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3 02:42 (토)
"초심으로 돌아가 '교학상장' 자세로 묵향에 젖어야죠"
"초심으로 돌아가 '교학상장' 자세로 묵향에 젖어야죠"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3.08.31 2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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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식·이갑례 부부

< 서예가 >< 동양화가 >
양산서 두 번째 부부서화전 개최 '선정기심' 소개
황 작가 서예 40점·이 작가 그림 40점 부부 정진 표상
유년 시절 서당서 서예·한학 배워 평생 공부 힘써
붓 잡고 밤 지새워도 피로한 줄 몰라 '서도 일념'
재능기부로 건강한 노년 생활 이어가며 건강 다져
무림 황재식 서예가·일지 이갑례 동양화가 부부
무림 황재식 서예가·일지 이갑례 동양화가 부부

"부부가 고희를 맞았지만 아직도 귓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인생 학문의 깊이가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부부는 늘 초심으로 돌아가 가르치며 배우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한번 선정기심(先正其心)을 다지고 땅에 떨어지고 있는 도덕을 회복하고 메말라가는 정서 함양에 작은 재능이지만 사회에 일조했으면 합니다"

두 번째 부부서화전 양산문화회관에서

지난 8월 25일부터 30일까지 양산시 중앙로 양산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고희를 기념해 부부서화전을 마련한 무림(茂林) 황재식 서예가·일지(一芝) 이갑례 동양화작가는 전시회 마무리 소감으로 '선정기심'을 소개했다. '선정기심'은 사서삼경 중 하나인 대학의 8조 목 가운데에 등장하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에 수록된 구절이다. '욕수기신자 선정기심(欲修其身者 先正其心)'은 자기 자신을 수양하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마음을 바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황 작가는 글귀로 자신은 물론 사람들이 정신 수양을 통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가 더없이 온유(溫柔)한 세상이 되기를 염원한다.

양산문화예술화관 전시실에서 테이프 컷팅식을 하고 있는 모습.
양산문화예술화관 전시실에서 테이프 컷팅식을 하고 있는 모습.

양산 전시회에는 서예 40점·그림 40점 전시

황재식·이갑례 부부의 부부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첫 번째 부부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다. 두 번째 양산 전시회에는 황 작가의 서예 작품 40점, 이 작가의 그림 40점 등 모두 80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이번 전시는 이들 부부에게는 그동안 서예와 수묵화에 정진하면서 문화 예술적 동반자로서, 부부가 함께 작품 활동에 걸어온 길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전시가 됐다.

황 작가, 정신 정진 닮은 고전, 캘리작품 전시

특히 이번 전시에는 황 작가의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작품 곳곳에 배어 있는 작품이 대거 전시돼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 "나무는 고요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봉양하려 하나 어버이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뜻인 '수욕정이풍부지 자욕양이친부대'(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과 "성급하게 서두르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적은 이익에 눈이 어두우면 큰일을 이루지 못한다"는 '욕속즉부달 견소리즉대사불성'(欲速則不達 見小利則大事不成),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상선약수'(上善若水), "겸손하면 덕이 있다"(겸즉유덕·謙則有德), "서로 뜻을 맞추어 사랑하고 화합하며 살자.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이 사랑이라", '청춘은 보석이다 맘껏 뽐내라', '우리는 단 것만 먹어서 쓴맛을 모르고 울 엄마는 쓴 것만 먹어서 단맛을 모른다' '꽃보다 아름다운 당신', '바라만 봐도 넘 예쁜 여보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이 사람아 뭘 고민하나 다 바람 같은 거야' 등 마음과 몸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고 삶에 활력을 주는 주옥같은 경귀, 글귀를 소개했다. 바람직한 삶과 인의예지를 추구하고 인간답게 사는 것에 대해 궁구해 온 황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논어를 비롯해 귀감이 될 수 있는 내용의 한문서예 글씨체와 캘리그라피를 곁들인 작품들을 선보였다. 회화적 느낌이 강한 캘리그라피에서는 시대의 흐름을 읽는 다양한 창의성이 돋보였다.

이갑례 작가, 수묵화 정수 작품 전시

대학에서 수묵화를 전공한 이갑례 작가의 전시에서는 '신록' '설경' '향기' '추경산수' '운림산방' '봄의 향연' '추정' 등 다양한 산수화와 정물화가 전시됐다. 특히 동갑내기인 이 부부의 사랑과 화목을 담은 작품 '동경부부유사연'(同庚夫婦惟斯筵·동갑이 되는 남편과 아내가 또 누가 있냐)과 '가절'(佳節)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동경부부유사연'은 나무 위에 앉은 두 마리의 새 꽃을 바라보는 모습을 담아 서예와 그림에 정진하는 부부의 아름다운 마음을 담았다. '가절'은 9마리 새가 나무 위에 나란히 앉아 있는 정겨운 모습을 담았다. 작품 설명으로 '봄날은 가족과 함께하니 최고의 행복이라'는 글귀가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이 작가 역시 '가절'을 소개하며 부부의 사랑을 원천으로 한 행복한 가정의 모습에 흐뭇해했다. 부부가 작품을 통해 이해하고 교감을 통해 서로의 발전과 성장을 돕는 일은 많은 사람에게 본보기가 된다는 점에서 전시 전부터 의미 있는 전시라는 소문이 났다고 한다.부부는 노인복지회관 등지에서 서예 교실, 수묵화 교실 등을 운영하며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특히 이 작가는 장구와 라인 댄스 등 다양한 장르에서도 재능을 기부하며 건강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황재식·이갑례 부부가 단상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황재식·이갑례 부부가 단상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서당 동자 50대에 다시 붓을 들다

