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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범죄`로 핍박한 우리 삶
`동기 범죄`로 핍박한 우리 삶
  • 경남매일
  • 승인 2023.08.23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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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이상기후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자연의 역습으로 세계 곳곳에는 폭우, 폭염과 산불이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고 있다. 최근 UN 사무총장은 "지구가 끓고 있다"고 이상기후와 생존 문제를 지적했다, 극한 더위와 열대야 시대에다 태풍, 지진, 폭우 등 자연의 역습은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면서 기후 위기는 현실로 다가왔음을 실감케 하고 있다. 올해는 기후 위기를 체감하는 원년이 되고 있다.

이상기후와 함께 정신 이상자의 이상 행동이 두드러지고 더해지면서 우리는 큰 고난의 시대를 맞고 있다. 불행은 한꺼번에 온다는 말이 있듯이 이상기후에 이상 동기 범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폭염에 지친 사람들은 `묻지마 범죄`와 `살인 예고 글`로 심신을 힘들게 한다. 이들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우리 사회에는 불안감이 장막처럼 드리우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최근 잇따른 흉악범죄 예방과 처벌 대책을 제시했다. 당정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묻지마 흉악범죄 대책 마련 당정협의회`를 통해 `흉악범 전담 교도소`와 `범죄 피해자 치료비 지원` 등 흉악범죄 예방과 피해 대책을 논의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살해 예고 등을 처벌하는 공중협박죄, 공공장소에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흉기를 소지하는 것을 금지하는 공공장소 흉기 소지죄도 만들기로 했다. 당정은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 법안도 정부 입법으로 추진한다. 이날 검찰과 법무부는 흉악 범죄자에 대한 구형량을 최소 6개월, 최대 2년 상향하는 방안을 보고 했는데 최대치를 더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범죄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정신질환자 보호, 치안 강화, 정신응급합동대응센터를 전국 시도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범죄에 대응하는 경찰관의 면책 범위나 법률 지원도 늘리기로 했다. 당정은 자율방범대 지원 확대, 둘레길 등 범죄 취약지역 CCTV 확대도 추진키로 했다. 인권단체는 흉악범 전담 교도소 신설에 인간존엄 가치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묻지마 범죄`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등 정부가 나서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을지 및 제35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 잇따르는 흉악범죄와 관련해 "`묻지마 범죄`에 대한 치안 강화를 포함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경기도 분당 서현역 인근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력을 총동원한 초강경 대응을 지시했다. 경찰이 특별치안 활동에 나섰음에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등 흉악범죄가 이어지자 재차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경찰청은 지난 14일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에게 제출한 `이상동기범죄대책` 문건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살인, 상해, 폭행사건 중 `사회에 대한 적대감`이 범행동기로 파악된 사건은 64건, `제3자 대상 분풀이`는 861건으로 나타났다. 전체 925건 가운데 폭행 사건이 모두 554건이었다. 사회 적대감에서 비롯한 64건 중 단순 폭행이 38건(59.4%)으로 가장 많았다. 제3자 분풀이 사건 역시 단순 폭행이 507건으로 58.9%를 차지했고 폭행치상이 9건(1.0%)이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또는 길을 가다가 이유 없이 맞는 `묻지마 폭행` 사건이 올해 상반기 하루 평균 3.06건 발생한 셈이다.

영국 BBC 방송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폭력 범죄율이 낮은 것으로 유명한 한국에서 최근 잇따르고 있는 `묻지마식 범죄`를 조명했다. BBC는 한국이 서울 신림역, 성남 서현역 등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발생한 흉기 난동과 잇따르는 모방 범죄 예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묻지 마`를 알파벳 `Mudjima`로 표기했다. 한국 사회에서 `묻지마 범죄`라는 표현은 오래전부터 쓰여왔지만, 경찰은 2022년에서야 이를 공식적으로 `이상 동기 범죄`로 규정하고 대응 TF를 꾸렸다고 했다. BBC는 한국의 지난해 폭력 범죄 비율은 10년 내 최저를 기록했지만, 최근의 묻지 마 식 흉기 난동은 사회가 더 위험하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에서는 이제는 한국이 미국만큼 위험해졌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한국은 여전히 매우 안전한 나라라고 BBC에 밝혔다. 한국의 살인율은 인구 10만 명당 1.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이고 미국 살인율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다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BBC는 묻지마 흉기 난동 이후에는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적시한 살인 예고 글이 온라인에 잇따르고 있어 대중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고도 전했다. 예고된 흉악범죄 목록과 검거 여부를 알려주는 사이트까지 등장했고, 경찰은 이들을 검거하고 공공장소 순찰을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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