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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김해의 역사문화를 원한다
'살아 있는' 김해의 역사문화를 원한다
  • 장영환 기자
  • 승인 2023.11.30 2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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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환 경제부 기자

김해의 역사문화 콘텐츠 다양화가 필요하다. 김해시의 역사문화정책은 수십 년 동안 가야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김수로왕과 금관가야, 허황후, 구지가 이야기 등. 한때는 재미있었다. 그러나 한때일 뿐이다. 더 없을까? 무궁무진한, 끝없이 있어야 할 역사 콘텐츠를 잘 활용할 방안은 없는 걸까? 물론 이는 비단 김해시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지역의 역사는 문화의 보고다. 여기에는 무한한 창조와 콘텐츠화 역량이 잠재돼 있다. 공부해야 할 것도 많고 즐길 거리도 많다. 이러한 지역사를 잘 활용하기만 하면 도시가 진정한 '역사문화도시'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지역사 콘텐츠는 사실상 딱딱한 내용으로 된 지방지(地方誌), 박물관에 고스란히 보관된 몇몇 유물뿐일 것이다. 역사에 '진짜' 관심이 있는 사람 외 이러한 것들을 즐겨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아름다운 지방사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은 김해시의 몫일 것이다.

고려시대 모(某) 씨의 생활상은 어떠했는가? 조선시대 김해 유림 문화는 어떠했을까, 어떠한 집안이 어떠한 문화를 이루고 있었는가, 이것이 지금 어떻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가? 구한말 김해의 지사(志士)들의 활동은? 그들이 현재의 김해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1970~80년대 김해지역의 생활문화는 어떠했는가? 등 많은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이들의 집을 복원하거나, 그와 관련한 문화도시거리를 만들어 놓을 수도 있다. 비록 사료가 부족하더라도 고민을 통해 사실(史實)을 콘텐츠화할 방법은 많다. 적어도 고대보다는 많은 자료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는 주로 국가의 역사, 왕조의 역사에 한정돼 있다. 이와 관련해 배우는 사실도 특정한 관점 아래에서 선정된 정치사, 경제사, 외교사, 문화사 등 굵직한 요소들을 조금씩 떼어낸 것들이다. 이는 역사공부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배워야 할 것들이지만, 우리의 일상의 영역에서 보면 이보다 중요한 역사적 사실은 많다.

나라의 역사와 왕조의 구조, 유교적 이념 등 모두 알아서 나쁠 것은 없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와 어떠한 큰 관련이 있는 것일까? 특정한 시대에 무슨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도 알아서 나쁠 것은 없다. 그러나 이것이 자신과 어떠한 관련이 있을까? 이러한 특정한 방향으로 의도된 콘텐츠만을 계속 생산하는 것은 과잉생산이라고 본다. 모두에게 있어서 즐거운 역사공부란 자기가 관심을 갖는 분야를 마음껏 발굴하고, 자기와 관련된 역사를 조사하고, 자기의 생활터전과 관련된 역사를 확인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 지역사를 담당하는 시의 도움이 필요하다.

미국의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학생에게 지역의 사건과 인물을 조사하게 하는 과제를 낸다. 학생 자신의 고장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학생들은 고대부터 몇십 년 전에 이르는 다양한 시간대의 사건과 인물을 조사해온다. '즐거운 역사공부'가 되는 것이다.

반면 김해 지역의 초등학생에게 똑같은 과제를 내어준다면 아마도 대개의 경우 가야시대 왕족을 조사해올 것이다. '재미없는 역사공부'가 되는 것이다. 이는 지레짐작일 수 있지만, 적어도 현재 김해의 역사문화 콘텐츠의 현실은 그러한 것 같다.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한정돼 있으니 교육의 영역에서 가르칠 수 있는 것도 한정돼 있다. 앞으로는 '살아 있는', 재미있는, 길을 걸으면 바로 눈에 보이는 그러한 김해의 역사문화 콘텐츠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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