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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선택 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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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매일
  • 승인 2023.10.3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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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전 한전·한국중공업 사장
박정기 전 한전·한국중공업 사장

3 동아시아의 국제관계 개선

가. 중국의 처신

중국이 이상하다. 어른스럽지 않다. 인의(仁義)를 강조하고 효제(孝悌)를 미덕으로 삼는 대인(大人)의 풍모를 버렸다. 우리보고 문화 도둑이라고 손가락질한다. 손가락질만이 아니라 험담을 마구 늘어놓는다. 우리가 대대로 즐겨 먹는 김치, 한복, 심지어 판소리까지, 자기 고유문화인데 우리가 훔쳐 간 거라고 우긴다. 도대체 무슨 날벼락인가? 우격다짐도 분수가 있어야지. 중국의 시정잡배들이 하는 소리만이 아니다.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동북공정(東北工程)'이라고 아예 하나의 정책으로 정해 버린 데 있다.

이건 중화주의(中華主義)도 아니다. 중화주의도 환영받을 일은 아니다. 그래도 그 정도는 참을 수 있다. 내가 제일이라고 뽐내는 거, 자기가 잘났다고 우쭐대는 거 그냥 봐줄 수 있다. 그러나 이건 사정이 다르다. 남 험담하는 것도 소인배 짓이거늘 도둑의 누명까지 씌우는 그것은 생각해 봐야 할 일이 아닐까? 중국은 무엇 때문에 이런 엉뚱한 일을 벌이는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두렵기 때문이다. 무엇이 두려운가? 분열이다.

중국의 국토가 너무 크다. BC 1000, 주나라 때부터 제후국으로 분할 통치를 했다. 같은 한족이면서 정체성이 조금씩 다르다. 방언이 심해 50년 전만 해도 지역 간에 소통이 어려웠다. 지역마다 특성과 개성이 강해 중앙 권력이 조금만 약화해도 여러 지역으로 분열하는 특성이 있다. 역사적으로도 춘추전국시대가 있었고, 신해혁명(1911) 때도 지방마다 군벌이 할거하는 형편이었다. 지금도 신장지구, 티베트 등 불안한 지역이 여러 곳이다.

간도, 연해주 일대는 우리와 연고가 깊은 고장이다. 특히 압록강, 두만강 부근의 지린성에는 유일하게 모국을 가진 조선족이 많이 살고 있다. 중국으로선 당연히 신경이 쓰일 것이다.

동북공정은 쉽게 말해 역사 왜곡이다. 고구려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려는 공작이다. 중국의 주장은 이렇다. '고구려 민족은 중국의 소수 민족이었다. 고구려는 중국 영토 내에서 건국돼 그 범위가 한사군(한나라가 만든 4개 행정구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고구려가 망한 후 고구려 민족은 한족에 흡수됐다. 따라서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 나라였다.' 한민족의 역사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려면 속지주의와 속인주의를 근거로 따져봐야 한다.

두 학술적 논거에 의해서도 고구려가 절대로 중국 역사가 될 수는 없다. 뻔한 사실을 두고 학술 논거까지 댈 것도 없다. '삼국사기', 조선왕조의 '삼국사절요'에도 천하가 알도록 명기한 사실이거늘, 중국은 과거 기세가 당당할 때도 아무 말 않다가 수백 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웬 소린가. 왜 역사 왜곡까지 하나? 이는 고구려와 고려, 고구려와 한국과의 연원(淵源) 관계를 끊어 놓으려는 속셈이다.

중국 55개 소수민족 중 조선족은 13번째로 130만 명에 이른다. 거기다가 유일하게 모국어(한국어)가 있는 민족이다. 연해주와 간도는 우리 백성이 주인이다시피 해온 땅이다. 간도는 바로 고구려 땅이기도 했다. 대한민국이 커지면서 그 지역 소유권을 주장할까 봐 불안해진 것이다. 그렇다고 역사까지 왜곡해? 치사하다.

십여 년 전에는 더 이상한 일까지 벌였다. 중국 공산당은 철없는 청년들을 부추겨 한국을 음해하고, 중국에 머무는 우리 동포들을 겁박하고 가르치려 들었다. 소위 '분노의 청년(憤怒靑年)'이라는 극단주의 민족주의자들을 양성해 앞잡이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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