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9:29 (토)
신선한 재료에 정성 듬뿍 담아 맛의 향기 전하지요
신선한 재료에 정성 듬뿍 담아 맛의 향기 전하지요
  • 장영환 기자
  • 승인 2023.11.28 21: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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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고향 맛 떠올리는 대청동 건강 자연식 식당 대명사
'돈'보다 '사람'을 생각, 당일 재료·음식, 점심만 운영
김해 외 지역 충성 고객층 재료 들고 가게 찾아와
손님께 한 끼 대접할 때 요리의 즐거움·행복 느껴
임은숙 예향대표가 손님에게 내놓을 음식을 준비하면서 환하게 웃고있다.
임은숙 예향대표가 손님에게 내놓을 음식을 준비하면서 환하게 웃고있다.

바로 이 곳 
예향 - 장유가정식뷔페집
김해시 대청동 번화1로 20번길 39

김해 장유 대청동의 점심시간, 거리는 알찬 점심 한 끼를 찾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그중 몇몇은 흐르는 대청천 옆에 있는 작은 건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한식뷔페 '예향'이 있는 곳이다. 대로 뒤편에 있어 인적이 많지 않은 이곳, 여기저기서 소문을 듣고 모여든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미처 때를 맞추지 못해 가게 밖에서 줄을 서 있는 사람도 많다.

이 동네의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예향의 점심시간은 언제나 붐빈다. 가게의 모습은 아기자기 모던한 분위기의 외관과 전통적 인테리어의 내관이 대비를 이루고 있다. 특히 한국의 옛 토담집을 재현한 내부 인테리어는 방문객에게 편안함과 정겨움을 느끼게 한다. '옛 고향'을 떠오르게 한다. 점심시간은 언제나 만원이다. 예향의 '맛'이 사람들을 이끈다.

다만 비결이 '맛'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맛있는 음식에는 요리사의 '마음'이 담겨 있다. 음식에 담긴 맛과 '마음'을 함께 먹어야 비로소 배부른 식사가 된다. 이 '맛'과 '마음'을 항상 밝은 미소와 정성으로 만드는 사장님이 있다. 김해 대청동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예향. 오늘의 예향을 만든 임은숙 예향 대표를 만나봤다.

- 예향이란?

임 대표는 처음부터 음식과 인연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서울 출생인 그는 경남 남자와 결혼 후 40여 년 동안 줄곧 경남에서 살았던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일찍이 가정을 꾸리며 하나의 바람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선교센터를 건립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쉬운 일이 아니었고, 한동안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빌립보 선교회 목사님을 만났고, 긴 시간 동안 선교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 활동의 과정에서 임 대표는 또 하나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흐르는 하천 앞의 촌집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꿈이었다. 이에 목사님과 동료 교인들은 임 대표의 견해를 지지하고 도움을 줬다. 이 도움으로 '예향'이 설립됐다.

"평소 내가 즐겨 만드는 요리를 소중한 사람들에게 대접하고, 또 여기서 얻은 수익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할 수 있는 곳입니다". 임 대표는 예향을 이와 같이 말한다. 그에게 있어서 예향은 음식점, 꿈이자, 선교의 터전이다.

김해시 번화1로 20번길 흐르는 대청천 옆에 있는 '설렘 가득한 요리하는 집' 예향 전경.
김해시 번화1로 20번길 흐르는 대청천 옆에 있는 '설렘 가득한 요리하는 집' 예향 전경.

- 예향의 운영

예향은 인기가 많은 곳이다. 제때 식사를 못 해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도 많다. 그럼에도 임 대표는 건물을 확장하거나, 사람을 더 고용하지는 않는다. 가게는 점심시간에만 운영한다. 조금 욕심을 내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이득을 낼 수 있음에도 오랫동안 이러한 가게운영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몇몇 손님들은 임 대표의 운영 방식을 '특이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임 대표는 "음식과 재료의 '싱싱함'을 위해서, 그리고 남는 음식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이러한 가게 운영 방식을 고수한다. 손님이 당일 구한 싱싱한 음식 재료를, 당일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싱싱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만약 음식이 조금이라도 남을 경우 그 음식을 이웃에게 모두 준다고 한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다. "'돈'이 보이기 시작하면 무엇이든 힘들어집니다. '사람'이 보여야 합니다. 때문에 너무 힘들게 일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돈을 좇다가 나와 내 주위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것이다.

