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3:58 (일)
나족 보행 <裸足 步行>
나족 보행 <裸足 步行>
  • 경남매일
  • 승인 2023.08.28 2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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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동그라미심리상담센터장
이영조 동그라미심리상담센터장

수년 전 우연히 보았던 건강 관련한 TV 방송으로 기억한다. "저는 유방암 진단을 받았어요." 자신의 병력을 커밍아웃한 여성은 현직 의사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화면에 비친 그녀는 맨발로 산길을 걷고 있었다. 눈이 살짝이 덮여있는 산길이었다. 주변에는 동호인으로 보이는 남녀 수 명이 모두가 맨발인 채로 기자의 카메라에 노출되었다. 암 환자라는 수심조차 얼굴에 드리워지지 않고 맨발인 채로 건강하고 밝은 표정을 지은 그녀의 말은 간결했다. "제가 암에 걸렸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낙심은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았을 거예요. 똑같은 두려움을 느꼈고, 많은 불안한 상상이 일상의 발목을 잡았지요." 마음을 다잡은 그녀는 일반적인 암 치료 절차를 따랐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1차적 처치로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그녀는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맨발 걷기를 시작했다. "7년이 지났는데 암이 재발하지도 않았고, 전이도 없었어요, 암 진행 여부에 대해서 검사는 받지 않았지만 지금 이렇게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은 나았다는 거 아닐까요?."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녀에게는 맨발로 걷는 행위가 몸에 좋은 보약이 되었던 것 같다.

다음 날 나는 맨발 걷기에 도전했다. 건강에 좋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도 있었고, 얼마나 좋은지, 어떤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신발을 벗기까지 많은 갈등이 일었다. "혹시 바닥에 못이나 유리라도 있으면, 그래서 발을 다치면 어떻게 하지." 두려움이 실천 용기를 이기는 순간이다. 신발 벗기를 포기하고 그냥 걷기로 했다. "맨발 걷기를 하지 않고도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았지 않은가." 나의 마음은 결심을 실천하지 못하는 나약함을 정당화시키고 있었다.

걸으며 생각했다. "그렇게 두렵냐." 스스로 자신 없는 행동을 꾸짖고 "해보자"는 새로운 결심을 한 후에야 신발을 벗을 수 있었다. 첫발을 내딛는 순간 수십, 수백 개의 못이 동시에 발바닥을 찌르는 것과 같은 통증이 종아리를 타고 밀려 올라왔다. 한 발 내딛기가 힘들어서 잠시 제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걷기를 작심하고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엉거주춤한 자세로 걸음을 옮기며 연지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지금은 산행에 도전하고 있다. 거제 저도 청해대로 불리는 대통령 별장 관광에서도 맨발로 투어를 했다. 저도를 찾은 상춘객은 통행로를 발 디딜 틈도 없게 만들었다. 그 속에 끼어 신발을 벗어들고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관람과 사진 촬영에 몰입한 사람들 발에 밟혀 잠시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있지만 새로운 도전을 한 기분 좋은 추억으로 기억된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일은 어려움이 따른다. 마음의 결정이 있어야 하고. 실천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잘 될까에 대한 두려움도 극복해야 한다. 일단 시작하고 나면 두 번째, 세 번째 행하는 것은 심리적, 신체적으로도 쉬워진다. 막상 시도해 보면 걱정했던 만큼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내담자와 맨발 걷기를 했다. 선뜻 신발 벗기를 주저하는 학생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발 다칠 염려 없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한마디를 던지고 성큼, 성큼 앞으로 걸어 나갔다. 잠시 망설이던 학생이 얼굴에 두려움 반, 고통스러움 반을 담은 표정을 지으며 뒤따라왔다. 걸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주에 상담실에서 마주한 학생에게 물었다. "지난주 맨발 걷기를 한 소감이 어때?" "무슨 일을 하려면 늘 망설였는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뤄낸 성취감이 자신감을 고양시켰을 것이다.

생로병사에서 맨발 걷기는 혈압안정, 혈관건강 증진, 근육량 증가, 스트레스 완화, 혈액순환 촉진의 효능이 있다고 조사자료를 내놓았으니 나족 보행, 망설일 이유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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