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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문협 전자책과 윤석열 정부의 K-컬처
구로문협 전자책과 윤석열 정부의 K-컬처
  • 신정윤 기자
  • 승인 2023.10.17 2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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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윤 사회부장
신정윤 사회부장

한국문인협회는 매월 문집을 발간한다. 지난 1968년 11월 창간호를 낸 역사와 전통의 '월간문학'이 있고 계간지 '한국문학인'도 펴내고 있다. 경남 지역에는 문인협회 산하의 경남문협과 각 지자체별로 문협이 활동한다.

전통적 종이매체의 영향력은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존속할 것이라는 예측과 종이는 사라질 것이라는 예단이 상존하는데 권위 있는 문예지들은 온라인 서비스도 강화하면서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이를테면 계간지 '창작과비평'은 전자구독 서비스를 정가 10만 800원에 제공하고 있다.

중앙문단과 문예지들과는 상황이 다르지만 지역의 문인들도 문집을 전자책으로 발간하면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4년, 2015년 한국문인협회 구로문협에서 전자책으로 구로문학을 발간했다. 단행본 2권을 발간한 뒤 끊어졌는데 지금도 휴대폰 구글플레이스토어 플레이북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문집 발행은 2015년을 끝으로 명맥이 끊어졌다. 지역 문인들에 의해 시도된 최초이자 마지막 전자책 발행이 됐다.

경남 지역의 문협들도 E-book 전자책 형식으로 문집을 발간한다면 독자층을 넓히는데도 기여하며 지역의 새로운 문청을 창출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내려 받아 문학작품을 즐길 수 있다면 문학은 더 쉽게 저변이 확대될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지역 문화 분권을 외치며 지역문화진흥법이 올해 시행 10년째를 맞았는데 지역문화기금을 조성한 지자체는 전국 33곳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마저도 수도권과 부산에 편중돼 있다.

그렇다면 지역 문인들의 전자책 문집 발간이 안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정부 예산안을 살펴보면 그 까닭을 알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발표한 문화예술 분야 예산안을 살펴보면 전체 2조 2704억 원 편성액 중 지역이라는 항목으로 편성된 신규 예산은 전국 창작·제작 유통 지원 490억 원, 대한민국 문화도시 앵커사업 26억 원, 구석구석 문화배달 61억 원이 전부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소액으로 다수의 기관에서 집행하던 지역 관련 사업을 통합하고 지역대표예술단체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지역의 시각에서 구체적으로 지역 문화 분권을 진지하게 고민했는지 의심스러운 예산 편성이라고 볼 수 있다. 문체부의 목표가 'K-컬처가 이끄는 자유와 연대'인데 문화예술에까지 자유라는 이념적 잣대가 들어가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

한국의 지역 문화 불균형은 심각한 수준이다. 문화예술 소비가 90% 이상 서울과 수도권에서 이뤄지고 출판, 문화 산업 전반의 기업들도 수도권에 쏠려 있다. 지난해 1만 5468건의 공연 전시회 중 절반은 수도권에서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역문화의 진정한 부흥을 위해서라면 문화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지역문화라를 둬야 한다. 서울 수도권을 제외한 우리 국민 절반은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지방에 거주한다. 진정한 지방시대라면 지방문인이 펴낸 지방문집을 휴대폰으로 내려받아 전자책으로 보는 것쯤은 가능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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