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6:54 (토)
공사장 가림벽이 삶을 위로하는 도시에 살고 싶다
공사장 가림벽이 삶을 위로하는 도시에 살고 싶다
  • 신정윤 기자
  • 승인 2023.08.20 2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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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도 지역주민 공감해야 효용
공공디자인 입힌 도시 매력 넘쳐
가림벽에 `김해피` 슬로건 적용해야
신정윤 사회부장
신정윤 사회부장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둘레길을 산책하면서 건축 공사장 가림벽이 눈에 들어왔다. 가림벽에는 인기 만화영화 마징가Z 로봇이 그려져 있었고 유명한 로마시대 철학자 키케로의 명언 "While there is life, there is hope"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김해시 건축 가림벽은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을 간략화한 그림과 설명들이 들어가 있거나 아무런 인쇄가 돼 있지 않은 곳도 있었다.

건축 가림벽 하나로 송파구와 김해시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 준다. 수도 서울과 지방자치단체인 경남도 김해시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건축 가림벽과 같은 공공디자인의 영역은 지자체장의 의지만 있으면 어떤 도시나 시도할 수 있다. 조례를 만들어 구체화하면 가능하다.

건축 가림벽에 공공디자인을 입혀 주민들에게 심미적인 요소를 추가해 걷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송파구 주민들은 산책로를 거닐면서 어린 시절의 만화영화 캐릭터에서 동심을 발견하고 유명한 문장 하나를 통해 희망을 떠올리고 있었다. 공공디자인이 주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서김해IC 입구에 상징 조형물은 야간에 화려한 조명까지 밝히며 김해의 우수성을 역동적으로 표현한다. 지난 2005년 10억 원을 들여 설치한 이 조형물은 봉황이 날개를 펼치는 듯한 모습으로 가야의 영광을 계승한 김해시의 약진을 나타낸다. 알을 품은 듯한 모습으로도 보이는데 알에서 태어난 가야 시조 김수로왕의 탄생 설화도 가미돼 있다. 문제는 이러한 도시경관이 지역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느냐다.

서울특별시는 `공사용 임시시설물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가림벽이 공사 현장의 날림먼지와 소음 방지 등의 기능적 요소에 더해 도시의 중요한 디자인 요소로서 기능하도록 법제화한 것이다. 송파구청 온라인 누리집에 `도시계획`을 클릭하면 `디자인송파`에 공공디자인 진흥계획이 뜨며 공사장 가림벽 디자인 매뉴얼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공사장 가림벽 하나가 도시의 매력을 배가시키고 그 도시를 살아가는 주민들도 자연스럽게 예술의 향기를 느끼게 된다.

이러한 예는 많다. 서울 숭례문이 불에 탄 뒤 복원할 때 가림막을 바코드로 연결 지어 역사성을 현재의 미래성으로 연결 짓기도 했다. 또 서울시청 신관 공사장의 가림막은 서울 시민들의 생활모습이 담긴 사진과 서울시의 경관사진, 인물 등 총 6만여 장의 사진을 디지털로 모자이크 처리해 서울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서울에 인구가 몰리고 지방 출신 젊은이들이 서울을 떠나기 싫어하는 것은 비단 좋은 직장과 같은 경제적 이유뿐만이 아니다. 공사장 가림벽 하나에서도 삶을 위로받는 문화 소프트파워가 큰 매력을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사장 가림벽은 지역주민에게 쾌적한 보행환경을 조성하며 도시 문화를 홍보하는 창구의 기능, 지역문화와 디자인을 융합해 궁극적으로 긍정적인 도시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김해시도 지난 2000년 김해만의 색깔을 만들기 위해 전국 최초로 도시디자인과를 신설해 창의성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디자인은 지역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해야 한다. 최근 김해시가 새롭게 만든 슬로건(Don`t worry, Gimhaeppy)을 공사 가림벽에 새겨 넣어도 좋은 도시 디자인이 된다. 김해 토더기 캐릭터를 그려 넣으면 금상첨화다. 김해시가 공사장 가림벽에 공공예술을 입히는 것을 적극 시도해 보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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