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6:36 (토)
"정부 규제개혁·금융지원 나서 벼랑 끝 중기 살려야"
"정부 규제개혁·금융지원 나서 벼랑 끝 중기 살려야"
  • 이수빈 기자
  • 승인 2023.11.2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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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사람
장영기 의창구경제연구소장

LED 피부미용 제품 출시 후 대기업 진출해 '물거품'
R&D 예산 삭감·판로 지원 부재 등이 중기 발목 잡아
"중기 자체 브랜드 개발해 경쟁력 갖춰서 생존해야"
소외계층 향한 봉사 지속… 기업가 사회적 책임 중요
"기업을 경영하며 겪은 성공과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중소벤처기업가·소상공인의 멘토이자 대변자 역할을 하겠다"고 말하는 장영기 소장.
"기업을 경영하며 겪은 성공과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중소벤처기업가·소상공인의 멘토이자 대변자 역할을 하겠다"고 말하는 장영기 소장.

계절은 어느새 추운 겨울의 출발을 알리고 있지만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이미 혹한의 경영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 지 오래다. 고물가·고금리·경기 불황에 버티지 못하고 파산이나 부도를 맞는 사업장도 속출하고 있다. 이 냉혹한 시기를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도록 온돌 역할을 할 것을 자처한 이가 있다.

장영기(62) 의창구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16일 창원 명곡동에서 연구소를 개소하고, 시작을 알렸다. 장 소장은 "녹록지 않은 대내외 경제 여건 속에서 창원 중소벤처기업인·소상공인들의 심정과 체감하는 어려움을 잘 안다. 이러한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해 저와 의창구경제연구소가 여러분 곁에 함께 하겠다"고 힘차게 밝혔다.

창원 소재 LED 조명 전문기업 (주)비츠로 회장을 맡고 있는 장 소장은 평소 지역 사회·경제를 위한 다양한 공헌 활동을 펼쳐왔다. 장 소장은 의창구경제연구소를 통해 중소벤처기업인·소상공인들의 애로사항을 들어 의견을 수렴하고, 정보를 나누는 좌담 장소로 만들어 공동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장 소장은 지역에서 오랜 기간 기업을 경영해 오며 산전수전 다 겪은 잔뼈 굵은 기업가다. 창원 내서읍 수곡일반산업단지에 있는 (주)비츠로는 작지만 강한 장 소장의 피땀 어린 결과물이다. (주)비츠로는 LED조명을 전문으로 제조하는 업체로 주로 터널용 등기구, 조명타워, 실내외 조명 등을 개발·제조하고 있다.

해외 진출도 해내면서 판매 활로를 개척했다. 중동 오만 현지 법인에 이어 지난 2017년 12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지사를 설립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도 세워 경기 부흥이 일어나고 있는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국가를 중심으로 수출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그는 기업 경영가로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발목을 잡는 각종 문제들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고 제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이를 바꿔나가기 위해서는 혼자보다는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모아야 할 필요성도 느꼈다. 그 움직임의 첫 단추가 바로 의창구경제연구소인 것이다.

장영기(앞줄 오른쪽) 소장이 의창구경제연구소에서 연구소 관계자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장영기(앞줄 오른쪽) 소장이 의창구경제연구소에서 연구소 관계자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장 소장은 현재 중소기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설명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업을 안 하는 사람이 마음은 편하다'이다. 사업을 하다 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걸림돌투성이다. 전국 기업체 열에 아홉 정도는 중소, 영세기업이다. 이들을 위한 정부 정책이나 시책은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아이템 창작을 해서 성공하기 정말 어려운 곳이 우리나라라고 피력하면서 "성공하는 중소기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창작을 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고, 거기서 탄생한 획기적 제품의 판로를 마련해줘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아이템을 또 개발하고, 그렇게 선순환이 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대기업만 가능한 구조다. 정부는 말로만 중소기업, 창업을 지원하고 독려하고 각종 정책을 홍보하지만 성공의 디딤돌이 되는 실효성 있는 정책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특히 지금 가장 큰 이슈는 금리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자영업자들이 고금리에 허덕이고 있다. 어떻게든 자금 융통을 하다 보면 결국 친인척 등을 통하게 되는데 이게 잘못돼 여러 집안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일도 허다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금융정책과 금융기관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금융기관은 우량기업에 대출금리를 우대해 주고, 가뜩이나 여력이 부족한 중소 소상공인에게는 금리를 대폭 올렸다. 경기가 안 좋아서 대출을 받았는데 지금 기준금리가 오른다고 덩달아 두 배, 세 배 높여서 어쩌자는 건가. 회사를 망하라고 하는 것이고, 비 올 때 우산 뺏는 격이다"라며 "정부에서도 정책적으로 중소 소상공인에게는 금리를 반드시 낮춰줘야 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말이다. 특히 새로운 사업, 투자를 하기 위해 나서는 기업에는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해 줘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R&D 예산 삭감과 지역 인재 부족도 꼬집었다. "R&D 예산을 늘려 참신한 아이디어로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길을 닦아줘야 한다. 그래야 청년 일자리도 생긴다.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특히 청년이 창업해 성공하지 못하면 패가망신하는데 이런 부분도 해결하기 위해 청년 창업 지원책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우리 청년들이 자기계발을 해서 좋은 산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세계에 수출해서 나라 경제가 성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국력도 증진된다. 제품이 성공하면 지역 협력 업체도 덩달아 호재며 그로 인한 파급 효과로 혜택을 보는 인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공장이 커지면 인구 유입도 자연적으로 된다. 지금처럼 수도권에 있는 대기업만 성장하면 지역은 피폐해진다. 지역에 있는 사람도 아이디어를 개발해서 성공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구도가 뒤바뀌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장 소장도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서울에 연구소를 만들어 제품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아이디어 창작으로 제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은 인재가 무엇보다 요구된다고 언급했다.

