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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다스리기
분노 다스리기
  • 경남매일
  • 승인 2023.11.06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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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재 김해시 정책특별보좌관
하성재 김해시 정책특별보좌관

우리는 '분노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사람들이 잔뜩 화가 나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학계에 정식 명칭으로 등록된 'Hwabyung(화병)'이라는 것이 마음에 깊숙이 박혀 있다. 그 분노가 공통의 분모를 만들어 내지 못한 채 철저히 서로를 향해 저주의 화살을 퍼붓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삶에서 나오는 불만, 갈등, 분노를 정부, 국가, 정치인과 동일시되는 사회 탓으로 돌리는 데 익숙하지만, 사실 분노는 내 삶에 사랑이 충분치 않다는 것, 내 삶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하겠다는 것, 내가 나 자신에게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건전한 열의와 희망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 온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정당한 분노'보다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분노나 '자기 이익'과 관련된 분노를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한 결과로 한국 특유의 분노가 넘치는 사회에서 살게 된다.

인문철학자 정지우는 '분노사회'에서 분노를 '아파트에서의 흡연, 층간소음, 공공윤리를 지키지 않는 행위 등에 분노를 느끼는 것, 이처럼 현대인에게 분노는 물리적 폭력에 의한 생명의 위험, 다시 말해 신체에 가해진 반응으로서의 감정이 아니라 어떤 관념에 사로잡혔을 때 일어나는 감정'이며, '분노는 생존의 위협에 대처하는 원초적 방식이기 때문에, 모든 인간이 생존의 위협을 받을 때 방어기제로 자연스럽게 분노를 일으키고, 이것이 더 발전된 형태는 증오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헨리 페얼시는 미국 역시, "우리가 분노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한다. 페얼시는 분노를 복수하겠다는 터무니없는 욕망과 관련된 격렬한 감정의 분출이라고 한다. 즉, 분노를 발하는 사람은 자기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벌을 주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나중에 자기의 분노가 남겨 놓은 잔해들을 보게 되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또한 분노를 자기 스스로 발전시킨다. 분노는, 분을 폭발시킨 사람과 거기 걸려든 사람 모두에게 해를 입히게 된다. 극도로 분개한 순간에 불끈 화를 내는 사람은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고, 이성을 잃게 된다.

통제되지 않은 분노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만든다. 그 분노가 우리를 지배하도록 허용해 버리고 나면, 우리를 격분케 했던 어리석은 자들과 마찬가지로 어리석게 보이고 위험한 행동을 하게 된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분노로 시작하면 치욕으로 끝난다"라고 했다. 그래서 쉬센장의 저서 '하버드 감정수업'에서는 '이것이 화낼 만큼 중요한 일인가?'를 생각하라고 한다. '당신 생의 마지막 날에도 이 일로 화를 낼 것인가?'를 생각하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분노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가?

첫째, 화가 난 원인을 찾으라.

분노와 관련해서 중요한 점은 그것을 억압하거나 함부로 폭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분노의 근원 혹은 원인을 찾는 것이다. 이 말은 우리의 동기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때로 분노는 위협당하고 있다는 느낌과 두려움에서 혹은 과거의 상처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둘째, 자기 자신을 알라.

철학자 세네카는 분노를 없앨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라고 했다. 화가 나는 원인을 알아야 한다. "열 받아 죽겠네"라고 해보았자 소용이 없다. 냉정을 유지하면서 혹시 무시함과 모욕에 대해서 지나친 과민증이 있는지, 과거에 어떤 조롱과 무시를 당한 것이 있는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화가 조금 누그러진다.

셋째, 건설적인 분출 방법을 찾으라.

분노라는 강력한 감정은 에너지를 창출한다. 우리를 자극해서 파괴적인 행동을 하게 만들고, 이 행동은 나중에 바로잡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이 에너지를 건설적으로 다룰 수 있는 방법, 신체적인 활동 등을 모색해야만 한다. 혹은 정당한 분노에서 나온 에너지는 선하고 훌륭한 일들을 이루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과거 음주 운전으로 희생된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그들의 정당한 분노를 통해 '음주 운전 반대 어머니 모임'을 만들어, 음주 운전 금지에 관한 법률제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예도 있다.

끝으로, 분노를 조절하라.

중세시대의 성자 어거스틴은 "아무리 사소한 분노라도 그것을 인정하느니 비록 정의롭고 정당한 분노라 할지라도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낫다. 일단 분노가 한번 들어오면 내쫓기는 무척 어렵다"라고 했다. 아무리 분노가 올바른 동기에서 나왔고 도덕적으로 합당한 것이라 해도 우리는 아주 조심스럽게 분노를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감정이 판단을 지배하는 분노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순간적으로 이성을 마비시키는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도록,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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