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언니는 예쁘고도 고왔다
파란 바탕에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허리띠를 리본 모양으로 매고서
나들이할 땐 비길 데 없는 뒤태였다
그렇지만 언니의 앞모습은
코가 납작하니 비뚤어진 채 붙어있고
얼굴엔 알금삼삼한 마마자국이 있어서인지
사람들 간에는 이를 비꼬듯 미녀언니로 통했다
그 얼굴에다 성깔 또한 만만치 않다고
공동우물가에서 수군대는 소리도 들었지만
눈이 먼 백국에게도 정을 담뿍 주던
참으로 따뜻하고 다정한 언니였다
언니 모르게 어른들이 개장수에게 백구를
눈물 쏟으며 발버둥 치던 백구를 팔아넘긴 날
언니는 얼마나 울고불고 했던지
몇날 며칠이고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집세가 밀려 부모님이 집주인에게 쓴 소리 들을 때
언니는 집주인을 찾아가 더러는 양해를 구해냈지만
결국 세간이 강제로 실려 나가던 그날 이후로는
언니도 그 집 소식도 그믐밤처럼 캄캄했다
시인 약력
- 동아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 부산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학과 졸업
-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졸업
- 현대사회교육원 원장 재임
- 시집 '아름다운 공포', '방문객', '나는 말하지 않으리', '잃어버린 사람을 찾아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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