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5:32 (토)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
  • 경남매일
  • 승인 2023.10.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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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일본의 오자키가 쓴 소설 '곤지키야샤(金色夜叉)'를 조중환이 번안해서 '장한몽(長恨夢)'이라는 제목으로 과거 1913년 5월부터 매일신보에 연재했다. 이를 극화한 '이수일과 심순애'라는 신파극이 유명했다. 당시 극 무대에서 배우들은 대사 없이 연기를 하고 대신 변사가 극 중 인물들의 대사를 읊었는데(무성영화), 모두가 기억하는 변사의 그 명대사는 바로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그렇게 좋더란 말이냐"였다. 다이아몬드는 이미 그 시대에도 부의 대명사였던 것이다.

탄소가 지구의 깊은 곳에서 높은 온도와 엄청난 압력을 견뎌내면 단단한 다이아몬드가 되고 그냥 타버리면 숯이 된다. 그러나 다이아몬드가 보석의 황제로 등극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지난 1947년, 드 비어스(De Beers)사의 광고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A Diamon Is Forever)'는 광고가 다이아몬드를 보석의 황제로 만들었다.

드 비어스는 이 광고로 프로포즈를 할 때 다이아몬드 반지를 여성에게 선물하는 관습을 만들어 냈다. 다이아몬드라는 단단한 돌과 영원함을 연결시켜 사랑은 변하지 않으리라는 꿈을 파는 데 성공했다. 미국에서 이러한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은 20세기의 대공황 전후로 '약혼 위반에 따른 처벌(Breach of promise)'이 점차 폐지된 것과 관련이 있다. 처녀가 약혼을 한 뒤 약혼자와 혼전 성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았는데, 만일 약혼이 파기되면 혼인 시장(?)에서 그녀의 가치가 폭락했기에 이를 법으로 처벌했던 것이다. 이러한 처벌이 사라지니 여성 측에서는 약혼의 담보를 요구하게 됐고, 남성은 값비싼 다이아몬드 반지를 담보로 건네게 된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괴담이나 전설도 많은데, 대표적인 괴담으로 회자되는 '저주받은 4대 다이아몬드'가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호프 다이아몬드(Blue Hope)'는 푸른색을 띠는 45.52캐럿의 희귀한 다이아몬드로, 약 1만 개의 다이아몬드 가운데 하나꼴로 이런 색상이 나온다고 한다. 푸른색 다이아몬드가 귀한 이유는 땅속에 많이 없는 붕소가 불순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제일 흔한 질소가 불순물로 들어가면 짙고 아름다운 노란 색이 된다. 보석용 다이아몬드의 98%가 노란색을 띤다.

태국과 사우디는 '블루 다이아몬드 도난 사건'으로 30여 년간 외교 관계가 단절됐다가 최근에 겨우 회복됐다. 사우디 왕자궁의 청소를 맡은 태국의 노동자가 50캐럿짜리 블루 다이아몬드를 포함한 2000만 달러 상당의 보석을 절도한 사건인데 아직도 미궁 속에 있다.

최근에는 주로 공업용으로만 사용되던 인공 다이아몬드가 보석시장까지 진출했는데, 전문가조차 천연 다이아몬드와 인공 다이아몬드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지구가 수천 년, 수만 년에 걸쳐 만든 천연 다이아몬드와 인간이 2주 만에 만들어 내는 인공 다이아몬드는 똑같은 물성을 가지고 있다.

이제 호모데우스(Home Deus)가 만들지 못하는 물질은 거의 없다. 세계 다이아몬드 소비의 2/3를 차지하는 미국의 20~30대가 실험실에서 쉽게 만들어지는 저렴한 인공 다이아몬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제 드 비어스의 광고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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