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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와 몰락작전
오펜하이머와 몰락작전
  • 경남매일
  • 승인 2023.08.1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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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8월 15일, 광복절에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영화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이다. 1925년에 하버드 대학교 화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한 유태인 물리학자인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Julius Robert Oppenheimer)가 미국의 핵무기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계획(Manhattan Project)`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원자폭탄을 개발한 내용을 소재로 한다.

오펜하이머는 `원폭의 아버지`로 인정받았지만 훗날 공산당에 동조하고 소련과의 군비경쟁을 우려해 수소폭탄 반대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로부터 `빨갱이`로 몰리게 된다.

영화 `오펜하이머`가 7월 21일 북미를 시작으로 유럽ㆍ중남미 등 약 70개국에서 개봉후, 단 23일만에 전세계적으로 5억 7777만달러(약 7696억원) 매출을 올리며, 역대 가장 흥행한 2차 세계대전 영화에 등극했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우리나라에서는 15일 광복절, 중국에선 8월 말 개봉한다. 올해 히로시마ㆍ나가사키 원폭 투하 78주기를 맞는 일본에서는 아직 개봉에 대한 소식이 없다.

1945년 7월 16일, 미국 뉴멕시코 사막에서 `맨해튼 프로젝트`가 첫 원자폭탄(코드명 트리니티) 테스트에 성공했다. 이어 8월 6일과 9일, 일본 히로시마ㆍ나가사키에 투하된 두 개의 원폭은 20만 명의 피폭 사망자를 낳으며 일본의 패전을 앞당겼다.

핵폭탄 개발과 투하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뒤로하고, 핵무기 개발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가 없었거나 실패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일본이 원자폭탄을 맞고도 항복하지 않았다면 연합군은 준비된 대규모 상륙작전을 감행했을 것이다. 그 상륙작전명의 암호명은 `몰락 작전(沒落作戰)`, 영어로는 `Operation Downfall`이라고 불렸다. 이 작전은 크게 `올림픽 작전`과 `코로넷 작전`으로 나뉘었다.

올림픽 작전(Operation Olympic)은 1945년 11월 1일에 규슈 남부에 14개 사단 250000명의 육군과 90000명의 해병대, 지원을 위한 항공모함 42척을 시작으로 전함 24척, 400척 이상의 구축함, 수천 대의 상륙정 및 2000여 기의 항공기를 동원하는 작전이고, 코로넷 작전(Operation Coronet)은 1946년 3월 1일에 혼슈 지방에 720000명의 병력과 약 3000기의 항공기를 동원하는 관동 상륙 작전이다.

반면, 소련은 만주와 한반도 북부, 남사할린, 쿠릴 열도를 점령하기로 미국과 합의했고 개별적으로 홋카이도 진공도 준비했다. 미국은 몰락 작전 수행 시 소련의 일본 본토 침공을 지원하기 위해 `훌라 프로젝트(Project Hula)`를 준비해 상륙 및 관련 물자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맨해튼 프로젝트`의 성공과 원폭투하로 일본이 먼저 항복하는 바람에 대규모 상륙작전은 실현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일본과 연합군은 각자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된 것이다. 만일 상륙작전이 실행되었다면 연합군 사상자만 백만 명 이상, `1억 총 옥쇄`작전을 계획한 일본의 민간인 사상자는 예측조차 불가능했다.

오펜하이머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한다"는 모순적인 말을 남겼다. 영화는 원자폭탄의 상흔보단 오펜하이머란 한 인간의 고뇌를 비추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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