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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선택 ⑮
우리의 선택 ⑮
  • 경남매일
  • 승인 2023.11.27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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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지난 190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중국의 외교 노선은 무리가 없었다. 1995년 WTO에 가입하고, 2001년 IMF의 일원이 됐다. 즉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국제질서를 존중한다는 무언의 실천이다. 세계가 환영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한 후 10년 동안은 두 자릿수의 초고속 성장을 달성했다. 이때 미국이나 일본의 아낌없는 지원은 중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9월,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리먼 쇼크가 일어났다. 세계가 심각한 불황에 빠져 허덕일 때 중국은 즉시 4조 위안(6000억 달러)을 투입,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발 빠르게 불황을 극복했다. 10여 년 계속된 경제호황으로 떼돈을 벌었다. 외환 보유고는 2004년에 5000억 달러, 2008년에는 1조 5000억 달러로 세계 1위의 외환 보유국이 됐다. 호황은 계속될 게 틀림없었다. 보아하니 미국이나 서방세계는 불황에서 빠져나올 기미조차 안 보였다. 미국이 일어서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중국 경제성장률로 보아 2030년이면 미국의 GDP 추월도 가능하다. 이참에 GDP 세계 제일이 돼 패권국이 돼 보자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 미국의 세기는 끝났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때부터 중국의 정책이 변화한다. 즉 공격적인 노선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이 나온 것도 이 무렵이다. 시진핑이 지난 2013년 8월부터 9월 사이 중앙아시아와 동남아를 순방하면서 발표한 전략이다. 스케일과 구상은 훌륭했다. 그런데 목표와 추진 방법이 잘못됐다. 세계 패권국을 목표로 한 것이나, 돈이나 힘으로 약자를 찍어 누르려는 것은 잘못이다.

경제력이 국력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영국과 이탈리아의 GDP는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영국이 2조 8000억 달러, 이탈리아는 2조 1000억 달러,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두 나라의 영향력에는 큰 차이가 난다. 영국이 적어도 10배는 크다. 국력이란 경제력, 군사력 외에도 대국적 풍모를 갖춰야 한다. 즉 도덕성, 문화적 수준, 국제사회에의 기여도 등이다.

지난 2009년 중국은 박물관과 도서관의 창고들을 뒤져 고문서나 지도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들 자료를 근거로 그동안의 국제관행을 뒤집으려는 것이 남중국해의 영유권 주장이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분쟁에 연루된 연안국들은 당연히 분개하고, 하나밖에 없는 선택지-동맹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뿐 아니라 주변국도 자연 긴장하게 된다. 미국 주도하에, 일본은 물론 호주와 인도 등 4개국(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쿼드(Quad) 블록이 형성됐다.

개인 관계에서도 무리한 요구, 일방적 주장은 바로 인간관계를 해친다. 국제관계에서도 전략은 유연해야 한다. 정당하고 사리(事理)에 맞아야 한다. 무리한 전략은 전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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