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01:15 (일)
'얄라셩'과 '누에' K 무비·콘텐츠 견인의 역사
'얄라셩'과 '누에' K 무비·콘텐츠 견인의 역사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3.10.11 2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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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2023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한국 영화의 어제와 오늘을 되짚어 보는 의미 있는 장(場)을 마련했다. 한국 영화는 올해로 109주년을 맞았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국 영화는 세계로 뻗어나가 K-무비, K-콘텐츠로 불리며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한국 영화의 중심은 상업영화이다. 그러나 그 상업영화의 탄탄한 기반에는 대학 영화서클이 있다. 대학 영화서클은 초기 영화 감상을 넘어 영화 제작으로 발전하면서 수많은 영화인이 탄생하는 산실이 돼 왔다. 지난 1980년대 보는 영화에서 만드는 영화를 지향한 대학 영화서클은 기라성같은 감독, 시나리오 작가, 제작자 등 영화인들을 배출했다. 이들이 오늘날 K-무비, K-콘텐츠를 있게 한 자양분이다.
올해 비프는 대학 영화동아리가 제작한 영화를 초청ㆍ상영하고 감독ㆍ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영화제는 관객이 주도하는 축제가 돼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 2018년부터 `스핀오프 페스티벌`인 `커뮤니티비프`(커비)를 6년째 운영하고 있다. 커비는 관객과 영화인, 활동가, 연구가, 지역 주민 모두가 함께 주체가 되는 수평적 영화제를 목표로 부산의 특색인 개방성과 유동성, 다양성을 고루 담아 참여 프로그램의 다채로운 실험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이 완화되면서 예년보다 폭넓은 주제로 구성했다. 남포동 포토존은 헝가리ㆍ중국 등 국내외 관광객의 핫 플레이스가 되면서 관광ㆍ경제 활성화에도 한 몫을 했다.
대학 영화서클 제작 영화 상영에는 서울대 영화연구회 `얄라셩`과 이화여대 영화패 `누에`가 커비를 찾았다. 특히 `얄라셩`은 지난 1979년 한국 대학 최초로 결성된 대학 영화서클로 올해로 43년을 맞았다. 대학 영화서클 효시인 `얄라셩`은 대학 영화서클의 맏형으로 다른 대학 영화서클 결성을 지원 역할을 했다. 1983년 고려대(돌빛), 1985년 연세대(작은영화워크숍)ㆍ경희대(그림자놀이)ㆍ한국외대(울림)ㆍ한양대(소나기)ㆍ이화여대(누에)ㆍ서강대(서강영화공동체)ㆍ성균관대(영상촌)ㆍ명지대(필름아트)ㆍ한성대(활사패)ㆍ상명여대(얼레)ㆍ인천대(영화연구회) 등 대학 영화서클 창립에 활력소가 됐다. `얄라셩`은 1985년 이전 고려대 `돌빛`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대학 영화 운동의 맏형 역할을 했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두 대학은 다른 대학 영화서클들과 연대해 대학영화운동을 선도했다. 4명으로 출발한 `얄라셩`은 2023년 현재 220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얄라셩`은 `얄라셩의 어제와 오늘`을 주제로 `서울 7000` `웃음소리`(감독 김홍준 현 한국영상자료원 원장ㆍ황주호) `국풍`(김인수 전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누렁이`(최현건) `러브플래닛`(황예정)과 `누에`는 `엇박자 쇼크`라는 주제로 `아더바디즈`(이은영) `달려있는 하니`(오예인ㆍ위예인ㆍ황서현) `36컷의 여름`(이선재ㆍ이유진ㆍ유다은) 등 8편의 영화가 지난 7일 남포동 롯데시네마 대영에서 상영됐다. `아더 바디즈`는 현대 여성의 성에 대한 공포에 압도당하는 순간들을, `36컷의 여름`은 엄마의 필름 속 순간들을 복원해 가는 한 고등학생의 성장을, `달려있는 하니`는 혐오의 시대 속, 아찔한 시나리오로 영화를 찍는 여성 감독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얄라셩의 초기작 `서울 7000`(1976)과 `웃음소리`(1977), `국풍`(1981)은 80년대 대학영화운동의 모태를 엿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약 40년 후 만들어진 작품 `누렁이`(2020)와 `러브플래닛`(2022)은 21세기 `얄라인`들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SF와 신세대 로맨스 영화로, 얄라셩의 처음과 지금을 온전히 느껴볼 수 있었다.
`누에` GV 사회자 김은영 추계예술대 교수는 여성영화감독 부재시대 `누에`가 선도적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사회자 김가을 얄라셩 회원은 `얄라셩`의 어제와 오늘에 이어, 미래에 대해 "선배님들의 작품에서 드러나듯이 사랑에 대한 고민, 달에 계속 가고자 하는 마음이라든지 시내를 훑고 핥는 카메라 렌즈의 움직임 그런 것들이 결국 영화를 사랑하고 또 그것을 만들려고 하는 마음들이라고 해석된다. 그것들이 모여서 마음의 모음 짓을 함께하는 집단이 얄라셩이기도 하고 앞으로도 여전히 어떤 때나 다름없이 영화적 경험이 무엇이고 영화가 무엇이던지는 상관없이 어떻게 또 우리는 좋은 영화를 만들 것을 함께 나누고 고민을 해나가지 않을까 싶다"며 "이렇게 해서 얄라셩의 어제와 오늘을 만났기 때문에 미래를 기대할 시간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 견인하고 K-무비, K-콘텐츠의 성장에 자양분이 된 대학 영화 서클 출신 영화인의 지속적인 배출과 이음을 위해 대학 영화서클의 성장과 발전에 따듯한 지원과 응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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