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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선택 ⑭
우리의 선택 ⑭
  • 경남매일
  • 승인 2023.11.20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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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전 한전·한국중공업 사장
박정기 전 한전·한국중공업 사장

선택할 때는 이것저것 생각하면 일을 그르친다. 어정쩡 양다리를 걸치면 더욱 낭패만 본다. 이웃이라 배려하고, 교역량 따지고, 체면 생각하면 더 큰 것 놓친다.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안보다.

지난 2011년에 발간된 조지 프리드먼(George Friedman)의 '10년 후(The Next Decade)'란 책이 있다. 책 내용대로 세계가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참고는 된다. 프리드먼은 이런 말을 했다.

"향후 10년 중국은 수출의존과 빈곤의 모순으로 큰 위기를 겪는다. 반면 일본이 아시아 최대 파워로 부상한다. 이때 미국은 붕괴하는 중국을 돕고 통일 한국을 동반자로 삼아 일본을 견제할 것이다." 그 양반 말 한 마디 시원하게 잘 했다.

제군! 정신 바짝 차리자! 프리드먼이 용하긴 하지만 말까지 영험한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운영하는 싱크탱크인 '스트랫포(Stratfor)'의 정세보고서 적중률이 80%나 돼 '그림자 CIA', '21세기의 노스트라다무스'라 불리는 프리드먼이다. 시차야 있겠지만, 그 말이 적중한다면 동북아시아에 엄청난 지정학적 지각변동이 일어난다는 얘기다. 이것은 무서운 얘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신난다. 우리도 운만 따라주면 옛 고구려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지난 2010년 아세안(ASEAN) 지역 포럼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토의할 때다. 아세안 제국의 외무장관은 미국이 중개역(仲介役)을 맡는 게 좋다고 의견을 모으자, 외교 담당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양제츠는 이런 발언을 했다. "중국과 귀국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그것은 중국은 대국이란 것, 귀국들은 소국이란 사실이다." 좀 뜻밖의 발언이다. 오만한 태도에 아세안 국가들이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속담에 '간이 배 밖에 나온다'라는 게 있다. 상식 밖의 일, 사람이 상식 밖의 언동을 할 때 쓰는 말이다. 왜 이런 상식 밖의 말을 하는가? 사람이 교만해지면 눈에 보이는 게 없어지기 때문이다.

좀 오래된 얘기지만, 지난 1959년 전국체육대회에서 육사와 서울대의 럭비 경기가 있었다. 서울대는 실례지만 그런 큰 대회에 나올 팀이 못 됐다. 전국대회는 시도 대항이니까 경기도 대표로 출전을 하게 된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육사와 서울대는 그 시합을 비겼다. 말이 안 되는 것이 당시 육사는 춘계선수권 대회로부터 대학리그에 이르기까지 럭비시합이한 시합은 모조리 휩쓸 때다. 3년 동안 국내는 그야말로 상대할 팀이 없을 정도로 막강했다. 반면 서울대는 동아리 수준? 그러니까 동네 취미 운동 수준이었다. 한국 최강, 그것도 잘 한다는 대학팀보다 발군(拔群)의 실력 차이를 가진 육사가 동네 팀과 비긴 것이다. 왜 그런 터무니없는 일이 일어났는가? 육사는 그때 너무 강했다. 게임이 안 된다. 시합했다 하면 상대는 무참히 짓밟힌다. 실력 차가 너무 나서 국내에는 시합 상대가 없었다. 오만해졌다. 오만을 넘어 교만해졌다. 교만을 넘어 간이 배 밖에 나왔다. 그러니 큰 망신을 당할 수밖에 없다.

교만해지면 눈에 무엇이 안 보인다. 보이는 게 없으니 멀쩡히 보면서 일을 그르치고, 실수하고, 잘한다고 더 크게 당한다. 이런 현상은 개인이나 조직, 국가 수준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중국은 바로 전략적 역설에 빠진 듯싶다.

지금 중국이 추구하는 전략은 문제가 있다. '전방위 강경노선'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전랑외교(戰狼外交, 늑대 외교)라고까지 혹평한다.

우리가 사드(THAAD)를 배치했을 때, 중국이 우리한테 한 행패를 우리는 보지 않았는가. 멀쩡한 롯데 상점들을 폐쇄하고, 한국여행을 금지하고, 특히 국민을 부추겨 반한 운동을 한 것은 어른답지 못했다. '내 말 안 들으면 찍어 누른다. 나는 대국이니까. 알겠느냐!' 이게 지금의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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