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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 이야기
꽁치 이야기
  • 경남매일
  • 승인 2023.10.1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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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우리나라에서 꽁치는 꽤나 비중 있는 생선이다. 횟집이나 일식집에서 밑반찬으로 꽁치구이가 나오기도 하지만, 훨씬 많은 꽁치가 겨울 별미 '과메기'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찬 바람이 부는 11월부터 과메기의 계절이 시작된다.

과메기는 청어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렸다는 '관목(貫目)'에서 유래한다. 조상들이 과메기를 만들 때 청어의 눈을 꿰서 부엌의 살창이나 처마 밑에 매달아 두었기 때문이다. 관목의 '목'이 포항 지방의 방언으로 '메기'라고 발음되어 '관목'이 '관메기'로 변하였고, 다시 'ㄴ'이 탈락되어 과메기로 굳어졌다고 한다.

과메기는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경북 지역에서 청어를 사용해서 만들었는데 청어 어획량이 줄어듦에 따라 1960년대부터 점점 꽁치로 대체됐다. 업계에서는 현재 꽁치 과메기가 과메기 시장 점유율의 90% 이상이라고 추정한다. 반세기 동안 우리가 맛본 과메기는 원조 '청어 과메기'가 아니라 대체재인 '꽁치 과메기'였다. 미식가들의 말을 빌리면 청어 과메기는 비린 맛과 감칠맛이 강하고, 꽁치 과메기는 담백하고 부드럽다고 한다.

북태평양의 꽁치 어장은 크게 2곳이다. 후쿠시마와 홋카이도 동쪽의 '산리쿠 어장', 러시아 남쿠릴열도 동쪽의 '남쿠릴 어장'이 그곳이다. 두 어장에서 대만 어선이 꽁치를 가장 많이 잡고 다음으로 중국, 일본, 한국 어선 순이다. 꽁치 과메기 사서 원산지를 확인해 보면 대만산인 경우가 많은 이유다. 똑같은 곳에서 중국배가 잡으면 중국산 꽁치가 된다. 중국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취했지만 일본 북동쪽 바다에서 자국의 배가 조업하는 것은 묵인하고 있다.

그렇게 많이 잡히던 꽁치가 최근에는 귀한 몸이 됐다. 지난 2020년 7월 15일,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한 도매시장에서 진행된 꽁치 경매에서 꽁치 1㎏이 4만 1040엔(당시환율 45만 8712원)에 낙찰됐다. 꽁치가 한우(등심)보다 2배나 비싸고 광어, 조기보다 10배 이상 비싼 생선이 되었는데, 지구 온난화와 관련이 있다.

지난해 봄, 미국 뉴져지 주립대학인 럿거스 대학(Rutgers Univ.)의 연구진은 "해수 온도 상승으로 향후 200년에 걸쳐 잡을 수 있는 어종 수가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눈에 띄는 연구결과는 작은 물고기들은 수온이 상승할수록 북극이나 남극에 가까운, 즉 해수 온도가 낮은 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내용이다. 말린 핀스키(Malin L. Pinsky) 박사는 "오늘 잡을 수 있는 어종을 내일도 잡을 수는 있겠지만, 그 양은 오늘보다 적을 것"이라고 말한다.

상황의 심각성 때문에 올해 3월 하순, 북태평양수산위원회(NPFC)는 일본 북해도 삿포로에서 사흘간 연차 회의를 열고 꽁치 어획량 상한선을 지난해 33만 3750t보다 25% 적은 25만t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NPFC에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러시아, 바누아투 등 태평양 일대 주요 9개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우리가 올해 먹은 꽁치 과메기를 내년에는 구하기 어렵고, 후년에는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번 겨울에는 꽁치 과메기를 많이 먹어두자. 머지않아 사라질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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