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가야시대 맞아 세계 내세울 김해박물관 만들 것"
"세계유산 가야시대 맞아 세계 내세울 김해박물관 만들 것"
  • 류한열 기자
  • 승인 2023.10.05 2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로 이사람
윤형원 국립김해박물관 관장

32년째 국내외 발굴현장 누비며 활동
2022년 몽골 최고 '북극성 훈장' 받아
박물관 기획·공연 아이디어 뛰어나
"김해, 문화 중심 도시 만드는데 일익"
윤형원 관장은 "국립김해박물관을 김해 문화를 융성시키는 중심에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윤형원 관장은 "국립김해박물관을 김해 문화를 융성시키는 중심에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유산 등재로 가야사 중심으로 김해가 주목받고 가야 콘텐츠를 잘 만들어 김해를 문화 중심의 도시로 만들고 국립김해박물관을 세계적 박물관으로 만드는데 힘쓸 것"

가야고분군이 지난달 17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김해 금관가야를 중심으로 기원 전후 무렵부터 562년까지 한반도 남부에서 번성한 국가 연합체의 고분군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사실은 역사의 거친 소리를 일깨운 의미로 남다르다. '철의 왕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김해 대성동 고분군 인근에 김해국립박물관이 자리를 잡고 있다. 요즘 상종가를 치고 있는 대성동 고분군을 곁에 두고 "세계유산 등재를 기회 삼아 김해국립박물관을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는 윤형원 관장을 가을 햇살이 따가운 날에 만났다. 지난 8월부터 김해서 근무를 했지만 정신 차리고 김해박물관이 마음에 들어온 날은 채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고 가벼운 너스레를 떨었다.

윤 관장의 인상은(개인적으로 실례가 안 된다면) 발굴조사 현장과 같이 선이 굵다. 사람 좋은 인상을 한 윤 관장의 텁텁한 말소리에 고고학 전시를 기획하고 여러 고고학 논저와 저서를 펴낸 지식의 울림이 배어 있다.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의 의미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내년 상반기 대성동 고분군 특별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김해 지역은 가야의 원조라 할 수 있고 수로왕릉이 떡 버티고 서서 대가야의 위용을 오늘도 보여주고 있다." 윤 관장의 말에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국립김해박물관을 중심으로 가야역사를 총총히 좇아가 '빛'을 하늘에 걸겠다는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가야가 고분군 세계유산 등재에 힘입어 창원, 부산뿐 아니라 전국에서 '가야를 알고 싶다, 가야로 가야겠다'며 김해를 찾게 하고 싶다"고 말하는 윤 관장은 "박물관은 고고학적 자료와 역사적 유물·예술품을 보존·진열하는 단계를 넘어 지역 주민과 정서 공유의 장이 돼야 한다" 고 말했다.

지금까지 주도한 박물관 전시 기획과 행사를 들춰보면 윤 관장의 말에 동의할 수 있다. 그가 다른 박물관에서 기획 공연한 '팬텀 싱어', '평화 콘서트', '나무 콘서트', '올드팝 콘서트' 등 이름을 떠올리면 박물관에서 이래도 되나 싶다. 그만큼 그가 땅을 보고 발굴조사를 하면서 생각은 하늘로 향했는지도 모른다. 신선한 아이디어로 박물관에서 지역 주민의 정서를 갈무리하면서 공유의 장을 펼치는 아이디어는 좀 많이 튄다 할 수 있지만, 생각할수록 신선하다. 부여박물관에 근무할 때 어르신들에게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외칠 수 있게 마련한 '백세시대 백제시대'는 그 의미를 씹을수록 맛나다. 앞으로 가야 시대에 가야 들녘에서 피워올린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향연을 기대해도 결코 손해 보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준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다문화 사회가 가장 넓게 자리 잡은 김해시를 바라보는 윤 관장의 시선은 따뜻하다. "고대로부터 단일 민족은 있을 수 없다. '금바다' 김해는 가야 시대 해상무역을 하면서 국제 교류가 일찍부터 발달했다. 이런 환경에서 인도인 허황옥이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어서 당시에도 다문화는 자연스러웠을 것이다"며 "요즘 다문화 사회 안에서 함께 사는 움직임은 원래의 모습이다. 다문화는 예전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듯 우리 앞에 펼쳐진 현재다. 한국에 이주해 사는 사람들은 꼭 한국문화를 따를 필요도 없다. 삶은 현재 발 딛고 사는 데서 영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국립김해박물관 들어가는 입구에 세워져 있는 국립김해박물관 알림 건축물.
국립김해박물관 들어가는 입구에 세워져 있는 국립김해박물관 알림 건축물.

