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23:48 (토)
이주민 치안 맡다 다문화학 공부…"다문화코드 연구해요"
이주민 치안 맡다 다문화학 공부…"다문화코드 연구해요"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3.08.17 21: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명송 경사 (김해다문화치안센터)
다문화 인터뷰
대학원 진학 박사학위 논문 준비
외국인 주민 나쁜 인식 안타까워
"나쁜 사람 있지만 나쁜 국가 없어"
"소통 노력, 인식개선 이뤄질 것"
7년간 근무 후 상동파출소 발령
지난 7일 김해 상동파출소로 발령받은 김명송 경사는 다문화를 깊이 있게 공부하기 위해 대구가톨릭대학교 다문화학과 진학 박사과정에 있다.
지난 7일 김해 상동파출소로 발령받은 김명송 경사는 다문화를 깊이 있게 공부하기 위해 대구가톨릭대학교 다문화학과 진학 박사과정에 있다.

오랫동안 김해 동상시장에서 외국 출신 주민들에게 그들의 언어로 정답게 인사를 건네던 김해다문화치안센터 김명송 경사가 지난 7일 상동파출소로 발령 났다. 지난 2016년 12월 센터 개소 때부터 이주민들의 크고 작은 불편함과 어려움을 해결해 주었던 그는 다문화학을 배우고자 대학원에 진학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주민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 공무원으로서 주민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는 있지만, 다문화를 학문으로서 깊이 있게 배우려는 그가 궁금해졌다.

김명송 경사는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다문화전공으로 박사학위(논문 준비 중)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공부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김해다문화치안센터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왜 이주민들에 대한 차별이 만들어질까?`에 대한 큰 의문이 들었습니다. 특히 김해는 김수로왕의 부인 허왕후가 인도의 아유타국에서 왔다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러한 다문화적인 코드가 있음에도 생활 한가운데 그러한 요소들을 인식하지 않는 것이 궁금했습니다."

그는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다문화에 관련한 새로운 정보를 알 수 있었고, 인식의 폭도 넓어졌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김수로왕 부부와 같은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구 `대명동`은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를 도와준 명나라 장군(두사충)을 기리기 위한 지명입니다. 그 장군은 조선에 정이 들어 대구에 귀화를 했고, 고국인 명나라를 생각하는 뜻에서 그가 살던 동네 이름을 `대명동`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도 우리를 도와준 많은 나라들이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러한 교육을 받지 않다 보니 본의 아니게 차별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에 이러한 다문화코드가 어디에 있는지 연구하고, 국제화시대 다양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관심이 있습니다."

그는 보이지 않는 차별을 이야기할 때, 출신국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이 사회적 인식을 다르게 하는 문제가 있다고 봤다. "아는 분이 베트남분이신데, 신분증을 2개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베트남 이름을 쓰고, 하나는 한국 이름이었습니다. 왜 2개를 쓰냐고 물어보니, 자녀가 학교에 갔다 오더니 엄마가 베트남 사람인 것이 들통났다고, 그것이 싫다고 했다는 겁니다. 우리가 창씨개명을 싫어했듯이, 이름은 그 사람의 정체성입니다. 이 어머니는 무엇을 잘못했을까요?"

이외에도 외국인 주민에 대한 이유 없는 혐오, 범죄에 대한 나쁜 인식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서도 우리가 그들을 `경험`해 보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김해 동상동은 외국 출신 주민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과거에는 피부색이 다른 데서 오는 거부감이 있었다면, 지금은 이들을 직접 겪어보면서 착하고 성실한 주민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범죄가 일어났을 때 언론에서 과잉보도의 잘못도 있다고 했다. 그는 "가끔씩 외국인 범죄가 일어났다고 하면 그들 전체를 나쁘게 인식하는데, 그것은 한 사람의 잘못을 확대해석한 전체주의적인 관점일 뿐입니다. 나쁜 사람은 있어도 나쁜 국가는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주민이 이주민과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려는 노력에서 인식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해다문화치안센터는 여러 별명이 있습니다. 다문화부동산, 다문화재판소, 다문화중재소… 왜 그럴까요? 선주민과 이주민의 대화를 위해 모든 창구를 다 열어두는 것이죠. 경찰의 제복을 활용해서 이들의 연대를 높이고, 갈등을 해소하는데 다문화치안센터만 한 곳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갈등이 있을 때 이들이 직접 대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이렇듯 그동안 서로 정보 공개, 소통과 교류의 장이 없어서 오해를 키운 것이지, 충분한 대화가 있다면 대부분 서로를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김명송 경사는 "상동파출소에 발령받은 이후 외국인노동자들이 점심, 저녁 시간에 돼지국밥 등 우리나라 음식에 익숙한 모습을 많이 보았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와 문화가 닮아가고 있는 현상이다"고 짚었다. 또한 "외국인노동자들이 없으면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며 현재 김해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가 7년간 몸담았던 김해다문화치안센터는 외국인 주민이 밀집한 외국인거리(동상동 로데오거리)에 위치해 있다. 방범 순찰 등 범죄 예방활동을 할 뿐만 아니라 상담 및 휴식공간, 이주민들의 각종 불편 해소, 선주민과 이주민의 소통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