- 예향의 맛

'맛'이 없는 음식점에는 손님이 모여들지 않는다. 설령 음식에 '맛'이 있더라도 그 맛에만 안주하는 곳은 발전할 수 없다. 요리인은 언제나 사람들을 새로운 '맛'으로 인도해야 한다. 이 점에 있어서 임 대표는 '맛 전도사'이기도 하다. 맛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해 어제와 같은 오늘의 요리도 새로운 맛을 낸다. 가게 문을 열기 전 재료 하나하나를 고르고 정성을 담아 요리한다.

맛을 낸 후에는 본인의 레시피를 끊임없이 다듬는다. 임 대표의 맛을 좋아하는 손님들은 같은 재료의 음식이라도 매번 '새로운' 음식으로 먹는 셈이다. 한편, 예향에는 '스페셜메뉴'가 있다. 특정한 날 점심 장사가 끝난 후 예약한 손님들은 '스페셜메뉴'를 맛볼 수 있다. 임 대표는 한식, 중식, 일식은 물론이고 다양한 퓨전요리까지 대접할 수 있다. 임 대표는 특히 "등뼈 김치찜이 저의 '스페셜메뉴'입니다. 손님들이 아주 좋아하거든요"라고 말한다.

- 예향의 겨울

손님이 붐비는 가게는 그 성공 과정 속에서 이루 말 못할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임 대표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가게를 처음 운영했을 때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지난 2016년 즈음이었지요. 그때는 식당을 처음 운영하니 모르는 것이 많았고, 경영이 서툴렀습니다. 가게 홍보가 전혀 안 돼 있으니 장사도 잘 안됐습니다. 매일매일이 적자였습니다"라고 한다.

가게를 일으키기 위해 고심도 많았다. "장사가 너무 안되니까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사람을 불러모았습니다. 그리고 음식을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그만큼 가게를 알리기 위한 마음이 절실했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고 했던가. 이러한 임 대표의 노력은 머지않아 보상받는다. "음식을 대접받은 사람들이 나중에 음식 재료를 하나둘 가지고 왔습니다. 감자 한 박스, 연근 한 박스 등을 자기 집에서 가져왔습니다. 고맙다고 말하면서요. 이 손님들이 가게 초반 운영에 큰 힘이 됐습니다. 아마도 저의 마음이 사람들에게 전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도 예향을 방문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재료를 기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손님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오전 준비를 마친 예향의 모습.
손님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오전 준비를 마친 예향의 모습.

- 예향의 단골

예향을 방문하는 고객층은 50~60대 중년층이 많다. "신선한 자연식을 찾는 '충성 고객층'이 많다"는 임 대표의 말처럼 단골들은 신선소박하고 담백한 건강식이 생각날 때마다 예향을 찾는다. 저렴한 가격의 옛 집밥 점심의 맛을 다양하게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예향은 안성맞춤인 곳이다. 주된 고객은 대청동 사람들이지만, 그 외 지역의 고객도 방문한다. 김해 밖 이웃도시의 손님들도 예향을 찾는다. 김해를 떠나서도 예향의 맛을 기억하는 것이다. 임 대표는 이러한 '충성 고객층'이 예향을 방문할 때마다 "요리의 즐거움을 느끼고, 가게 운영의 행복함을 느낀다"고 한다. 단골에게 한 그릇 대접했다는 생각에 하루를 잘 끝마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 미래의 예향

대청동 사람 중에서 예향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점심시간 가게는 항상 만원이다. 이처럼 인기만점이 된 가게 예향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임 대표는 "현재와 다름없이 예향을 언제나 '나누는 음식점'으로 운영할 것입니다. 또 다른 바람이 있다면 이곳을 나와 내 소중한 사람들이 노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알았던 친구들을 불러 모아 이 가게를 함께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이들과 함께 예향을 우리들의 '연금같은 일터'로 만들고 싶습니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정성으로 만든 음식을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나누는 것. 저에게 있어 가장 큰 행복입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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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산책 2023-11-29 14:48:39
그날 재료를 그날 소진하면 음식 재사용에 대한 논란도 없어지고, 날마다 새로운 집밥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질 것 같네요. 사장님의 천재적인 식당 경영 노하우에 박수를 보냅니다. 순대국 한 그릇도 만원하는 고물가 시대에 완전 가성비 극강의 맛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