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00:38 (일)
캔버스 위 양귀비꽃 '삶의 위로' 피우다
캔버스 위 양귀비꽃 '삶의 위로' 피우다
  • 박경아 기자
  • 승인 2023.08.24 22: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희 작가 개인전
김해 갤러리나무서 40점 선봬
아트코리아 미술대전 수상작
수채화 순수 기법 주제 등 부각
이상희 작 `기다림`/watercolor on paper/20호/72.7×53.0/2023.
이상희 작 `기다림`/watercolor on paper/20호/72.7×53.0/2023.

화려한 양귀비꽃이 피어난다. 중국 당나라 6대 왕 현종의 영혼을 마비시킨 경국지색 양귀비가, 캔버스 위 수채화로 태어났다. 나라를 망하게 했던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뿜던 양귀비꽃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위로`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김해미협에 위치한 갤러리나무에서는 지난 22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이상희 개인전 `당신에게 보내는 위로` 전이 펼쳐진다. 2023년 제2회 아트코리아 미술대전 우수상(한국미술협회 이사장상)을 수상한 `기다림` 외 40점이 전시되고 있다. 행사는 이상희 작가의 첫 전시로 배경에 쓰인 아크릴 외 일체의 다른 재료를 쓰지 않았다. 수채화 특유의 물 번짐과 농도 차이를 통해 소재와 주제를 부각시킨 그의 작품은 수채화 순수 기법을 살리고자 하는 작가의 바람이 잘 담겨있다.

이 작가는 지난 2008년부터 그림 공부를 시작한 실력파다. 그림이 좋아 시작한 그는 한동안 그림을 내려놓고 살며, 지속적으로 그림에 대한 갈증을 느껴왔다. "다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내 삶은 말 그대로 제2의 인생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내 안의 열정을 모두 쏟아부어 그림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공백의 세월을 통해 얻은 삶의 원숙미가 작품에 투영돼, 이전 작품보다 더욱 발전된 것을 느낍니다." 작가는 다시 그림을 시작한 1년 반 동안 그간의 삶의 깊이를 그림을 통해 발현시키고 있다.

`순수_색의 향연`/watercolor on paper/10호/53.0×33.4/2022.
`순수_색의 향연`/watercolor on paper/10호/53.0×33.4/2022.

붉은 양귀비의 꽃말이 `위로`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작가의 그림은 양귀비의 매혹적인 자태 속에 살포시 내려앉은 순수함과 강인해 보이는 화려한 꽃잎 속 감춰진 외로움, 수줍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어려운 현실을 견디기 위해 잘 포장된 겉모습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오버랩하게 된다. 코로나와 경제 악화, 기후 위기 등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는, 자신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가 양귀비의 향기를 타고 흘러들어온다.

이 작가는 깨끗한 흰 배경에 피어나는 화사한 양귀비꽃 `순수_색의 향연`을 통해 양귀비가 주는 순수함을 강조했다. 마치 수줍은 여성의 미소처럼 구도를 절제하고, 선을 밀착시켰다. 아트코리아 우수상을 수상한 `기다림`은 그보다 훨씬 열정적이고 화려하다. 검은 배경은 꽃의 색을 더욱 부각시켜 불타는 듯한 빨강과 청초한 하늘빛, 귀여운 노랑, 순수한 풀빛, 활기 넘치는 주황색이 더욱 강하게 인식된다. "`기다림`은 더욱 공을 들인 작품입니다. 밑그림에 꽃 구도를 잡고, 색을 입히고 그 후 배경을 그리도, 다시 꽃을 마무리했습니다. 긴 시간 공들여 그린 작품이 상을 받게 돼 더 기쁘고 설렙니다." 이상희 작가는 작품을 통해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는 많은 이들이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전시를 본 강민주(김해 대성동ㆍ34) 씨는 "양귀비꽃을 보고 있자니 화려함 속에 왠지 모를 아픔이 느껴지네요. 순수하고 여린 꽃을 통해 작가의 메시지가 전해오는 듯합니다"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