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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선택 ⑧
우리의 선택 ⑧
  • 경남매일
  • 승인 2023.10.16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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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전 한전·한국중공업 사장
박정기 전 한전·한국중공업 사장

생각해 보면 미국과는 인연이 많은 나라다. 100년 전, 일본이 조선을 합방하려고 할 때 미국은 눈감아 줬다. 소위 태프트-가쓰라 밀약이다. 그때 미국이 고개를 흔들었으면 일본은 절대 조선을 못 먹었다. 씁쓸하다. 그러나 국제정치란 다 그런 것이다. 나라를 보전하려면 그런 국제적 올가미에 안 걸리도록 국력을 키워야 한다.

무슨 인연인지 우리 해방은 미국 덕을 톡톡히 봤다. 해방 후 어려울 때 식량도 대주고 경제원조도 많이 했다. 전쟁이 끝나서는 병력을 주둔시켜 우리를 지켜줬다. 덕분에 우리는 경제를 일으켜 남을 돕는 형편까지 됐다. 단군 이래 처음으로 사람답게 살고 있다. 미국이 우릴 형제같이 돌봐주는 것은 저 자신도 득이 되고 속셈이 있어 그러는 거 다 안다. 그러니 고맙다.

나는 업무상 미국은 한 해 한 번은 간다. 빠짐없이 한국전쟁 기념공원에서 미국 전몰 군인을 참배한다. 내 작은 성의라도 보이고 싶어서다.

올해부터 한국전쟁에서 전몰한 군인들 전원의 이름을 벽에 새긴다고 한다. 특기할 일은 전쟁 때 미군과 같이 싸운 한국의 카투사 전몰자 이름도 새긴다. 전우를 잊지 않는 것은 미국의 전통이다.

전쟁 공원 중앙 분수대 앞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져 있다.

Our nation honors her sons and daughters. who answered the call to defend a country. they never knew and a people they never met. FREEDOM IS NOT FREE.

그들이 전혀 알지 못했던 나라,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부름에 응했던 우리의 아들과 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자유는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은 전쟁으로 전 국토가 파괴됐다. 그때 우리는 정말 비참했다. 먹고 입을 것이 없었다. 창피한 얘기지만 거지가 따로 없었다. 그때 도움을 준 나라가 미국이다. 유엔 한국제건단(UNKRA: UN Korean Reconstruction Agency)이다. UN의 이름을 빌린 것은 공산주의와의 경쟁이라 명분과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였다.

지난 1955년부터 60년 사이에 원조기구는 대외활동본부원조(FOA), 국제협조처원조(ICA)로 바뀌면서 약 15억 달러 이상의 원조를 받았다. 대개 2/5는 경제원조였고 3/5은 군사원조였다. 이때 군원 규모는 우리 국방비의 77%를 차치했다.

이때의 군사원조로 한국군은 비로소 군대다운 군대로 거듭나게 된다. 제1, 2군 사령부와 군수기지사령부·군관구 사령부 등이 이때 창설됐다. 10개 예비사단도 연이어 창설됐다. 지난 1954년의 일이다. 사실 한국군이 현대전에 적응할 수 있는 군대로 육성된 것은 월남 파병 이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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