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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생명… 독자에게 공감주는 책 만들기 위해 최선 다할 것"
"책은 생명… 독자에게 공감주는 책 만들기 위해 최선 다할 것"
  • 이수빈 기자
  • 승인 2023.11.12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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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사람
임창연 창연출판사 대표

저자 인세 10% 지급·소통 바탕 작업… 출판 의뢰 줄이어
표지 디자인·폰트·구성 등 독자 눈높이 맞는 편집 최우선
시, 절실함 있어야 공감 얻어… 시인으로 발전 지속 힘써
"문인 올바른 양심 말하고, 출판사·언론 대중에 전달해야"
"문인으로서 끊임없는 발전을 출판사 대표로서 저자와 독자를 위해 좋은 책을 만들어내고자 한다"고 말하는 임창연 대표.
"문인으로서 끊임없는 발전을 출판사 대표로서 저자와 독자를 위해 좋은 책을 만들어내고자 한다"고 말하는 임창연 대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은 잊혀진 지 오래다. '국민독서실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연간 독서량은 4.5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이책만 따지면 2.7권으로 더 낮아진다. 이는 OECD 국가 평균인 16권과 큰 차이를 보인다. 바닥을 기고 있는 독서량에 따라 도서 수요도 급감했다.

이러한 환경속에서도 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역에서 출판사를 경영하는 임창연 대표(64·시인·문학평론가)를 만났다. 창원시 의창구 중동에 위치한 창연출판사는 내부가 넓지는 않았으나 많은 책들이 공간을 감싸안아 차분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직원은 임 대표, 편집작가 2명뿐이다.

창연출판사는 이달로 10주년을 맞았다. 임 대표는 "마산에서 1인 출판사로 시작했다. 내가 쓴 시집을 직접 출판까지 하기 위해서였다. 첫 시집을 다른 출판사에 맡겼는데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 내가 직접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웃어보였다. "출판사 개업 3년 동안은 직장생활과 병행했다. 그러다 주변에서도 출판을 해달라는 요청이 많아 직장을 그만두고 이 일에만 매달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남다른 마인드로 출판사를 이끌어가며 철저히 저자 중심의 출판을 하고 있다. "우리 출판사는 서점에 판매하기 위해 책을 출판한다. 저자에게 필요한 책 이외로 추가 인쇄를 해 서점에 내놓는다." 시집은 보통 2쇄부터가 출판사의 손익분기점이다. 현재 출판은 주로 저자 자비로 이뤄지는데, 임 대표는 여기에 서점 판매분을 직접 돈을 들여 더 찍어낸다. "기본 500권에 무명 작가는 추가로 100권, 더 팔릴 것으로 예상되면 최대 500권까지 추가로 만든다"고 그는 언급했다.

그는 저자에게 지급하는 인세를 중요시한다. 국내 유명 출판사는 보통 7~8% 비율로 저자에게 인세를 지급한다. 하지만 임 대표는 이보다 높은 10%를 지급하고 있어 파격적이다. 그는 "영세한 출판사들은 책을 내놓아도 서점에 판매하거나, 저자와 계약하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우리 출판사는 무명·유명 작가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계약을 하며 책을 서점에 공급하고, 판매되는 만큼 인세를 지급한다. 예를 들어 1만 원짜리 도서를 팔면 1000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지역출판사 치고는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내년에는 인세 비율도 인상할 계획이다. "서울에 한 출판사가 11% 지급하는 곳이 있더라. 이를 보고 내년부터 12%로 인세 비율을 올리기로 결정했다"며 "출판사는 저자와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수익은 저자와 같이 나눠야 하고, 어떻게 저자한테 더 돌려줄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보다도 독자가 책을 읽는다는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고 그 배경을 전했다.

넓지는 않지만 많은 책들이 공간을 감싸안아 차분하면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출판사 모습.
넓지는 않지만 많은 책들이 공간을 감싸안아 차분하면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출판사 모습.

편집 과정에서도 최대한 저자를 배려한다. "인쇄소에 가기 전까지 편집을 맡긴 저자와 주말도 없이 24시간 소통하며 피드백한다. 그래서 늘 노트북을 끼고 있다. 저자가 수정할 부분을 요청하면 바로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출판사를 들고 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그렇다보니 저자들이 편집자 눈치 안보고 편하게 맡길 수 있어 너무 좋아한다. 다른 출판사들은 3~4번만 수정을 해주는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든지 수십 번도 원하는대로 해주니 한번 작업해 본 저자는 계속 출판 요청을 해온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이에 더해 임 대표는 저자를 위해 전자책 서비스도 해주고 있다. 전자책은 영원히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종이책이 절판되더라도 유통된다는 장점을 가진다며 "전자책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전자책 제작도 필수적이다"고 했다. 전자책이 갖는 단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자책은 출판물로서 인정받기가 어렵고, 보안 문제가 있다. 얼마 전 한 인터넷서점의 데이터가 해킹돼 전자책이 전체 유포되는 사고도 있었다. 이 외에 폰트 저작권 문제로 비용이 추가되거나, 무료 폰트로 재작업을 해야하는 등 전자책 출간에도 많은 애로점이 있다"고 알려줬다.

