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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銀)의 나라 아르헨티나
은(銀)의 나라 아르헨티나
  • 경남매일
  • 승인 2023.09.20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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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대척점(對蹠點, antipodes)이란 지구 중심으로 들어가서 반대편으로 나오는 지구 표면상의 지점이다. 대척점에 위치한 두 곳은 상호 간 지구에서 가장 먼 곳이고 낮과 밤, 계절이 반대다. 서울의 대척점은 아르헨티나의 동쪽에 있는 도시, 마르델플라타(Mar del Plata)와 약 400㎞ 떨어진 동북쪽 해상이고, 경남 창원의 대척점은 우루과이 남부도시 몬테비데오(Montevideo)에서 약 450㎞ 동쪽 해상으로 나타난다.

지난 197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사이먼 쿠즈네츠(Simon Kuznetz) 교수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세계에는 네 가지 종류의 국가들이 있다. 선진국, 후진국, 일본, 그리고 아르헨티나다." 일본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 세기도 안 돼 선진국 반열에 오른 유일한 나라였다. 반대로, 아르헨티나는 과거 선진국이었지만 지속적으로 경제가 쇠퇴했다. 아르헨티나는 라틴어 'argentum'(은)에서 유래했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라 플라타 (La Plata)강 상류에 '은'으로 된 산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Plata도 스페인어로 '은'이니 탐욕스러운 스페인 정복자들의 머릿속에는 오직 '은'뿐이었다.

아르헨티나는 19세기 유럽의 산업화를 거치면서 제1차 세계대전 때까지 연평균 7%의 고도성장을 기록했다. 과거 1913년에 지하철을 건설할 정도였다. 아르헨티나의 부(富)는 팜파스(Pampas)에서 나왔다. 팜파스는 남아메리카 중위도 지역 저지대에 있는 75만㎢ 면적의 비옥한 평야를 말한다. 사람보다 소가 더 많아 1인당 연간 쇠고기 소비량이 68㎏으로 세계 1위다.

그러나 지금 아르헨티나는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아르헨티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8월 기준 124%(전년 대비)를 넘어섰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계속 인상하면서 8월 14일 기준금리는 118%로 상향됐다. 아르헨티나 화폐(페소)는 '강도조차 안 가져가는 돈' 취급을 받는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월급을 받으면 빨리 달러로 바꾸거나 소비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바꾼 달러를 은행에 넣지도 않는다. 과거 경제위기 시에 예금인출을 1년간 막으면서 달러예금이 강제로 페소화로 바뀌는 황당한 경험을 한 국민들은 은행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아르헨티나의 강도들은 침대 매트리스부터 뒤집는다.

지난달 11일, 아르헨티나의 10월 대선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예비선거에서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극우 성향 정당 소속 하비에르 밀레이 하원의원(52)이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그의 공약은 충격적이다. 그는 중앙은행을 폐지하고 공식 화폐를 달러화로 하겠다고 했다. 또 공기업 민영화, 정부 부처 및 재정 지출 삭감, 장기매매 합법화, 임신중단법 폐지 등을 내세웠다.

이번 선거 결과는 최악의 경제난 속에서 아르헨티나 유권자들이 기존 정치권에 크게 실망을 하고 밀레이 후보에게 변화의 기대를 건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는 탱고의 발상지다. 탱고는 긴 외로움의 시간을 모아 짧은 정열의 순간으로 승화시킨 춤곡이라고 한다. 천박하고 외설스러운 춤이라는 편견을 뚫고 불꽃처럼 퍼져나갔던 탱고처럼 아르헨티나가 부활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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