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20:34 (토)
귀를 열어놓는 리더십
귀를 열어놓는 리더십
  • 경남매일
  • 승인 2023.10.2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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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재 김해시 정책특별보좌관
하성재 김해시 정책특별보좌관

내담자 중심의 상담학자인 칼 로저스는 "깊이 있게 듣는다는 것은 단어나 생각, 감정, 개인적인 의미, 심지어는 말하는 사람의 의도 밑에 깔려 있는 의미까지 듣는다는 뜻이지요. 때때로 나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메시지 속에서 그 사람의 겉모습 아래 깊이 파묻혀 있는 인간적인 절규를 듣기도 한다"라고 했다. 누군가의 말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발굴하듯이, 탐험하듯이, 채집하듯이 사람의 감정과 메시지를 찾아내려는 집중력과 노력과 세밀한 기술이 필요하다.

이처럼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일상생활 속에서 늘 경험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듣는 것에 실패한다. 잘 듣지 못함으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들이 참 많다. 그래서 이하에서는 제대로 듣는 것에 대한 생각을 나누어보자.

1단계 귀로 듣기

타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먼저 귀를 열어야 한다. 귀를 막고 상대방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다. 그런데 귀를 여는 것은 듣는 일에 있어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단지 귀를 열고 있다고 해서 타인의 말을 진심으로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귀가 열려 있다는 것은 단순히 음성으로 나오는 말이 귀로 전달되는 것뿐이지, 타인의 말하는 내용이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잘 듣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듣는 이의 머릿속이 '백지상태'여야 한다. 그런데 대개 말을 듣는 사람들의 머릿속은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 차 있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듣고 있는 것 같지만 머릿속은 전혀 딴생각에 빠져 있는 경우가 있다. 잡념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으면 당연히 타인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잡념 외에, '그건 옳아' '그건 틀려'라며 타인의 이야기를 자신의 고정관념으로 판단하거나 '저 사람이 말하고 싶은 건 분명 이러이러한 것일 거야'라는 선입견을 갖고 들으면 역시 음성만을 듣게 된다.

이런 잡념, 고정관념, 선입견은 모두 잡음이 돼 타인의 말이 우리의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을 방해한다. 따라서 타인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듣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머릿속에서 그런 잡동사니를 몰아내야만 한다.

2단계 입으로 듣기

타인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단지 수동적으로 듣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반응을 보이면서 적극적으로 들어야 한다.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때 귀뿐만 아니라 입을 사용하게 되면 '나는 당신의 말을 신중하게 듣고 있다'는 표현을 전하게 된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해 이야기를 듣고 있는가?'라는 것이다. 겉으로는 귀뿐만 아니라 입도 열어서 상대방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하더라도 그 질문이 상대방의 이야기와는 전혀 관계없는 것이라면 상대방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질문을 던지며 상대방의 이야기를 입으로 듣기 위해서는, 타인의 음성이 아닌,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타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의식의 화살을 타인에게 돌리는 게 중요하다.

3단계 마음으로 듣기

타인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자신의 귀와 입 외에 마음을 동원해야 한다. 정말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타인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쉽게 말하면 이것은 '상대방을 위해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다시 바꾸어 말하면 '상대방이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을 듣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듣는 이가 자신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말하는 이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말하는 이의 사고방식이나 사물을 보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이렇게 진정으로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단계에 이를 수 있을까? 신체 특정 부위의 근육을 키우고자 마음을 먹으면 반복적으로 그 근육을 사용하는 운동을 되풀이해야 한다. 그저 단련하고자 하는 생각에만 그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근육은 절대 생기지 않는다. 마찬가지이다. 3단계의 경청 방법을 알았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훈련이 필요하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격언이 리더들에게 좋은 지침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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