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20:02 (토)
무대에서 던진 질문 '신·인간·욕망'을 사유하다
무대에서 던진 질문 '신·인간·욕망'을 사유하다
  • 박경아 기자
  • 승인 2023.10.15 2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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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서부문화센터서 연극 '에쿠우스' 선보여
말 여섯 마리의 눈을 찌른 소년과 의사 대화
마구간·감옥 등 공간 다양성을 조명·음향 구현
"김해에서 대작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어 기뻐"
김해 서부문화센터 하늬홀에서 공연한 '에쿠우스' 커튼콜 장면.
김해 서부문화센터 하늬홀에서 공연한 '에쿠우스' 커튼콜 장면.

인간 본질적 사유의 무게를, 연극을 통해 구현한 작품이 김해를 찾아왔다. 신과 인간, 인류 구원의 역사를 말과 소년이라는 존재 재배치를 통해 보여주는 작품 '에쿠우스'다.

김해서부문화센터 하늬홀에서는 지난 14일 연극 '에쿠우스'가 펼쳐졌다. 공연은 영국 극작가 피터 쉐퍼의 작품을 극단 실험극장(대표 이한승)이 제작했다. 이한승 대표가 연출에 참여한 이 작품은 마구간과 감옥, 상담실, 극장, 바닷가 등 공간의 다양성을 조명과 음향을 통해 구현해 냈다.

출연은 마틴 다이사트 역에 장두이, 알런 스트랑 역에 김시유, 질 메이슨 역에 채시라, 헤스트 살로만 역에 차유경, 토라 스트랑 역에 박현미, 프랑크 스트랑 역에 노상원, 젊은 기수 역에 조형일, 말 네제트 역에 은경균, 코러스로 신동찬과 한정희, 임대규, 김재훈, 양선호 등이다.

연극 에쿠우스에서 알런이 마구간에서 말을 바라보고 있다.
연극 에쿠우스에서 알런이 마구간에서 말을 바라보고 있다.

연극 '에쿠우스'는 현대인의 영원한 화두인 신, 인간, 섹스에 대한 고민과 인간의 잠재된 욕망과 위선의 가면을 고도의 심리전을 통해 날 선 연출로 보여주고 있다. 소년 알런은 광신도적 어머니의 영향 아래 자라며, 뒤틀린 종교관을 갖게 된다. 억압과 무조건적 주입이라는 교육방식은 알런을 세상과 괴리된 자기만의 마구간 속에 가두었다. 알런은 자신 속에서 일어나는 원초적 욕망을 숭상의 대상인 '에쿠우스(말)'를 통해 쏟아낸다.

여기에는 인류를 위해 채찍질 당한 십자가의 '예수'에 대한 집착적 일체화가 개입된다. 오로지 모든 정신 에너지가 숭상의 대상인 '에쿠우스'에게 집중돼 있던 알런에게, 여자 친구 질 메이슨의 성적 접촉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온다. 알런은 숭상의 대상인 '에쿠우스'의 노여움에 치를 떨고, 6마리 말의 눈을 모두 찌름으로써 신(에쿠우스)이 인간(알런)의 죄를 보지 못하게 또 다른 죄악을 저지른다.

정신과 의사 마틴 다이사트는 그런 알런을 진료하며, 소년의 욕망이 화려하게 꽃피운 바닷가에서의 행위를 동경하고 매료된다. 언제나 벽난로 앞에서 뜨개질을 하는 그의 아내와는, 성적 접촉을 전혀 하지 않는 열정이 얼어붙은 부부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그는 원초적 욕망에 대한 동경에 빠져들며, 관객에게 심도 깊은 질문을 쏟아낸다. 알런에게는 숭상과 동경, 구원의 대상이었던 말 네제트가 다이사트에게는 금기와 위선을 깨뜨리는 구원자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갈구하던 욕망과 내재된 죄책감으로부터의 해방은 다이사트에게 정신적 고통에서의 탈출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회적 억압 상황은 선뜻 그에게 해방의 열쇠를 허락하지 않는다. 작품은 다이사트의 미결된 욕망을 통해 관객에게 말하고 있다. 작품은 관객에게 '당신의 욕망은 무엇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가. 당신은 금기의 고리를 끊고 신의 눈을 가릴 수 있는가'라고 말하고 있다.

마틴 다이사트가 소년 알런 스트랑의 욕망과 환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하며 깊은 고뇌에 빠져 있다.
마틴 다이사트가 소년 알런 스트랑의 욕망과 환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하며 깊은 고뇌에 빠져 있다.

지난 1973년 영국에서 초연 이후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시대를 초월한 화두를 던지는 연극 '에쿠우스'는 이번 김해 공연을 통해 다시 한번 인간 본연의 문제를 묻는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탄탄한 전개, 탁월한 표현력과 박진감 넘치는 말의 연출, 고도의 심리전, 치밀한 스토리로 연극은 김해 시민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사업비 일부를 문예진흥기금으로 지원받아 진행했다.

장민혁(김해시 내동·44) 씨는 "에쿠우스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서울에 올라가서라도 보고 싶었다. 김해에서 이런 대작을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어 기쁘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시민을 위한 문화 사업을 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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