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07:23 (일)
'낙원' 잃은 지구 향해 '공존'의 시선 보내다
'낙원' 잃은 지구 향해 '공존'의 시선 보내다
  • 박경아 기자
  • 승인 2023.08.27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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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혜 개인전' 김해 갤러리공감 30일까지
환경·인간 통한 3개 주제 나눠 36점 전시
"환경문제 인식·공감하고 소중함 새겨야"
화가이자 시인인 정경혜 작가
화가이자 시인인 정경혜 작가

고즈넉한 어촌, 허름한 배 위에 갈매기 한 마리가 앉아있다. 바다를 응시하는 갈매기의 시선은 우울하고 지쳐 보인다. 갈매기 시선 위로 사람의 눈길이 흐른다. 정경혜 작가의 작품 '어디쯤 가고 있을까' 앞에서 관람객은 걸음을 멈추고 응시한다.

김해 갤러리공감에서는 지난 17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제10회 정경혜 개인전 '자연의 빛과 숨결을 찾아서, 숨'을 펼친다. 전시회는 '상생'과 '낙원' 등 36점을 전시하며, 3개의 주제로 나뉜다.

그 첫 번째는 '환경의 소중함'을 모티브로 아크릴과 수채화 등으로 자연을 사실주의적으로 표현했다. 두 번째 주제는 '생각하는 가치'를 담아 초현실주의 구상으로 펼쳤다. 세 번째는 '투게더, 낭비하지 않는 삶'을 담고 있다.

정경혜 작가는 한국미술협회, 김해미술협회, 김해국제비엔날레 운영위원, 금벌미술작가회, 국제예술교류협회, 김해수채화협회, 남명문학회, 신정문학문인협회, 김해문인협회 회원을 역임하고 있다. 시집 '그것마저 찬란한' 등 작품을 통해 시인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는 다양한 전시를 통해 작품세계를 알린 중견작가다.

정경혜 작가의 '낙원'/116.8x81.0㎝/Acrylic on canvas.
정경혜 작가의 '낙원'/116.8x81.0㎝/Acrylic on canvas.

첫 주제인, 환경의 소중함을 담는 작품 '낙원', '어디쯤 가고 있을까?', '봄이 오는 소리', '그리운 품', '고래의 꿈', '생명의 숨결' 등은 자연의 빛과 있는 그대로의 풀, 바다, 파도, 나무, 꽃 등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굽이굽이 산릉선으로 흘러가는 구름이 인생이라면/말 없는 그대의 품속에 안겨 비 되어 강 되어 바다 되어 무지개 되리/그대 품속으로 뛰는 맥박의 음절들 메마른 대지에 피어나는 꿈이 되리-금빈 정경혜의 자연의 품 속 중에서' 그의 시는 자연과 삶을 노래하는 작품이 많다.

작품 '낙원'은 풍요롭고 화려하며 아름다운 자연 속의 주인공으로 배치된 아담과 하와의 모습을 통해 자연 본연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있다. 캔버스에 가득 찬 꽃과 나뭇잎, 곳곳에 그려진 호기심 어린 동물의 눈빛이 관객에게 유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 작가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려낸 수채화 '그리운 품'은 둥지 안 새끼를 돌보는 어미 새의 모정을 통해 자연의 크고 깊은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고래의 꿈'은 바다에서 고래 두 마리가 뛰놀며 즐거워하는 그림이다. 작가가 어린 시절 순수한 동심으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순간을 고래의 뛰어오름으로 상징화했다.

작가는 "고래 한 마리가 품는 이산화탄소는 1500그루의 나무를 심은 효과와 맞먹는다. 생명의 숭고함을 넘어, 고래는 다음 세대를 위한 환경과 직결되는 소중한 존재다"라고 밝혔다. 그는 환경, 기후에 대해 깊은 통찰을 가지고, 작품을 그려내고 있다. 두 번째 주제 '생각하는 가치' 작품으로는 '무제'(I'am…), '날개의 무게', '흔들리는 영혼', '눈물의 의미' 등이 있다. 병들어 가는 지구를 거대한 눈을 가진 여인의 눈물로 나타내는 '눈물의 의미'는 심해를 메우고 있는 비닐, 미세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지구가 병들고 죽어가는 현실을 보여준다. 여인으로 형상화된 지구는 그 아름다운 원형을 잃고, 말없이 눈물 흘린다.

정경혜 작가의 '무제'(I'am…)/80.3x116.8㎝/Mixed media on canvas.
정경혜 작가의 '무제'(I'am…)/80.3x116.8㎝/Mixed media on canvas.

초현실주의 작품 '무제'(I'am…)는 한 사람이 긴 터널 너머를 응시하며 서 있는 뒷모습을 보여준다. 터널은 시간과 아름다운 빛이 공존한다. 관람객은 그림 속으로 초대돼 돌고 도는 시간과 역사를 마주한다. 작가는 터널 끝 거울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자아를 상징적으로 전하고 있다.

'날개의 무게'는 업사이클링 작업을 통해, 편리함과 행복을 상징하던 1회용품이나 상품의 포장 등이 다음 세대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날개처럼 한없이 자유롭게 느껴지던 1회용품은 쓰레기가 돼 지구를 병들게 하고, 훗날 태아의 호흡조차 힘들게 함을 그리고 있다.

정경혜 작가는 처절하게 지구를 뒤덮는 쓰레기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세 번째 주제 '투게더, 낭비하지 않는 삶'은 자연환경의 실천으로 이루는 아름답고 풍요한 삶을 그린다. '상생', '나를 살게하는' 등의 작품은 그가 고안한 사이드 나이프 기법을 통해 풀어낸 비구상 작품으로, '상생'은 우주라는 공간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모든 것을, 색상과 구도를 통해 균형 있게 표현해내고 있다. 그는 '아브락사스', '치유', '생의 흔적', '공존' 등의 작품을 통해 자아 성찰을 통한 자연과의 공존을 제안한다. 근본적으로 그의 전시회는 '함께'라는 메시지가 강하다.

정경혜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다음 세대를 생각하면 환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의 숙제다. 환경에 대한 소중함과 문제 인식,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시회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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