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09:41 (목)
공명정대 용인술, 대한중석 일으키고 포항제철 정신으로 잇다
공명정대 용인술, 대한중석 일으키고 포항제철 정신으로 잇다
  • 박광수 논설위원
  • 승인 2023.10.11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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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 도전과 길
9편- 청암의 흔들림 없는 용인술

바른 인사로 적자 대한중석 일으켜내
청탁·협박·각종 잡음에도 신념 '꿋꿋'
인사정책, 세계 최고 철강회사 바탕
1986년 8월 대학 건설현장 방문한 박태준 회장. /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
1986년 8월 대학 건설현장 방문한 박태준 회장. /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

대한민국 경제 근대화에 큰 기여를 하고 세상을 떠난 박태준 회장은 단기간에 포스코를 세계적인 철강회사로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포스코를 운영하며 독특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청암 리더십의 가장 주요한 특징은 공명정대한 용인술(用人術)이다.

포항제철을 경영하기 전 청암은 박정희 대통령의 요청으로 당시 만년 적자였던 대한중석의 사장직을 맡았다. 이 회사의 전신은 경북 달성광산과 강원도 상동광산을 포함해 일본이 1934년 설립한 고바야시광업 주식회사다. 고바야시광업 주식회사는 해방 이후 한국 정부가 인수해 1949년 10월 대한중석광업 주식회사로 개명한다. 당시 대표적인 수출품인 중석을 독점 제조, 연간 1500만 달러를 수출했으며, 한국의 연간 수출액 중 3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기간산업회사였다. 그러나 당시 이 회사를 향해 각계에서 이권을 개입했고, 회사 내부 곳곳에서는 경영 불만이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회사는 오랜 기간 적자에 시달렸다.

김영삼 대통령은 '인사가 만사'라고 말한 적이 있다. 조직이 위기에 빠졌을 때 핵심은 직원의 채용과 승진에 의한 합당한 인사 배치다. 일찍이 이를 잘 알고 있던 박태준 회장은 당시 각종 잡음과 만년 적자로 허덕이던 대한중석을 전면 개조하기로 결심했다.

우선 적자가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치밀하게 파악하고, 운영자금을 본인이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정확한 인사 배치를 경영의 기본으로 삼았다. 당연한 일이지만 청암의 인사 배치는 곧 반동을 일으킨다. 청암이 부임한 바로 다음 날 청와대 고위 비서관은 어느 간부사원의 성명을 거론하며 해당 간부의 승진을 청탁한다. 이에 청암은 인사위원회를 소집하고, 부하직원들에게 해당 간부의 인사고과를 객관적이고 공명정대히 보고하라고 비밀리에 지시했고, 인사고과가 나쁘게 보고되자 해당 간부를 승진 대신 해고한다. 이에 간부직원은 그 결정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항의했다. 오히려 청암은 그를 호되게 질책하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외부 청탁을 근절하고 회사의 경영방침을 모범적으로 지켜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반성은커녕 어찌 시끄럽게 떠들 수 있는가." 이 사건을 잘 처리한 박태준 회장은 이후 정부 고위층으로부터 협박 및 중상모략에 시달렸다. 그렇지만 그는 대한중석 취임 때 했던 공약을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갔다. 그는 한국식 혈연, 지연, 학연에 의한 용인(用人) 관행이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관행 타파, 공명정대한 인사정책은 직원들의 업무태도를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청암의 용인술은 직원들로 하여금 본인의 능력을 발휘해 열심히 일하면 승진할 수 있다는 애사심을 갖도록 만들었고, 사기를 올렸다. 박태준 회장의 경영철학이 직원들의 공감을 받자 만년적자 대한중석은 단 1년 만에 흑자 회사로 탄생하게 된다. 이후 청암과 함께 일하던 수많은 인재들이 포항제철의 초창기 직원들로 입사했고, 당연하게도 청암의 인사정책은 포항제철에 자연스럽게 안착된다.

지난 1980년대 포항제철소 현장에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직원들과 환하게 웃는 모습. / 포스코
지난 1980년대 포항제철소 현장에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직원들과 환하게 웃는 모습. / 포스코

포항제철의 사풍은 많은 한국 기업이 지니고 있던 학연, 혈연, 지연 이른바 '줄서기' 문화를 타파했고, 고리타분한 조직문화를 변화시켰다.

따라서 포항제철 직원들은 자신들이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업무능력을 발휘한다면 누구라도 공정히 평가받고 승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용인술이야말로 작금의 포스코그룹을 세계적인 회사로 만든 요소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한편, 청암은 모름지기 기업은 그 기업 고유의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있는 포항제철은 철을 만드는 공장 이상으로 국가의 이념과 함께한다"

또한 "제철보국의 목적은 복지국가 건설이다"고 부언했다. 이와 같은 청암의 발언은 현재까지 포스코인들의 가슴 속 용광로에서 끊임없이 녹아들고 타오르고 있다.

우리는 청암이 공정하고 명료한 인사정책을 통해 회사를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로 만든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획 연재> 박광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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