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찾고 국민 함께하는 연구원 만들어 미래 선도해야죠"
"기업이 찾고 국민 함께하는 연구원 만들어 미래 선도해야죠"
  • 황철성 기자
  • 승인 2023.10.09 2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로 이사람
김남균 한국전기연구원 원장

'전기화로 미래 여는 KERI' 비전 제시·작년 연구비대비 기술료 수입 5%
'큰 기술' 도전 문화 강조 개인 기여 인정·칭찬 조직문화 정착 등 힘써
"국민·국가·인류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기반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하는 김남균 KERI 원장.
"국민·국가·인류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기반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하는 김남균 KERI 원장.

한국전기연구원(이하 KERI)은 창원에서 지난 1976년 본원 설립 이래 반세기 가까운 기간 동안 국토 동남권 부·울·경 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해온 국책 연구기관이다. 최근 모든 일상에서 전기가 중심이 되는 '전기화(Electrification)' 시대가 펼쳐짐에 따라 연구원의 역할이 더욱더 커지고 있다.

올해 1월 취임한 제15대 김남균 원장을 만나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KERI의 노력과 앞으로의 포부를 들어봤다.

'전기화'를 비전·강조와 관련 설명 하자면

"사실 전기화(Electrification)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돼 왔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그 범위와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21세기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자연 에너지가 전기로 변환되고, 전력망에서 수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전지(배터리) 기술의 발달로,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전기차와 전기선박, 전기항공 등 수송 체계의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즉, 2차 전기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3차 전기화 시대에는 인간과 사물을 초연결하는 단계까지 이를 것이다."

"이러한 전기화 시대의 발전 과정에서 KERI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맞이할 것이고, 그 점에서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소명 의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비전을 '전기화로 미래를 여는 KERI'라고 밝히며 직원들의 막중한 역할과 책임을 당부했다. 대한민국의 전력산업과 전기기술을 책임지는 정부출연연구기관 임직원으로서 우리가 개발하는 기술과 연구행정 활동이 대한민국의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 그리고 전기화 시대 선도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명한 지향점을 두고 싶었다."

'KERI 큰 기술' 개발 도전과 관련해

"우리 연구원은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해 왔고, 특히 기업체 애로기술 지원 등을 통해 꾸준히 기술 로얄티를 확보해 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연구 생산성의 대표 지표로서 연구비 투자 대비 기술료 수입이 5%를 넘어섰다. 이는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재단의 연구 생산성에 필적할 만한 것으로서 이제 KERI의 기술이 실험실의 문턱을 넘어 산업현장에 활용되는 정도가 적어도 양적인 측면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그 이상의 것을 목표로 우리가 도전에 나설 때라고 생각한다. '큰 기술'은 국민 또는 인류에게 크나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거나 산업적으로 임팩트가 매우 커서 100억 원대 이상 혹은 1000억 원대까지의 기술료 수입이 가능한 기술이다. 초대형 성과라고 할 수 있는데 최소 5~7년 이상 혹은 최장 30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 또, 큰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흔들림 없이 연구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나 환경이 중요하기에 임기 내에 'KERI 큰 기술'에 도전할 수 있는 몇 개의 팀을 발족하려고 하고 있다."

앞으로 KERI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전기 기술의 범위가 넓고, 이해 관계자도 많은 만큼 우리 연구원의 임무와 책임도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KERI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크게 3가지로 설정해 경영목표로 제시했다."

"첫 번째는 '미래를 선도하는 연구원'이다. 전기화의 길을 뒤쫓아 가는 추격자에서, 융합·협업·창의 기반 위에 전기화의 신 영역을 제시하는 연구원으로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전략적 사고로 기술을 뛰어넘어 신산업을 창출하고, 전기·전력 분야 국가 CTO(최고기술책임자) 기관으로서의 위상과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

"두 번째는 '기업이 찾아오는 연구원'이다. KERI는 국가 전략기술을 비롯한 수많은 산업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국가 핵심기술의 초격차 확보를 위한 핵심 거점이 돼야한다. 또한 기술 개발 늪지대를 앞장서서 돌파해 상용화까지 이끄는 전위대 역할을 해야 한다."

"세 번째는 '국민과 함께하는 연구원'이다. 우리가 이미 보유하고 있거나, 또 개발할 기술을 통해 국가의 에너지 안보, 국민 에너지 복지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 새로운 전기 기술에 바탕을 둔 국가 에너지 정책 및 전력 기술 개발로 국민들에게 전기화 세상의 혜택을 누리게 해 드리는 것이 목표다."

