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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선택 ⑬
우리의 선택 ⑬
  • 경남매일
  • 승인 2023.11.16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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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전 한전·한국중공업 사장
박정기 전 한전·한국중공업 사장

우리 원자력 운용 역사가 평균 20년이다. 가동 중인 원자로는 23기, 발전소마다 사용 후 핵연료는 저장고가 넘칠 정도로 쌓여 있다. 재처리만 하면 연료로 다시 쓸 수 있는 순수 국산 에너지 자원이다. 그러나 문제는 재처리를 미국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은 원자폭탄 약 6000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47t을 보유하고 있다. 또 재처리 능력도 있다. 역대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할 때마다 10년 동안 공을 들여 얻어 낸 선물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금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3~4일 사이에 핵을 보유할 능력을 갖췄다. 다 미국이 눈감아 줬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대 초, 중국이 무섭게 성장할 때 세계는 바짝 긴장했다.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위기감까지 돌았다. 많은 학자가 중국의 패권을 예언했기 때문이다. 그 무렵 브레진스키(Zbigniew Brzezinski)는 '전략적 비전(Strategic Vision)'을 썼다. 그 책에서 그는 한국의 장래 문제를 두고 이런 말을 했다.

미국이 쇠퇴하면 한국은 고통스러운 선택의 기로(岐路)에 설 것이다. 첫째로 한국은 중국의 지역 패권을 받아들이고, 국가 안보를 중국에 의존해서 사는 방안과, 둘째로 역사적 반감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 방안으로 한국은 스스로 힘만으로 생존할 수 있는 수단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어느 방안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택이다. 듣기에도 심히 민망스러운 미래 한국에 대한 전망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행히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중국이 패권국이 된다는 분위기도 사라졌다. 중국의 퇴조를 알리는 여러 징후가 여기저기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에서 선택지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중국이냐, 미국이냐? 양자 중 택일이다. 나는 미국이다. 전략적 선택이다. 중국의 중후한 역사, 제자백가의 심오한 철학과 위대한 학문체계를 나는 사랑한다. 지금의 중국은 아니다. 그런 처신으로 어떻게 중화주의를 내 세우나. 도덕적으로, 실력으로, 어른 노릇을 해야지.

팔십 평생을 살아보니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더라! 일의 성패도 선택에 따라 갈린다. 그토록 선택은 중요했다. 그러나 어려울 것 없다. 항상 긍정하고, 열린 쪽을 택하고, 밝은 쪽에 줄을 서면 실수가 없다. 그리고 무엇이 애국인가를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해양이냐, 대륙이냐? 고민할 것 없다. 바다는 열렸고 대륙은 막혔다. 항상 열린 곳이 길지(吉地)다. 바다는 열려있다. 바닷길은 아무 데나 가면 길이다. 육지는 산도 있고 강도 있다. 당연히 나는 바다다. 내가 전략적 선택을 하는 이유를 다음 문단에서 상술할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봐라. 팍스 로마나, 팍스 브리타니카, 팍스 아메리카나, 모두가 해양 세력이다. 바다는 열렸으니 왕래가 자유롭다. 자원이 없는 우리는 어차피 무역으로 먹고살야아 한다. 왕래가 자유로운 바다로 나가지 않으면 못 먹고 산다. 지난 500년 대륙에 붙어 살아봤지 않은가? 부끄럽다! 종살이밖에 더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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