업체 선정을 노려 공공기여를 빌미로 한 사업제안 로비가 그렇고 아파트 신축도 일정 규모 면적이나 세대수가 많을 경우, 규모를 줄이거나 2차례에 걸친 사업 신청으로 기초단체가 가름한다. 여기에는 환경 도시 형질·용도변경 등도 그러하다. 제도적으로 운영되는 각종 전문 위원도 단체장 임명이란 것에서 기대난이란 사실이다.

여기에는 간사 등으로 참여하는 관련 국·과장에 의한 부연설명이 곧 단체장 의중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잦다는 점에서 업체 농간(로비)이 자리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탈 행위는 사법기관 인지 수사도 있지만, 기관 자체감사로 드러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악어와 악어새 마냥, 인허가 등 승인권을 일탈한 권한 행사가 의심되면 감사→사법기관 수사 의뢰는 정당한 행정(법) 절차이다.

이같이 감사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방자치단체 사업 등에는 관성의 법칙이 존재한다. 추진되는 시책, 사업의 반대 여론, 또는 문제가 드러나도 멈추지 않고 추진되는 것을 말한다. 이유 중 회수하기 어려운 매몰 비용에 대한 책임 회피 또는 수혜자나 압력 등 행정저항에 따른 논란을 피하려는 성향에 있다. 그러나 잘못된 사업을 바로잡지 않고 관성에 이끌리면서 예산 낭비와 행정 비효율을 초래하게 되고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 사례의 경우, 업체 이익으로 귀결된다.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도 불야성인 웅동지구 골프장 영영 건이 그렇다. 이 관성을 끊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감사'다. 창원시가 이 길을 가려는데 감사를 두고 특정 정당 시의원들이 감사하지 말라는 등의 주장은 되레 소모적이고 정치감사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것으로 비칠 뿐이다. 잘못을 지적하고 치부를 드러내는 자정 노력을 정치적 논리인 어휘 선택으로 폄훼하려 한다면, 감사 본질 왜곡에 지나지 않는다.

관성의 법칙은 단순하다. 그대로 두면 잘못된 방향이라 해도 멈추지 않는다. 따라서 누군가는 아프고, 고통이 따른다 해도 새로운 힘을 가해야 한다. 잘못된 걸 지적하지 않고 침묵하라는 주장은 어떤 논리로 무장해도 변명에 불과하다. 문제는 호미로 막을 수 있을 때 호미로 막아야 한다. 표적 감사 주장에 앞서 '눈 내린 들판 길 걸어갈 때'란 서산대사(西山大師)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의 정독을 권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