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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당 도철(道徹)화상 원적에 붙임
조인당 도철(道徹)화상 원적에 붙임
  • 경남매일
  • 승인 2023.09.0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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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김기원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8월 30일 조인당 도철화상이 원적하였다는 슬픈 소식을 청량사 도혜스님을 통해 받았다. 하늘이 무너질 만큼 놀랄 일이고 애통한 이별이다. 인간의 이별은 슬픔도 기쁨도 창조하는 어언이다. 필자에게는 지주 같은 분이었다. 그렇게 쉽게 원적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느냐.

2023년 5월경 전화로 안부를 물었더니 "요즘 병원에 자주 간다"고 했다. 나는 "몸조심하소서"라고 말했다. 스님은 "그래, 여가가 있으면 한번 왔다 가라" 이에 나는 "예"라고 대답은 찰떡같이 하였으나 그동안 삶에 시달려 못 가다가 오늘의 애통함을 맞았으니 마음 아프고 슬픈 일이로다.

인간은 100세 삶을 기대하지만 이는 꿈과 같은 일 같다. 현실의 냉정함을 새삼 느낀다. 눈물을 쏟아 강물로 만들어도 그 슬픔을 어찌하랴.

조인당 도철화상님! 어디로 가시고 어디에 계시옵니까. 이러한 나의 외침이 도설천 내원궁까지 들릴까? 평소 필자는 봉사활동을 통하여 사람이 이 세상을 영원히 떠나는 모습을 보았다. 내 어머니께서는 죽음을 미리 준비하시고는 "내 몸에 주사약을 투입말라"고 하셨다. 그러시곤 조용히 떠나신 그 어머님의 모습과 말씀이 생각난다. 조인당 도철화상은 나의 대학 생활 40여 년 동안 은혜를 주신 스님이다. 내 삶에 가장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 또 무엇인가 기획하는 것이 있을 때 제일 먼저 의론하면 고민을 풀어주었던 조인당 도철화상 님이 원적하였다는 소식이 너무 싫었다.

그렇게 많은 어언에 원적은 죽음이 아닌가? 필자는 이런 시어를 외쳐 보았다.

임이여, 가시라 가시리까/ 그렇게 훌쩍 떠나가시리까/ 녹차 한잔 마시고 가시랄까/ 인간방생의 인연 어디두고/ 가시라 가시나요/ 오시리 언제 또 오시리까/ 멀고 먼 그 길 조용히 가시옵소서.

그러나 순간마다 생각나는 지난날을 곰곰이 뒤돌아보았다. 필자는 스님을 1965년경 처음 만났다. 화엄사 주변의 조사를 갔을 때 스님은 화엄사 경내의 안내를 해줬고, 사자탑과 부모은중경을 비교하며 설명했고, 동헌 대종사를 접견할 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그때 나는 대종사가 친히 쓴 묵필 몇 장을 받아 보관했다. 그런 인연이 업이 되어 이후 스님과 나 사이에는 더 가까운 대화의 길이 열렸고, 이는 진주지역 사람들이 화엄사를 많이 찾는 계기가 되었다. 화상은 한국불교 포교에 웅변술을 접목하여 불교 포교사업에 희망을 주었고 한국불교웅변회라는 조직을 더 활성화하여 전국에 한국불교웅변회 지부를 개설하기도 했다. 또한 불교 포교사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기관과 연계하기도 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불교 포교에 웅변을 접목한 선구자였다. 즉 한국 불교웅변의 발전과 불교 포교에 촉매제 역할을하였다.

게다가 미국을 건너가 한국 사찰 문화를 처음 영상화시켜 소개하고 보급한 노력도 인정받아야 한다.

또 필자가 금정중학교에 있을 때 동산 대종사(東山大宗師)로부터 받은 감로(甘露)란 호칭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었는데, 이와 관련하여 1989년 10월 어린이 심장병 108명의 무료수술을 계획할 때 스님에게 조언을 하니 대한불교감로심장회가 창립되었다. 감로심장회는 225명의 어린이에게 무료로 심장병 수술을 해줬고, 서부경남 일대 초등학교를 순회하며 어린이 심장병 검사를 했다. 화상은 여기에 큰 업적을 이뤘다.

또한 청담대종사가 살아 계실 때 나는 "만고광명(萬古光明) 정신을 광명하라"라는 말씀의 뜻을 몰랐는데, 화상의 조언을 듣고 어렴풋이나마 그 참뜻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나는 365명이 안과 수술을 하는 데 도움을 줬고, 10800명에 안경을 지급한 '새생명광명회'를 창립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여기에 조인당 도철화상은 "나도 회원이 되겠다고" 자칭하여 앞장서 홍보하였고, 회비를 보내주셨다. 이로 인해 600여 명이 '광명'을 얻었고 새생명 광명사업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사연에는 말하는 것 이상으로 슬픔이 담겨 있다. 지금 나의 안타까운 마음을 무엇으로 표현할까.

부디 조인당 도철화상께서 인연의 과보를 다 벗고 극락왕생하시기를 고개 숙여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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