또한 각종 규제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정부가 규제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제품 하나를 내놓을 때도 허가나 등록에 필요한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외국은 규제사항이 간소화돼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불필요한 행정적 규제를 간소화해 비용을 줄이고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했다.

덧붙여 그는 "중소기업이 R&D 예산을 받아서 개발한 제품을 정부 기관이 판매를 보장해 주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며 정부가 국내 및 해외 판로 개척과 지원에 나서줄 것을 주장했다. "R&D 예산을 받아도 기업 자체 투자비가 든다. 홍보비도 매우 많이 드는데 작은 기업일수록 크게 효과를 보기 어렵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판로가 없으면 사실상 무의미하다. 판매가 안 되면 곧 실패고 기업도 생존하지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일화를 소개했다. "LED 목주름 개선 제품을 개발해 임상 실험 마치고, 인증까지 받았었다. 제품을 출시한 다음 언론에 광고도 열심히 했으나 브랜드가 약해서 판매가 잘되지 않았다. 현재 국내에선 판매하지 않고 아마존 등을 통해 유럽과 같은 해외에 판매한다. 그 외에 건강 제품을 기획했으나 생산단계에서 그만뒀다. 판매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라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 시장에 출시하고 판매한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실패담이 더 있느냐는 물음에 "수십억 원의 투자와 연구를 한 끝에 LED 피부미용 제품을 만들었다. 흥행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대기업이 후발주자로 시장에 침투하는 바람에 물거품이 됐다. 뿐만 아니라 생산 중인 전기차 충전시설도 여러 대기업이 이미 진출해 있어 밝지는 않다. 이런 부분을 고려할 때 중소기업만 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을 더 확대하는 법적인 조치도 필요하다 생각한다. 압도적인 자금력, 기술력을 가진 대기업이 다 잠식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품 개발비로 쓴 돈이 100억 원 정도 된다. 사실상 전액 손해 본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투자여력이 없다"고 전했다.

그가 경영 마인드로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브랜드와 미래'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는 요구하는 대로 만들어서 납품만 하면 된다. 즉 창작이 필요 없고, 아이디어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고 미래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그는 역설했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장 소장은 끊임없이 도전에 나섰다. 그는 "기업을 하는 사람은 진취적으로 미래를 보고 계속 대응해 나가야 한다. 멈추지 않고 투자와 개발을 지속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기업은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실질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장영기 소장은 장애인정보화협회 경남부회장을 맡으며 장애인을 돕기 위해 매년 후원금 전달식을 열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행사 모습.
장영기 소장은 장애인정보화협회 경남부회장을 맡으며 장애인을 돕기 위해 매년 후원금 전달식을 열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행사 모습.

장 소장은 사회봉사를 많이 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가로도 정평이 나 있다. 그는 IMF 때 회사가 잘못돼 쓰러지기도 했다. 육체적, 정신적 시련에도 오히려 본인보다 더 힘든 이들을 돕는 데 마음을 썼다. 그는 창원시 장애인협회에서 자문위원, 바르게살기협회에서 회장을 맡으며 사회적 약자를 돕는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봉사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일일이 기억하기도 힘들다. 보호관찰소 출소 학생들 교육, 노인 잔치, 어버이날 행사, 이주여성 혼례식 봉사 등이다. 어느 행사에서 어르신이 '가족보다 더 따뜻하다'고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봉사는 돈이 많고 적고가 중요하지 않다.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 헌신하려는 마음가짐이 최우선이다.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를 위해 꾸준히 힘쓰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장 소장은 "중소기업인으로서 숱한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소상공인의 식구, 대변자가 돼 봉사하고 싶다. 나아가 지역의 사회 안정과 경제 성장을 위해 일 해보려 한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며 마무리했다. 자신을 브랜드화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그의 당찬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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