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02:54 (일)
생각다가 - 문인선
생각다가 - 문인선
  • 경남매일
  • 승인 2023.10.15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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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방학 때 무슨 짬으로 여행길에 올라서
간 곳이 우연이었다  
샤넬의 고장에 가서
샤넬의 가게에서 여행객들이 선 줄에 나도 서 있었다
싸게 살 수 있다고 
행운처럼 떠드는 소리에 은근히 마음을 빼앗기며
380만 원짜리 가방을 사서
380원을 넣어도
380만 원으로 부풀어진다면
날마다 돈을 넣고 다녀도 좋아
남의 나라까지 와서
줄을 서는 가치가 충분해

생각다가

"내는야 명품 가방 한 번만 들어봐도 
소원이 없겠다야"
하던 친구 한 번 빌려주고

또 생각다가
아니 
그 가방을 들면 
내가 명품이 된다면

또 생각다가
3.8분도 못 서 있고 돌아오는데

3만 8천 원짜리 국산 가방이 내 손에 매달려
생글생글 웃으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따라오고 있었다

 

 

시인 약력

- 시인·시낭송가
- 문학평론가
- 경성대 시창작아카데미 교수
- 교육청연수원 강사
- 전 평화방송목요시 담당
- 한국문협중앙위원
- 시집 '천리향' '애인이 생겼다' 외
 다수·동인지 다수

진정한 명품이란 값비싸고 유명한 것이 아니라 꼭 
내게 필요해서 내가 아끼고 잘 쓰는 것이면 그것이 더 
좋은 명품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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