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22:09 (토)
김씨네 과일? 발상의 전환
김씨네 과일? 발상의 전환
  • 경남매일
  • 승인 2023.10.16 21: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성재 김해시 정책특별보좌관
하성재 김해시 정책특별보좌관

딸 아이들이 대화를 하는데 '김씨네 과일'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아빠가 좋아하는 사과 좀 사다줘라" 아이들과 아내가 나를 보면서 "김씨네 과일은 티셔츠 파는 가게예요!"라고 한다. '뭔 옷가게 이름이 김씨네 과일이야. 정체성이 없네….' 그러고는 폭풍검색을 한다. 게다가 지난 7월에 그 브랜드의 탄생부터 비하인드스토리까지 책으로 출판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김도영 대표가 쓴 '김씨네 과일-줄 서서 사는 과일 티셔츠의 탄생'에서 받은 몇 가지 영감들을 나누어 본다.

창업자 김도영 대표는 김씨네 과일을 창업하는데 첫 플리마켓에서 백화점 팝업 스토어까지 84일 만에 해냈다. 취업에서 실패하고 '그럼 차라리 내가 좋아하는 일 하지 뭐.' 하는 결심으로 가족의 도움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기계를 구매했다. 그리고 '채소를 할까, 과일을 할까' 고민하다가 과일이 더 사랑스러울 것아서 콘셉트를 정했다고 한다. 디지털 세상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먹지 못하는 과일(Kim's Digital Fruits)'로, 과일 이름 뒤에 'png'라는 파일명을 그대로 그래픽에 옮겼다. 그리고 플리마켓이니까 '재밌게 팔고 싶은데. 좋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과일은 보통 바구니에 넣어서 파니까 바구니에 담아서' 팔았고, 담아갈 봉투도 검은 비닐봉지로 준비했다.

첫째, 익숙한 것을 새롭게 해석하라.

"김씨네 과일은 하나의 콘셉트이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놓은 집약체이기도 하다. 시장을 좋아하고 시장 어른들의 소통 방식을 좋아했기 때문에 내 나름의 이해를 바탕으로 시장, 과일 가게, 어르신들의 소통 방식을 재해석한 것이다." 김도영 대표는 콘셉트를 채우기보단 항상 덜어내려고 노력한다. 흉내인지 재해석인지 항상 고민한다. 완전히 새로운 건 사람들이 공감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신선함을 줄 순 있겠지만 구매를 해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 상품을 만들든, 작품을 만들든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싶다면 새로운 것을 전달하려 하기보다는 익숙한 것을 새롭게 전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공감을 할 수 있다는 건 자기 걸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자기 걸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구매가 이루어진다.

둘째,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라.

김도영 대표는 물건을 만들 때도, 행사를 기획할 때도 논리적으로 필요한 것들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려고 노력한다. 좋은 스토리는 또 다른 스토리가 된다. 김씨네 과일을 하면서 느꼈던 큰 기쁨 중 하나는 우리의 이야기가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았을 때라고 한다. '우린 사람들에게 우리만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그 이야기를 좋아해 준 사람들이 우리 이야기를 가져가서 자신들만의 이야기로 만들어 내는 모습을 많이 봤다.' 공감의 힘이 얼마나 큰지, 상품을 비롯한 모든 일에 있어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중요한지 떠올리게 됐다. 김씨네 과일처엄 특별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보다는 평범한 이야기를 특별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평범함이 가진 특별한 힘을 믿는다. 특별한 일을 하는 평범한 사람이고 싶다.

끝으로, 진심을 채워라.

김도영 대표는 스스로 "나는 사업 능력이 부족하다. 창작자로서의 나는 그나마 낫지만 사업가로서의 능력은 훨씬 부족하다"고 말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들의 마음을 미리 읽지도 못하고 필요에 의한 상품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지 못한다. 다만 가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사람들이 같이 좋아해 줄 때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는 트렌드를 미리 읽고 거기에 맞는 상품을 만들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상품으로 만드는 데에 집중한다. 요즘 소비자들은 눈치가 정말 빨라서, 의도가 확실하게 보이는 일에는 금방 눈길을 돌려버린다. 그래서 도저히 사람들을 내 의도대로 움직일 자신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진심으로 승부를 보려 한다.

포스트모던사회는 논리만큼이나 진심이 통하는 시대이다. 본질이 있다면 어설퍼도 사람들이 알아주는 시대, 진심을 볼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투박한 김씨네 과일이 누군가의 생계 수단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진심을 볼 줄 알고 부족함을 예뻐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서일 것이다.

"모자란 만큼 사랑으로 채워줘서 감사합니다. 땀으로 노력하겠습니다." 김도영 대표가 대중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행복'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소비자의 추억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으로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되고 싶은 간절함이 있다. 우리 모두 살아가면서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을 현실에서 경험하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