또한, 보이스북 제작 구상도 밝혔다. "아직은 보이스북 제작 비용이 많이 들지만 향후 AI가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아직은 종이책의 향수가 남아있고 소비도 종이책이 많이 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는 종이책 출판 주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임창연 시집 '사차원 놀이터'
임창연 시집 '사차원 놀이터'

연간 40~50권의 책을 출판하고 있다. 출판량과 판매량, 매출 수익은 완만한 상승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이 덕에 오랜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는 "시집 500권을 간행하면 280만 원 정도 소요된다. 대형출판사는 1천만 원에서 많게는 2000만 원까지 든다. 우리는 많은 부분을 자체적으로 하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책이라는 게 만들어 놓으면 꾸준히 판매가 되고, 특히 저자가 활동을 하면 많이 나간다. 10년 전에 출판한 책도 절판없이 판매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재투자에도 신경쓰고 있다. 오랫동안 어려운 시기였지만 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잘 될거라는 믿음을 갖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책을 잘 만든다는 소문이 나 전국에서 여러 저자가 찾아오고 있어 밝은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책 편집 원칙도 확고하다. "출판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표지 디자인 기획과 제작이다. 표지가 책의 얼굴인데 표지 디자인이 독자 눈에 들지 않으면 선택받지 못한다. 그래서 표지 디자인에 무엇보다 공을 들인다. 책 안팎에 적용된 폰트, 책 안의 글·그림 등의 배치와 구성도 매우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종이 재질도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 종이 재질은 제지 회사에 따라 다른 것은 물론 어느 계절에 만들었는지 어떤 나무로 만들었는지에 따라 미세하게 다르다"고 그는 역설했다. 그러면서 "편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책의 스토리가 달라진다. 독자의 눈높이에 맞는 편집을 최우선으로 한다"면서 "책은 생명과 같다. 정성을 기울인만큼 보답해준다. 언제나 최고의 책을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요즘은 '디카시'가 인기다. 디카시는 사진을 찍고 그 사진에 대한 5행 정도의 시를 쓰는 것으로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됐다. 그는 "디카시는 SNS와 일맥상통한다. 사진과 함께 사진에 대한 설명이나 느낌을 올리는 것이 비슷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도 일종의 텍스트다. 사진과 글이 합쳐질 때 시너지 효과가 발생된다. 주위 모든 것이 디카시 주제가 되고, 쉽기에 누구나 할 수 있다. 시대가 원하는 장르다. 우리 출판사에서도 디카시집 30여 종을 출간했다. 디카시집이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본인도 지난 2014년 첫 디카시집을 출간했다"고 말했다.

임창연 디카시집 '화양연화'
임창연 디카시집 '화양연화'

임 대표는 지난 1998년 무크지 '매혹' 시 등단을 시작으로 시집 '한 외로움 다가와 마음을 흔들면', '사차원 놀이터', 디카시집 '화양연화', 사진묵상집 '사랑은 언제나'를 출간하는 등 시인으로서도 꾸준한 활동을 펴고 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문학 탐독에 빠졌다. 3년동안 공부보다는 도서관에 살면서 거기에 있는 모든 책을 읽었다. 그게 바탕이 돼 다른 사람들보다 독서 속도가 빨라졌고, 맞춤법도 잘 보게 됐다"고 했다. 이어 "중학교를 졸업하고 어려운 집안 형편에 혼자 자취를 하게 됐다. 독서는 외로움을 해소해주는 친구 같았다. 클래식 음악이나 영화도 좋아했다. 영화는 지금도 즐겨 보며 시집 디자인을 하는 데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덧붙였다.

시인도 시집을 내기 위해서는 공부를 많이 해야한다고 그는 말한다. "독자의 수준이 높아지기에 시인은 끊임없이 발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많은 독서량을 유지하고, 매일 한편씩 쓰려고 애쓴다. 요즘은 즉흥적인 시 보다는 다듬는데 더 집중한다"면서 "시는 절실함이 묻어 있어야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고, 시인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임 대표는 마산문인협회 부회장을 맡으며 활동과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마산문협이 경남에서 활동이 가장 많다. 마산이 전국 최초 '시의 도시'를 선포하고, 매년 기념식과 시화전 등 다양한 행사를 열어 문인들의 발표 자리가 마련됨과 함께, 지역 홍보 효과 및 지역 출판사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문인의 역할에 대해서도 피력했다. "작가는 글을 통해 정치·사회 문제에 올바른 양심을 이야기하고, 대중에게 객관적인 공감을 줘야 한다.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출판사와 언론의 역할도 강조했다. "출판사와 언론이 작가의 말과 좋은 작품을 대중이 읽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것이 무정하고 거칠어진 사회를 정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특히 신문은 화제성 읽을거리나 산업성 문화에 빠져 정통 문화 지면이 약화됐다. 예전에는 신문에 소설이 실려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문학을 위한 지면을 확대하고, 좋은 작가·작품을 소개해주는 콘텐츠가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화석류 나무 - 임창연         

사막의 방울뱀은 쥐를 잡기 위해
오랜 시간 움직이지 않고 죽음까지 내놓은 채
사는 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세상은 늘 건조하였지만 
그는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는 매혹적인 문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영감靈感을 놓치지 않으려고
최고라고 불리는 시인들의 바다에서
문장을 낚고 있었다

화석류 나무는 발이 없으므로
꽃을 피워 새와 바람을 불러들였다
조향사는 기억의 흔적들과 실패를 
한 방울씩 모아서  
최고의 향수로 만들어내곤 하였다
그의 오래고 깊숙한 시간의 은둔이 
최고의 향기를 만들고 있었다

시를 읽던 사람들은
처음 맡아본 향기에 놀라곤 했다
문장의 행간에서 향기가 났다

나무로 잘게 쪼개진 종이는 
숨을 멈춘 적이 없었던 것이었다

임창연 사진 묵상집 '사랑은 언제나'
임창연 사진 묵상집 '사랑은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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