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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군 공무원 추태 부끄러움은 군민 몫이다
거창군 공무원 추태 부끄러움은 군민 몫이다
  • 이우진 기자
  • 승인 2023.11.22 2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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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진 지방자치부 부국장
이우진 지방자치부 부국장

지난달 31일 거창한마당축제에서 치안 업무를 지원한 지역 경찰을 격려하는 회식 자리에서 부끄러운 일이 터졌다. 그 회식 자리에서 2명의 공무원이 여경을 강제로 포옹하는 등 부적절한 신체 접촉이 있었고, 막말까지 겹치면서 군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해당 공무원 중 한 명은 "거창군에 전입하려면 군수에게 수영복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맨정신으로는 듣기 거북한 말을 내뱉었다. 즐거운 회식 자리에 마(魔)가 끼어도 단단히 끼었다. 축제 동안 서로 고생했다며 즐거운 기분으로 회식한 자리가 결국 고소전으로 마감을 한 셈이다.

구인모 군수는 지난 2일 성희롱 당사자인 국장으로부터 "오늘 오전에 고소가 들어왔고 회식 당시 말다툼이 있었다"는 보고를 받고 사태의 진위를 파악한 후 즉시 조치을 했다. 직위해제 검토, 부군수 주재 간부공무원 대책회의, 군수 주재 재발방지교육 준비, 대군민 사과담화문 준비를 지시했다.

지난 3일 부군수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어 재발방지 등의 대책을 논의하고, 이어 4일 군수 주재로 부서장, 주무담당계장, 부읍면장 등 80여 명의 관리자급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특별 강연'을 시행하고 해당 간부 공무원 2명에 대해 직위해제 처분이 내려졌다.

구 군수는 특강을 열어 "거창군 공직자로서 행동과 언행에 특히 주의하고 앞으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무원 관련 성범죄 사건이 발생할 경우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하게 묻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 6일에는 군청 출입 기자 간담회를 통해 사건 발생 경위, 대군민 사과, 재발 방지 대책 등에 대해 대군민 사과 담화문을 발표해 사과를 표명했다.

거창군의 성희롱 사건 대처는 발 빨랐다. 당사자가 변명을 널어놓고 무조건 사건을 숨기려 했다면 사건은 더 크게 확산됐을 수도 있다. 군 공무원의 도를 넘은 행위와 부적절한 발언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지역 사회에 본을 보여야 할 공무원이 회식 자리에서 마음을 풀고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군민 앞에 떳떳이 설 수 없는 부끄러움을 자초했다.

정치인이고 공무원이고 자신이 한 발언과 행위로 평가를 받는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불문하고 막말로 자신의 입지를 잃는 경우를 허다하게 볼 수 있다. 거창 공무원의 '수영복 심사' 발언을 들여다보면 여성 비하가 그대로 깔려 있다. 우리 사회는 노인 비하, 청년 비하, 여성 비하 등 설화로 한 번씩 몸살을 앓는다. 이번 거창군에서 표출된 여성 비하 발언을 통해 모든 지역 공무원들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특히 대민 업무를 주로 하는 공무원이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면, 대민 서비스의 질은 물어보나 마나다. 많은 공직자가 이번 수영복 파문으로 덩달아서 욕을 들었다. 당사자는 당연히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하고, 피해자와 군민 앞에 거듭 진솔한 사과를 해야 한다.

거창군 공무원의 이번 추태로 군민들의 곱지 못한 시선을 받게 됐다. 지역 사회에서 열심히 군민을 위해 섬긴 공무원까지 억울한 지경에 놓이게 됐지만, 전화위복의 지혜를 발휘한다면 추태까지 덮을 기회가 될 수 있다. 거창 공무원이 예전보다 더 군민을 섬기려는 반듯한 자세가 더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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