리더로서 어떻게 이끌어갈 것 인지?

"내가 자주 인용하는 격언이 있는데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앞서 '큰 기술'에 도전하는 문화를 강조했는데, 대형성과는 여러 사람이 잘 어울려 힘을 모아야지만 가능하다. 임직원 모두가 함께 나아가고, 함께 가면서도 구성원 각자가 팀이나 조직이 나아가는 방향을 명확히 인식하면서 본인의 역할을 스스로 해내야 한다."

"그래서 원장으로서 동료의 공헌과 기여를 인정하고, 공로를 드러내고 칭찬하는 조직문화의 확산과 정착을 위해 '당신 덕분입니다'와 '덕분에 우리는 최고' 운동을 펼칠 것이다. 동료의 단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장점을 바라보고, 그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노력해야 한다."

전력반도체에 대해 소개를 한다면?

"내가 1990년 연구원에 입사한 이후 30여 년 넘게 전력반도체 기술 개발에 힘썼다. 전력반도체는 전력을 제어하는 반도체로서 가전기기를 비롯한 모든 전기·전자제품에 꼭 필요하다. 지금이야 전기차 등의 보급 확대로 전력반도체가 크게 주목받고 있지만, 9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비주류 영역에 속한 연구 분야였다. 연구 인프라나 데이터도 미약했고, 일본이나 독일 등 선진국의 기술 장벽도 매우 높았다. 간단한 반도체 기초 소자 하나 만드는 데도 수개월이 걸렸다."

"전력반도체의 핵심인 제어 효율을 유지하는 소재는 기존 실리콘(Si)에서 재료 특성이 우수한 탄화규소(SiC, Silicon Carbide)로 대체되는 추세다. 우수한 열적·전기적 특성을 지닌 SiC 전력반도체는 실리콘 반도체보다 10배 높은 전압과 2배 많은 열을 견디고, 전력 소모도 작아 칩 크기를 기존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SiC 전력반도체를 전기차에 탑재할 경우 10% 이상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KERI는 이러한 SiC 전력반도체 국산화를 독일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성공했다. 그리고 기업체 기술이전까지 성공해 조만간 국내 업체가 생산한 전기차에 저희의 SiC 전력반도체가 적용될 예정이다. 코로나 이후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가 한창 심각했던 2021년에는 SiC 전력반도체의 저가격화와 대량 생산을 가져올 수 있는 '트렌치 구조 모스펫(MOSFET)' 기술도 개발해 큰 주목을 받았다."

김해 전력반도체 대형 인프라 구축 사업 대상자 선정 소감은?

"KERI와 경남도, 부산광역시, 김해시, 경남테크노파크, 부산테크노파크, 동의대학교 산학협력단 등 연합팀이 동남권 전력반도체 산업 육성 및 발전을 위해 산업부가 공모한 '2023년 산업혁신기반구축 사업'에 도전했고, 최근 그 대상자로 선정된 쾌거다. 해당 사업은 화합물반도체 기반 차세대 고효율 전력반도체 산업의 '전주기 실증 지원 인프라' 구축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기술 개발 및 사업화 등 각종 업무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활동이다. 사업 기간은 지난 7월부터 2027년 12월까지(4년 6개월)며 총사업비는 약 282억 원(국비 100억, 지방비·현물 182억)이다."

"KERI가 SiC 전력반도체의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고도화 기술 및 특허를 선점하고 있는 유럽과 일본 등 국가로 인해 화합물 전력반도체 수요 대부분을 아직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실리콘에서 화합물(SiC 등) 반도체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현시점이 후발 주자인 우리가 역전을 노릴 절호의 찬스다. 이에 정부가 화합물 전력반도체 강국 도약을 목표로 향후 5년간 연구개발(R&D)에 총 1384억 원에 달하는 자금 지원을 발표했고, 그 일환으로 산업부 공모사업이 진행된다."

"이번 사업 선정으로 김해시 한림면 일대에 부지면적 3300㎡ 및 건축연면적 2640㎡의 '차세대 전력반도체 토탈솔루션센터'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구축된다. 관련 장비는 87.7억 규모로 8개 분야 24종이 들어서며, 전력반도체 전주기(소재/웨이퍼 -> 설계/칩 -> 모듈/패키지 -> 신뢰성 인증 -> 실증) 통합 기술 지원을 수행한다."

