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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다시 한번 날아보자 '부산 갈매기'
2035년, 다시 한번 날아보자 '부산 갈매기'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3.11.2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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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90표 차로 탈락하며 큰 참패를 겪었다. 역전극을 기대했던 부산시는 대한민국이 개최지 투표에서 2차 투표로 이어져 역전극을 노렸으나 결과는 대참패로 나타났다.

17개월 동안 정부, 기업, 지자체가 총력을 다해 나섰던 '2030 부산엑스포 유치전'이 큰 표 차로 참패하며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한국시간 29일 오전 0시께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173차 총회 1차 투표에서 부산은 29표를 얻어 탈락했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는 119표를 획득해 대승을 거뒀다. 이탈리아는 17표를 얻었다. 역전극을 기대하던 부산의 노력은 90표 차이로 물거품이 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실패에 대해 "국민 여러분이 그동안 지원해 주신 것에 대해서 성원에 충분히 응답하지 못해서 대단히 죄송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민관이 BIE 182개 회원국과 외교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을 강조하면서 "우리의 외교적인, 새로운 자산을 얻었다"고 했다.

BIE 1차 투표에서 165개 회원국 중 119표를 얻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엑스포 개최로 국제사회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미리 착수해 온 엑스포 유치 운동과 오일머니를 활용한 외교전략이 성과를 거뒀다. 부산은 리야드의 4분의 1에 그치는 득표로 예상보다 큰 차이로 패배했고, 이는 부산 엑스포를 내년 총선 동력으로 활용하려 했던 대통령실과 여당에 차질을 불러왔다. 취약한 외교력과 교섭력을 노출한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엑스포 유치 실패의 원인에 대한 2030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자문을 맡은 김이태 부산대 교수는 "사우디의 오일머니를 이용한 금전적 투표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우디는 국민의 시선을 엑스포 유치와 동계올림픽 등 여러 가지 메가 이벤트에 돌려 국민의 충성과 지지 확보를 노리기 위한 것"이라며 "패한 원인을 찾아본다면 리야드의 왕권 강화를 통한 국가 이미지 쇄신과 자국 이미지 개선을 위해 경제 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사우디 비전 2030'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 러ㆍ우 전쟁 등 여러 요인, 특히 미중 갈등으로 세계 국제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경제난 심화가 하나의 역할을 했다고도 밝혔다.

부산시는 "부산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국가들을 위한 지속 가능한 개발을 제안했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시했다"며 "금전적인 유혹에는 약하지 않았지만, 부산의 정치적 목표와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부산시는 참패에 대한 대비 전략으로 미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고 국제 협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국제 행사와 합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정부와 기업, 지자체 간의 협업 강화를 통해 외교적 역량을 키우고 다음 국제행사에서의 성공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 실패를 통해 부산은 자체적으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국제적인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향후 국제사회와의 소통 강화와 미래를 대비한 다양한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실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부산엑스포를 위한 여정은 2014년 서병수 당시 부산시장의 엑스포 유치 공식화 선언부터다. 2016년 산업통상부에 유치계획서와 137만 명의 서명서, 대정부 건의문 제출로 유치에 본격 행보를 걸었다. 2019년 문재인 정부가 처음으로 엑스포 유치를 국가사업으로 확정했다. 2021년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형준 부산시장이 BIE에 유치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2020 두바이 엑스포, 2025 오사카 엑스포에 이어 재차 아시아의 도시, 특히 동북아의 도시가 될 가능성이 낮다는 안팎의 인식에 따라 적극적인 외교전을 펼치지는 않았다. 실제로 현재까지 같은 권역에 있는 도시가 잇따라 개최지로 선정된 사례는 1928년 BIE 창립 이래 한 번도 없다.

엑스포 유치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번 유치전을 쌓으면서 외교 네트워크가 자산이 됐다. 유치위와 부산 등은 우리가 유치전에 1년 늦게 뛰어든 만큼 사우디를 역전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유치 실패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2035 엑스포 유치 신청을 결정하게 된다면 발 빠르게 움직이겠다는 취지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투표 결과가 나오자 "우리 부산은 전 세계로부터 뛰어난 역량과 경쟁력, 풍부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며 "이를 바탕으로 정부, 부산시민과 충분히 논의해 2035년 엑스포 유치 도전을 합리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재도전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다시 한번 부산 갈매기의 비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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