윤 관장은 '가야'를 매력적인 콘텐츠의 시각으로 접근한다. 앞으로 국립김해박물관에 다문화 프로그램이 많이 얹혀질 것이고 가야 콘텐츠가 자주 채워질 것이다. 그는 '가야와 바다, 그리고 문화'를 연결하는 생산적인 콘텐츠에 주목한다. "김해를 중심으로 가야 세력권에 바다를 접목하고 연이어 문화의 연결성을 갖추면 폭발적인 콘텐츠의 힘이 나올 것이다. 이런 노력이 뭉쳐지면 김해가 문화 중심으로 뜰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윤 관장은 32년째 발굴 현장에서 번뜩이는 눈을 응시하며 우리 고대사의 연결 고리와 의미를 추적하고 있다. 몽고에서 27년, 베트남에서 20년 동안 해외 발굴 현장도 돌아다녔다. 특히, 몽골에서 흉노의 숨결을 찾아 헤매며 산하에 정열을 뿌렸다. 북방에서 우리 민족의 말발굽 소리를 듣고 거친 호흡를 몰아쉬며 역사의 융성함을 보기도 했다. 몽골과 관련한 논저로 '흉노고고학개론', '몽골 흉노무덤 자료집성', '칸의 제국-몽골' 등이 있다.

윤 관장은 고구려, 백제, 신라와 베트남, 중국을 아우르는 고고학 논저와 저서는 100여 편에 이른다. 그만큼 윤 관장의 고고학 탐구의 범위가 넓을 뿐 아니라 깊이가 대단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윤 관장의 몽골의 고고학 발전에 큰 족적을 뚜렷이 새겼다. 그는 2022년 8월 몽골 후렐수흐 대통령으로부터 몽골 최고등급 '북극성훈장(알탄 가다스)'을 받았다. 윤 관장은 1997년부터 한몽 공동학술조사 프로젝트(Mon-Sol Project)의 한국 측 팀장을 맡았다.

그는 '모린톨고이', '호드긴톨고이' 등의 흉노유적 고고학 발굴조사와 '몽골유적조사 5년' 등의 특별전시회, '초원의 대제국-흉노' 등의 국제적인 학술심포지엄을 기획하고 추진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몽골과 중앙아시아의 전문연구 성과를 출판물로 발간해 한국 고고학 연구자의 이름을크게 높였다.

이 훈장 서훈은 지난 26년 동안 한국과 몽골의 고고학을 발전시킨 공로를 몽골 국가 차원에서 인정해 주는 뜻깊은 일이었다. 윤 관장 개인에게 큰 영광이면서 국가간 큰 신뢰의 디딤돌이 된 최고 훈장은 윤 관장의 발굴 현장에서 보낸 시간에 대한 보상이다. 윤 관장은 2010년에는 몽골과학아카데미 최고학술상을 받기도 했다.

"박물관을 찾는 발길은 과거로 가는 게 아니라 미래로 인도한다. 실제 과거를 보면서 미래를 발견하는 박물관은 지역 주민에게 적극적으로 더 가까이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윤 관장은 때마침 세계유산으로 솟아오른 가야고분군을 바라보며 김해가 다시 문화의 중심에 서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는다. 가야사 정립이 제대로 제자리를 잡아가고 가야사의 중심인 김해에서 문화 융성의 시대로 나아가는데 국립김해박물관이 한 축이 될 수 있음을 윤 관장의 수더분한 미소에서 읽을 수 있다.

윤형원 관장은 2022년 8월 몽골과 대한민국의 고고학을 발전시킨 노력을 인정받아 몽골 후렐수흐 대통령으로부터 몽골 최고등급인 '북극성 훈장(알탄 가다스)'을 받았다.
윤형원 관장은 2022년 8월 몽골과 대한민국의 고고학을 발전시킨 노력을 인정받아 몽골 후렐수흐 대통령으로부터 몽골 최고등급인 '북극성 훈장(알탄 가다스)'을 받았다.

◆ 윤형원 관장 약력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동 대학원 졸업

·몽골 과학아카데미 국립고고학연구소 박사

·한국-몽골 공동학술조사·한국-베트남 공동학술조사 팀장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국립대구박물관·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실장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전시홍보과장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초빙교원

·한국전통문화대학교 특임교수

·국립부여박물관장(2017년~2023년)

·(사)중앙아시아학회(KACAS) 회장(2019~2022)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