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9:36 (토)
뇌물로 설득하려는 납품업자에게 권총 꺼내든 박태준 중령
뇌물로 설득하려는 납품업자에게 권총 꺼내든 박태준 중령
  • 박광수 논설위원
  • 승인 2023.09.13 21: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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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편- 포스코를 세운 철강왕 박태준 회장

비리는 일말의 용서도 불허
'철강제국' 강력한 신념 간직
숨질 때 모든 재산 사회기부
"포철인의 영원한 멘토"로 기억

한국 산업화 성공 신화의 상징인 박태준 회장은 생전 부를 축적할 기회가 많았으나 청렴하게 살았고, 사망 시 집 한 채도 남기지 않고 모든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고 간 청렴결백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포스코 그룹과 관련이 없는 일반 시민들도 그를 존경의 대상으로 추모한다.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안치된 박태준 회장의 묘지를 참배하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끊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 박 회장이 '진정으로 시대의 귀감이 되는 인물'로 평가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그가 군인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 일어난 일화 하나를 소개해본다.

당시 청암의 숙소로 낯선 남자가 찾아왔다. 그 남자는 군대에 물품을 납품하던 업자로서, 납품과 관련해 여러차례 비리를 저질렀다는 소문의 주인공이었다. 자신의 비리로 인해 더이상 사업을 할 수 없자 몸소 청암이 있는 곳에 찾아왔던 것이다. 그는 청암을 보자마자 머리를 조아리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납품 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당신께서 전후사실을 파악하시면 제가 헛소문으로 억울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라고 읍소했다.

그러자 청암은 버럭 고함을 지르면서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소? 당신이 평소 부정한 일을 하니 소문이 떠도는 것이외다! 얼른 돌아가시오"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지난 1984년 4월 1일 박태준 회장의 '세계 최고' 철학과 선진국의 꿈을 담은 제1호 기성으로 선발된 연봉학 기성보가 박태준(가운데) 회장 고준식 사장과 함께한 기념 케이크를 커팅하고 있다. / 포스코
지난 1984년 4월 1일 박태준 회장의 '세계 최고' 철학과 선진국의 꿈을 담은 제1호 기성으로 선발된 연봉학 기성보가 박태준(가운데) 회장 고준식 사장과 함께한 기념 케이크를 커팅하고 있다. / 포스코

이에 납품업자는 "정말 억울합니다. 저도 중간 소개인 한테 속은 겁니다. 물품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 저의 책임이지만, 이 바닥에서는 업계의 관행상 서로 믿고 거래을 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오니 한번만 눈감아 주십시오"라고 돈을 주며 설득했다.

결국 청암은 "야, 이 새끼야, 좋은 말로 할 때 내 앞에서 빨리 나가" 라고 눈을 부룹 뜨고 다시 한번 더 큰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납품업자는 굴하지 않고 "박중령님, 다 저의 잘못입니다. 향후에는 절대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사오니, 저도 일가족이 있으므로 한번만 봐 주십시오. 이번 건만 눈 감고 저의 뒤를 봐주시면 저는 당신을 평생 은인으로 알고 뒤를 돌봐 드리겠습니다. 이게 다 세상 살아가는 이치 아닙니까? 절대로 후회하지 않도록 해 드릴 것을 약속합니다"라고 말 했다.

그리고 하소연을 끝낸 납품업체 사장은 자신의 품에서 두툼한 흰 봉투를 꺼냈다.

이 모습을 본 청암은 눈에 불을 켜며 자신의 품에서 작은 권총을 꺼냈다.

그러고는 "야, 이 부패로 물든 자식아, 그 더러운 돈 가지고 당장 꺼져. 내 권총으로 쏘아 죽이기 전에 다시는 우리 군부대 근처에 나타나지 말라"고 소리질렀다.

이 사건을 겪은 후 해당 업자는 청암이 있는 곳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박 회장의 청렴결백한 인생 일면을 드러내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그는 평생 청렴에 대한 강직한 신념을 관철하는 삶을 살았다.

이런 청암의 인생 철학이 담긴 포스코의 환경 아래에서 근무한 전현직 포스코인들은 그의 고향 부산시 기장군에 박태준기념관을 세웠으며, 회사의 지원 없이 구성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건물을 세웠다.

기념관 완공 후 포스코 임직원들은 "우리들은 왜 박태준 창립회장을 기억하는가?"라고 하면서 "우리 포철인들의 영원한 멘토가 바로 박태준 회장이다"라고 이구동성 한마음으로 존경을 표했다.

"포스코의 성공과 제철보국, 이것이 내가 이 땅에 태어난 의미다. 포항공대는 국가의 백년대계이고, 이를 통해 나오는 과학기술은 국부의 원천이다.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화해, 영호남의 화합(포항, 광양) 우리들 시대의 정신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한다.

청암 박태준 회장이 걸어온 인생 길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박 회장은 역사와 시대라는 도전 속에서 거대한 짐을 짊어지고 흐트러짐 없이 인생을 살며 지금의 금자탑을 세운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공(功)의 거대함만을 기억하는 것은 그를 진정으로 기념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박 회장의 위대한 업적에는 그 업적 속에 내재된 '개척정신'이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를 잘 알고, 기억하고, 무형의 사회적 자산으로 활용 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 최고의 철강왕 박태준'이라는 저서에는 "나 박태준은 대한민국을 사랑했고, 제철보국이라는 단어 한마디로 한국이라는 국가에 이 한몸을 바쳤다"라는 찬사의 문장이 있다. 미국에는 철강산업 성공으로 부를 축적한 철강황제로 불리는 카네기가 있다. 하지만 미래의 한국인들은 짧은 시기에 한국을 '철강제국'으로 만들고, 세계를 놀라게 한 청암을 마음속으로 영원히 간직 할 것이라고 본다.

기획 연재

 

박광수 경남매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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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6 20:23:24
돈은차고 넘치니 객기라도부러야것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