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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드 아웃 프랑스
페이드 아웃 프랑스
  • 경남매일
  • 승인 2023.10.04 2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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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를 이끌던 유럽이 가난해지고 있다. 특히 유럽대륙의 맹주 프랑스가 주목할 만하다.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에 따르면, 프랑스의 GDP는 미국 50개 주별 GDP와 비교했을 때 꼴찌와 비슷하다. 겨우 48위인 아이다호와 49위인 아칸소 중간 수준이니.

'프랑코포니(La Francophonie)'라는 것이 있다. 프랑스어를 모국어나 행정 언어로 쓰는 국가들로 구성된 국제기구로서 정회원국은 54개국이다. 영어권 56개국으로 이뤄진 국제기구 영연방(Commonwealth of Nations)과 비교되는 기구다. 프랑코포니는 국제 무대에서 프랑스어의 위상을 지키고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창설됐는데, 한때 프랑스어는 제1차 세계 대전까지 유럽의 유일한 외교 언어였다.

아프리카 중부에는 프랑코포니 회원국들이 횡으로 연결된 '사헬(Sahel)'로 불리는 지역이 있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과 사바나의 경계에 있는 점이지대(漸移地帶)로서, 서쪽으로는 세네갈 북부, 동쪽으로는 수단 남부에 이르기까지 약 6400㎞나 된다. 이곳은 군부 쿠데타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쿠데타 벨트(Coup Belt)'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곳에서 2019년 4월 이후 4년 동안 수단, 말리, 차드, 기니, 부르키나파소, 니제르가 차례로 쿠데타에 의해 전복됐다.

과거 이 쿠데타 벨트 지역은 수단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프랑스 식민지였고, 지난 2020년까지 프랑스 프랑 혹은 유로에 연동되는 '세파(CFA)프랑'이라는 공용화폐를 사용했으니 강력한 프랑스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었는데, 프랑스의 몰락에 쐐기를 박은 것은 수년 전 '바르칸 작전'의 실패와 관련이 있다.

프랑스는 지난 2013년부터 사헬에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 반군을 소탕하기 위해 5100명의 병력을 투입했지만 실패했고, 설상가상 현지 정부와 상의 없이 병력을 철수하면서 치안공백을 초래했다. 프랑스를 싫어하던 국민들은 친프랑스 정부를 전복한 쿠데타 군부를 응원했다. 쿠데타 군부는 러시아 민간용병기업(PMC) '바그너 그룹'과 손을 잡았다. 러시아는 종종 비난을 피하기 위해 궂은일은 바그너 그룹에게 시킨다. 바그너 그룹은 제네바 협약에 위배되는 극악무도하고 잔인한 전쟁범죄를 일삼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바그너 그룹은 지하드 같은 무장세력들을 무자비하게 제압해서 지역 주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국가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폭력적, 야만적 질서유지, 그리고 자원 채굴 독점권의 획득, 이것이 바로 아프리카에서 수행한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미션이었다. 바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은 아프리카에서 '러시아 빨대'를 꽂고 있었기 때문에 겁 없이 모스크바에서 당당하게 비행기를 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친구 푸틴을 오판했고 그 대가는 비행기 추락사였다.

쿠데타 벨트의 마지막 보루인 니제르마저 친러 성향의 군부가 쿠데타에 성공하면서 프랑스의 입지는 더욱 약화되었다. 친 쿠데타 시위대는 러시아 국기를 흔들면서 프랑스 대사관을 공격했다. 유럽의 자존심 프랑스가 국제정치, 국제경제에서 시나브로 스러져 가고 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이 페이드 아웃되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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