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기울고 있는 서너 시경에
동네 반찬가게 앞에 놓인 긴 붙박이
의자에 동네 어르신들이 앉아서
가져온 음식물을 서로 권하고
나누며 정겹게 드시고들 계셨다
반려견도 아우러진 그들 뒤에는
인생의 잔영이 함초롬히 드리워지고
도타운 삶의 맛이 깃들어져 있었다
지나가는 낯선 이에게도 쉬었다 가라면서
푸짐한 마음을 보내주던 한갓진 오후였다
하루의 석양빛 같은 그들이
날마다 덧나던 삶의 무게를
하나씩 내려놓은 삶의 후반기에
느긋이 맞이하는 그들의 일상은
평온과 온유가 배어나 한결 포근했다
시인 약력
- 동아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 부산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학과 졸업
-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졸업
- 현대사회교육원 원장 재임
- 시집 '아름다운 공포', '방문객', '나는 말하지 않으리', '잃어버린 사람을 찾아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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