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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역습 '정감록'된 '정부24' 먹통
디지털 역습 '정감록'된 '정부24' 먹통
  • 경남매일
  • 승인 2023.11.22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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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전국 행정복지센터의 '정부24'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정부24'의 먹통 사태로 서류 발급 업무가 마비되면서 국민은 24시간 답답한 디지털 암흑 정부 시스템에 불편과 고통을 겪어야 했다. 국가행정전산망 마비로 국민들은 주민등록등본을 떼지 못하고 이사를 해 놓고도 확정일자를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며 생활 불편을 겪었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 미국 해외순방에 동행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귀국해 정부 차원의 대책을 강구했으나 복구와 재가동에 4일 이상 소요되면서 정부의 디지털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18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처음으로 '정부 24' 먹통 사태에 처음으로 사과를 했으나 여진은 가라앉고 있다. 디지털 대참사에 대해 정부의 새로운 정보통신 IT 패러다임 정비와 구축이 필요한 때가 됐다.

이번 먹통 사태의 시작은 '새올'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새올'은 전국 지자체 공무원이 사용하는 행정 전산망이다. 일선 민원창구 공무원들이 '새올'에 접속해야 각종 민원서류를 떼 줄 수 있다.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로그인 시스템에 오류가 생기면서 전체 행정 전산망이 마비가 됐다고 하니 참으로 답답하다. 여기에다 행안부는 로그인 시스템 오류를 17일 오전 8시 40분에 알았으나 이 사실을 전국 일선 지자체와 공유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9시 전국 시군의 행정복지센터가 문을 열면서 행정전산망 먹통 문제가 불거졌다. 행안부는 지난 17일 오후 5시 40분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고 볼 수 있다. 오후 5시 40분이면 공무원 업무시간이 끝나는 때이다.

하루 종일 행정전산망이 마비가 돼 국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데 업무시간 마감 때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공공기관의 태도가 아니다. 고장이 날 수도 있지만 솔직하고 투명하게 밝히고 대책을 국민과 함께 강구해 나가는 태도가 국가의 의무 일진데 온종일 나몰라한 것은 참 안타깝다. 행안부는 17일 오후 급한 업무는 민원실에서 직접 접수해 놓고, 전산망을 복구한 뒤 17일 자 기준으로 처리하겠다며 국민 분노를 진화에 나섰다. 행안부는 가족관계증명서ㆍ납세증명서 등의 서류는 다른 정부 사이트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고 알렸다.

우리나라의 디지털정부 역량은 유엔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만큼 우수하다. 그런 위상을 가진 만큼 이번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는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럽다. 디지털정부의 민낯을 드러내는 것 같아 불편하다. IT 강국이라고 자랑하는 나라에서 벌어진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는 뭐라고 할 말을 없게 만든다. '더 빠르고 편하게'를 강조하면서 기본기는 간과하고 있었지 않았냐는 자책이 드는 것은 왜일까? 19일 행안부는 네트워크 장비가 먹통 사태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장애 원인은 더 자세히 살펴봐야겠지만 전문가들은 문제를 키운 원인으로 기본적인 대비가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백업 서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정부 전산망 먹통 사태와 함께 국민에게 일상화되고 한 몸처럼 된 스마트 기기들의 역습에도 대응 매뉴얼 개발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나온다. 이번 행정전산망 먹통으로 주민등록초본을 떼지 못해 가족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거나 은행에서도 주민등록증을 인증하지 못해 온오프라인 은행 업무에도 어려움을 빚는 등 생활 불편을 겪었다. 여기에다 국민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이 고장이 나거나 분실이 된다면 같은 사태가 벌어진다. 이번 기회 과도한 스마트기기 의존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20여 년 전 유럽의 국가에서 전자주민증을 개발했으나 관리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담보가 되지 않아 도입을 늦추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마치 영화처럼 특정인의 겨냥해 개인 신상정보를 삭제하게 되면 그 사람은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이 되면서 신용카드 사용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존재 자체가 없어 투명 인간이 된다는 가설은 이제 현실로도 가능하게 된 시대이다. 그래서 전자투표 도입도 미루고 있기도 하다. 디지털의 역습에 대비하는 인간의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이 자기 손으로 일군 회사인 '오픈 AI'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오픈 AI'는 사람처럼 대화하는 인공지능으로 오픈 AI의 출현으로 세계는 술렁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드라마 작가 노조에서 또 미술가들이 오픈 AI가 만들어 내는 영화대본과 그림으로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알려진 해임 이유는 당초 AI의 위험성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던 올트먼이 과도하게 수익성만 좇아 사업만 확장하려 들어 이사진과 갈등을 빚게 되면서라고 한다. 시사하는 대목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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