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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선택 ⑪
우리의 선택 ⑪
  • 경남매일
  • 승인 2023.11.06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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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전 한전·한국중공업 사장
박정기 전 한전·한국중공업 사장

"한국은 고래로 중국의 속국이란 걸 아느냐?", "중화야말로 세계의 중심이요, 중화민족은 위대한 민족이다." 90년대 우리 동포들이 이들 분노의 청년들한테 듣던 말이다. 이 패거리들은 소위 관수법(灌水法)이란 세뇌 교육을 받았다. 관수법이란 제국주의 침략 자본주의와 일본, 미국에 대한 증오를 머리에 물 붓듯 주입하는 교육이다.

또 있다. 공산당은 소분홍(小紛紅)이란 걸 조직해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90년대에 출생한 신세대로 태어날 때부터 붉은 마음으로 당과 국가에 충성한다는 애국주의 교육을 받았다. 이들은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부터 교육을 받은 분노의 청년과 다르다. 날 때부터 뼛속까지 세뇌된 신세대다. 게다가 고학력이다. 이들은 73%가 대학 이상 졸업자이고, 석사 이상 고학력자는 37%이다. 공산당은 21세기 유식한 홍위병을 만든 셈이다.

청년 애국단체 만든 거? 좋은 일이다. 애국청년을 두고 시비하자는 게 아니다. 문제는 이들에게 역사의식과 함께 마음속에 증오의 씨앗을 심는 데 있다. 이것은 특정 외국에 대한 비이성적이고 극단적이며 폭력적 성향이 있게 한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이들이 공격하는 대상이 주로 한국이란 사실이다. 왜 우리를 주 대상으로 삼을까? 90년대까지만 해도 소위 소국인 우리가 대국보다 잘 살았다. 좌파는 작은 나라건 큰 나라건 배 아픈 게 큰 병이다. 남 잘되는 꼴만 보면 배가 아픈 병. 내가 못사는 것도 잘사는 놈 때문이고, 심지어 나 못난 것조차 네가 잘나서 그렇다고 믿는다.

중국 공산당은 배만 아픈 게 아니다. 겁도 난다. 저놈이 더 크면 옛날 고구려 땅을 욕심낼 게 아닌가 하고. 이놈을 진즉부터 길들여 놓자. 엄두도 못 내게 고구려를 우리 역사에 편입해 버리자. 분노의 청년도 만들고 소분홍도 조직해서 장래를 도모하자.

분노의 청년이 쓴 글 가운데 이런 심한 글도 있다. "세상을 속여 남의 명예를 훔쳐 가는 위선적인 반 토막 나라, 한국문화는 외래에서 들어온 잡탕 문화로 중심은 중국의 유가 문화이고, 후에 일본과 미국의 잡탕이 더해졌다." 우리나라는 천 년 동안 중국과 상대했지만 정체성은 지켰다. 조상의 사대(事大)를 안 좋게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꼭 비난만 할 일은 아니다. 나는 조상들이 현명했다고 생각한다. 정체성을 지킨 것은 대단한 일이다. 사대를 안 했으면 어떻게 됐겠나? 이거 시비하면 끝이 없다.

5000년 나라를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은 조상의 덕이요, 한편 중국의 관용도 한몫했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의 중국은 그 관용이 안 보인다. 21세기 중국인은 왜 이렇게 다른가? 그렇게 자신이 없나? 사람이 눈에 안 보이는가? 교만하다.

중국이 돈을 좀 번 것은 사실이다. 지금은 부자다. 세계 두 번째 경제 대국이다. 오는 2030년이면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게 아닌가? 그렇다고 그런 식으로 이웃을 대하면 되나. 대국답지 않다. 이대로 가면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세계는 또 다른 전화(戰禍)와 비극으로 큰 상처를 입을 것이다.

도광양회(韜光養晦)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 사실은 이 말도 안 좋은 말이다. 음흉하다. 왜 감추고 힘을 키우냐? 무슨 짓을 벌이려고. 감춘다는 것은 음모가 있어서다. 떳떳하지 못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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