황 작가는 늦깎기 서예가다. 황 작가의 고향은 경북 경주시 외동읍 죽동리이다. 신라의 고도인 경주에서 성장한 작가는 일찌감치 유년 시절부터 경주 심강서당에서 한학을 배우고 서예 익히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난 2016년 부산 동아대학교 경영학과를 진학하면서 외지를 나온 황 작가는 2009년 목재사업에 뛰어들면서 한동안 붓을 들지 못했다. 사업 성공 후 잊고 있었던 서예에 다시 심취하게 됐다. 지난 1998년께부터 김해시 진영읍 진재 이성곤 선생에게 사사를 받았다. 50대 중반에 들어선 황 작가는 붓을 다시 들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서예에 흠뻑 빠져들었다. 지난 2016년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초대전, 해외 초대전 등 지금까지 100회가 넘는 전시를 했다. 2000년 초부터 목재 공장이 있는 김해시 한림면 인근인 진영시도시로 부산에서 거처를 옮기면서 김해에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과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목재 공장 경영을 자식들에게 맡긴 부부는 오로지 붓과 씨름하며 작품 활동에 정진해 왔다. 특히 황 작가는 지난 30년간 서예인의 외길을 걸어오면서 그의 성품처럼 작품의 면면에는 고전의 원문을 탐독한 자강불식의 향기를 고스란히 담았다. 상실해 가고 있는 우리의 미덕을 황 작가의 글씨를 통해 소환되고 있다.

한윤숙 (사)한국서가협회 이사장은 "작품에 인격과 품성이 그대로 발로 된다. '무릇 글씨는 그 사람을 닮는다(書如其人)'"며 황 작가의 고매한 인품을 소개했다. 황 작가는 유소년 시절 경주 삼강서당에서 수학한 이래 꾸준히 한학을 하면서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근본이 수신(修身)과 제가(齋家)에 있음을 몸소 실천해 왔다. 황 작가는 서예는 단순히 붓을 들어 쓰는 행위가 아니고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으로 수신(修身)을 강조한다. 마음과 행실을 바르게 닦아 수양을 통해 자신과 자신의 서풍을 완성한 황 작가는 여전히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자세이다. 황 작가는 '고희(古稀), 종심(從心)에 '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七十異從心所慾不踰矩·일흔이 돼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경구에도 "아직 귓문이 열리지 않았다"며 겸양지덕을 보이고 있다. 작가의 성정이 보이는 대목이다. 항상 초심으로 돌아가는 '교학상장'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 조철제 경주문화원장은 "결코 속된 겉멋을 부리지 않고 서법에 충실한 작품에서 우직하면서도 겸손한 인품의 향기가 느껴진다. 글씨의 실질을 추구하고 고졸(古拙)을 중시하며 전일(專一)한 자세를 잃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서예가"라며 황 작가를 평한다.

무림 황재식 서예가는 대한민국서예전람회 초대작가, (사)한국서가협 경남도지회 수석부회장, (사)부산서예전람회 초대작가, 탁마서학회 회장으로 대한민국창작미술대전 대상 등을 수상하고 개인전과 한·중·일 국제서화교류전 등에서 전시 및 여러 해외초대전을 가졌다. 일지 이갑례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교육 수묵화 전공, 한국예술문화협회 은상, 한국미술제 대상 등을 수상, 한국미술제 초대작가, 대한민국 미술협회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양산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마련된 황재식·이갑례 부부가 부부서화전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양산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마련된 황재식·이갑례 부부가 부부서화전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마부작심'을 먹갈고 붓잡아 '백수 부부전' 고대

묵향이 좋아 먹을 갈고 묵향에 젖어 붓을 잡고 스스로 좋아 밤을 지새워도 피로한 줄 모르고,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마부작침(磨斧作針)의 심정으로 서도의 길을 걷고 있는 무림 황재식 서예가는 개인전을 통해 세상에 마음의 양식을 선물하기로 했다. 골프채 대신 붓을 잡고 술잔 대신 연적을 들었다는 황 작가는 오늘날 혼탁한 세상을 염려한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는 작가는 단지 서예가라기보다는 고전과 한자에 통달한 학자다. 심력을 기울여 서예공부를 하였다는 그는 붓을 잡듯 인생에서도 즐거움과 멋을 아는 멋진 지식인이면서 예술인이다. IMF 때 사업 실패 후 마음을 비우면서 하루 13시간 이상 고전공부와 서예에 몰입한 작가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황재식·이갑례 부부 작가의 백수부부전(白壽夫婦展)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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