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5:52 (토)
"국가 일으키기 위해 엘리트가 비전 확고히 제시해야"
"국가 일으키기 위해 엘리트가 비전 확고히 제시해야"
  • 박광수 논설위원
  • 승인 2023.11.16 2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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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 도전과 길
12편- ESG 경영의 원조기업 포항제철

회사 위해 193만 그루 나무 심어
80%진행 공사 문제 발견 후 폭파
주택 포함 모든 재산 사회 기부
박태준 사장이 지난 1970년대 포항제철 직원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고 있는 모습. / 포스코
박태준 사장이 지난 1970년대 포항제철 직원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고 있는 모습. / 포스코

요즘 대한민국 기업계에서 화두로 떠오르는 신경영이 ESG경영이다.

ESG는 영어로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의 앞 글자 하나씩 딴 약자를 의미하며, 기업의 비재무적 평가 기준 세 요소이다. ESG경영은 기업이 기업활동을 하는 것에 있어서 '친환경' '사회적 책임' '거버넌스'이라는 투명한 경영철학을 도입해야 향후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는 기업에만 국한되는 개념은 아니다. 시장과 국가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키워드이기도 한 경영철학이다.

박태준 회장은 포항제철 근무 시 ESG경영의 실시를 임직원들에게 강조했으며, 이를 몸소 실천에 옮긴 사람이다. 그의 실천은 포항제철의 전통으로 이어져 지금도 포스코인들의 마음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친환경'은 포스코의 환경친화적 경영 사례를 들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포스코를 방문할 시 느끼는 점 중 하나는 나무정원이 많다는 점이다. 만약 이곳에 가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한 번 가보면 좋을 것이다. 이곳은 온통 나무들로 가득 차 있다. 이곳에 심어진 나무들의 수는 약 193만 그루에 이른다. 포스코에 나무가 많은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일찍이 프랑스 파리 센강을 방문했던 청암은 그곳에 즐비하게 늘어선 마로니에 나무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언젠가 포스코에도 센강 주위의 모습과 같은 '나무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포항시의 녹지공간은 서울월드컵경기장 공원의 10배라고 한다. 이는 곧 포스코의 '나무와 함께 호흡하는 환경'을 만드는 경영철학이 있기에 이뤄질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박태준 회장은 회사 주변 환경이 자연 친화적이면 임직원들이 심리적 편안함을 느끼고, 피로감을 덜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자연스레 산업 사고율 감소를 가져온다고 생각했다. 포항제철이 막 설립됐을 당시 바닷가 모래사장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주변 환경은 볼품없었다. 이러한 환경을 매일 보는 직원들의 사기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청암은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많은 나무를 심었다.

이번에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예를 들어보자. 지난 1977년 4월 포스코에서는 44만t에 달하는 쇳물이 쏟아지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그 재산 피해는 당시 금액으로 1억 6000만 원에 이르렀다. 당시 해외 출장 중이었던 청암은 사고 보고를 듣자마자 일본 동경으로 가서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했다. 청암의 말을 들은 일본 전문가들은 포항제철의 피해 복구는 4개월 이상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암은 본인의 독창적인 생각을 토대로 불철주야 노력 끝에 34일 만에 기업을 정상으로 되돌렸다.

청암은 이 사고를 계기로 안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절실히 느낀다. 그리고 매년 4월 24일을 '안전의 날'로 정하고 안전유지에 박차를 가한다.

같은 해 8월 발전송풍설비 공사 현장에서 기초 콘크리트 구조물의 시공 불량을 발견하자마자 구조물을 폭파시킨다. 이때는 공사가 이미 80% 이상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청암은 안전을 택했다. '안전'을 사전에 지키는 것이야말로 곧 손실을 줄이는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안전'은 기업이 반드시 준수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라고 판단한 부분도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이 외에도 청암의 '사회적 책임' 경영 사례는 많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청암은 임직원의 자녀교육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지난 1970년 제철장학재단을 설립하고, 1971년 효자제철유치원을 시작으로 포항과 광양에 유치원 4개, 초등학교 5개, 중학교 2개, 고등학교 3개 모두 14개의 교육기관을 세웠다. 또한 최고 기술 학교인 포스텍을 1986년에 설립하고, 아시아 최고의 공과대학으로 만들었다.

또한 직원의 복지를 위한 사원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했다. 1968년 9월 사원주택 공사를 시작하자, 일부 언론사들은 공장도 못 만들면서 주택부터 건축한다고 비난 여론을 조성했지만, 청암은 굴하지 않고 공사를 뚝심으로 강행했다. 대출조건 또한 당시나 지금의 기준으로나 획기적이었다. 20년 상환 무이자 대여금을 회사가 부담하고 은행 융자금도 알선해 줬던 것이다.

이상과 같은 '사회적 책임' 경영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거버넌스' 면을 보자. 주지하듯이 청암은 평생 청빈한 삶을 걸었던 사람이다. 지난 2000년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날 때 거주 중인 자택을 포함한 모든 재산을 사회에 기부했다. 그리고 임종 직전까지 자녀의 집에서 생활했다.

이 뿐만 아니라 그는 단 한 주의 포스코 주식도 보유하지 않았다. 지난 1988년 포항제철 상장 시 임직원 1만여 명에게 총 주식의 10%인 917만 8914주를 배당했지만, 그는 25년 넘게 최고 경영자로 지냈음에도 단 한 주의 주식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아마 포스코 상장 시 그가 주식을 받았다면 그는 한국인 중에서 손에 꼽히는 수준의 거부가 됐을 것이다. 청암은 모든 욕심을 버렸다. 그가 부인인 장옥자 여사에게 준 돈은 월급과 퇴직금을 합해 1억 5000만 원이 전부였다고 알려져 있다. 청암은 "포항제철은 돈으로 셈할 수 없는 나의 영혼이 깃든 회사다. 나는 오직 국가와 민족을 위해 포항제철을 설립했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포항제철의 2대 회장 황경로는 "청암의 경영철학의 근본은 '청렴결백'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청렴결백'이야말로 청암의 ESG 경영철학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찍이 청암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가가 바로 일어서기 위해서는 엘리트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들은 부패하지 않고, 국가 비전을 확고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솔선수범으로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부패는 자기 영혼과 부단한 싸움이다 이를 멀리해야 사회가 바로 선다"고 강조했다.

기획연재-박광수 경남매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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