창원시도 의료·바이오 산업을 이끌 대규모 사업에 선정됐다고 하는데

"KERI가 창원특례시와 손잡고 추진한 산업부 공모 'AI·빅데이터 기반 의료·바이오 첨단기기 연구제조센터 구축'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기존 창원의 제조 산업(정밀기계, 전기·전자 부품 제조 및 가공 등)을 첨단 의료·바이오 기기 산업으로 육성하는 기업지원 프로젝트다. 2027년까지 국비 포함 총 257.6억 원이 투자되는 대형 사업으로, KERI와 창원특례시, 창원산업진흥원, 한국스마트헬스케어협회가 함께한다."

"이번 사업 선정으로 창원 진해첨단연구단지 내에 '의료·바이오 첨단기기 연구제조센터'가 구축된다. 센터 내에는 105억 원 규모의 의료기기 개발기업 지원을 위한 장비가 들어서며 지역기업 입주도 추진될 예정이다. 사업 및 센터 주관을 맡은 KERI의 5개 부서(전기의료기기연구단, 인공지능연구센터, 정밀제어연구센터, 해석기술지원실, 스마트3D프린팅연구팀)가 기업들에게 첨단 의료기기용 부품/모듈/시제품의 제작·설계·가공부터 시뮬레이션, 성능 평가까지 의료기기 제조를 위한 전반적인 기술 지원을 한다. 특히 수십 년간 의료기기 연구 경험을 가지고 있는 KERI 전기의료기기연구단을 중심으로, 첨단화/자동화/소형화/모바일화 등 최근 의료기기 트렌드를 반영한 기술 지원을 펼칠 예정이다."

최근 준공한 'HVDC 시험인프라'에 대한 설명을 한다면?

"HVDC는 초고압 직류송전(HVDC, High Voltage Direct Current), 즉 발전소에서 생산된 대용량의 전력을 고압 직류로 변환해 원거리까지 전송하는 기술이다."

"직류송전은 전력 공급 과정에서 손실이 매우 작아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고, 케이블을 이용해 장거리 송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도심지 설치에 대한 제약이 크지 않다. 전자파의 발생이 매우 작아 사회적 수용성이 높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또한, HVDC는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생산한 전력의 송전에 특화된 기술이다. 우리나라도 동해안에서 생산된 전력을 최대 수요처인 수도권에 대용량으로 보내기 위해 HVDC 관련 사업이 진행되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HVDC는 국내에서 아직 적용한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관련 전력기기·설비의 신뢰성과 안전성에 관한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에 HVDC 전력기기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전문 시험인프라가 없다보니, 국내 업체들이 해외 시험소를 찾아 시험·인증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한 경제적 부담, 납기 지연, 핵심 설계기술 해외 유출 등 문제가 발생했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국가 간 이동이 어려워 시험을 받는데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HVDC 전력기기에 대한 전문 시험인프라가 조속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산업부, 경남도, 창원시, KERI가 힘을 모아 약 200억 원 규모의 사업비를 투입해 지난 2020년 6월부터 'HVDC 시험인프라 구축 사업'을 추진해 왔고, 올해 약 3년 만에 준공의 결실을 맺었다. 인프라 규모는 부지면적 5643평(1만 8622㎡) 및 건축면적 467평(1540㎡)이다. 현재 HVDC 시험동 내부에 시험장비 반입까지 모두 마무리했고, 장비 시운전 및 내부 사용절차 등을 마무리한 후 올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험인증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제가 요즘 많은 사람들에게 최근 '전기는 공기'라는 말을 많이 하고 있다. 사람에게 공기가 없으면 안 되는 만큼, 이제는 전기가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전기화(Electrification)'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KERI의 역할과 책임도 더욱더 커지고 있다. 그동안 많은 역할을 해왔지만 좀 더 미래를 위한, '큰 기술' 개발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고 본다. 국민과 국가, 인류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원장으로서 열심히 기반을 다지고 지원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김남균 KERI 원장은 1984년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석사(1986년) 및 박사(1990년)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KERI 입사 이후 전력반도체연구센터장, HVDC연구본부장, 연구부원장과 원장 직무대행을 차례로 역임했다. 대외적으로는 한국전기전자재료학회 부회장 및 탄화규소(SiC) 연구회 회장, 한국세라믹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수상 내역으로는 과학기술훈장 도약장(2018년), 한국전기전자재료학회 자랑스러운 전기전자재료인상 수상(2022년)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