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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까지 온 유럽의 미세 플라스틱
북극까지 온 유럽의 미세 플라스틱
  • 경남매일
  • 승인 2023.08.09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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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현대인들은 겨우 150년 전에 발명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에 심하게 의존하고 있다. 플라스틱 용기 덕분에 웬만한 음식은 배달이 가능하게 됐다. 이렇게 편리한 플라스틱이지만 썩는데 250년 이상이 걸리므로 인류가 처음 만든 플라스틱이 어떤 형태로든 지구에 남아있게 된다.

매년 바다에 버려지는 800만t 정도의 플라스틱은 5㎜ 이하의 미세 플라스틱(microplastic)이 돼 바닷물과 바람에 실려 지구 곳곳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Science, 2015). 청정지역으로 알고 있는 북극도 예외는 아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북극의 특수한 환경과 만나면서 더욱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다. 북극의 해빙(海氷)은 계절에 따라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는데, 일단 미세 플라스틱이 북극해에 도달하면 바다가 얼어붙으며 만들어지는 해빙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해빙은 미세 플라스틱의 임시저장고 역할을 한다.

북극은 지구 전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얼음이 이 북극의 차가운 공기와 비교적 따뜻한 바다 사이에서 절연체 역할을 한다. 해빙은 바다의 온도가 북극의 차가운 기후를 망가뜨리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조절한다. 그러나 해빙의 균열이 증가하면서 더 많은 열이 새어나가고, 이는 북극 전체의 기후가 높아지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얼음은 더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북극해의 해빙이 수년간 플라스틱을 붙잡고 있을 수 있겠지만 기후변화로 해빙이 녹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 갇혀 있던 미세 플라스틱이 바다로 퍼져 나가는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제 환경학술지 `환경과 과학`(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2023)에 따르면, 해조류에서 폴리에틸렌, 폴리에스터, 나일론, 아크릴 등 10㎛보다 작은 미세 플라스틱 16종이 1㎥당 평균 3만 1000개 정도 발견됐다. 반면 해조류 주변 바닷물의 미세 플라스틱 농도는 1㎥당 평균 2800개로 해조류의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주변 해양보다 10배 이상 높은 것이 확인됐다. 북극의 심해는 더 심각하다. 퇴적물에서 발견되는 미세 플라스틱은 퇴적물 1㎏당 최대 1만 6041개에 이르는데,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농도다.

이 미세 플라스틱은 어디에서 왔을까? 최근 논문에 의하면, 라인강 등 유럽의 강에서 유입되는 플라스틱이 북극해 전체를 떠돌아다니며 북극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한다(Scientific Reports, 2022).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 플라스틱 입자는 노르웨이와 시베리아 해안을 따라 북극을 가로질러 그린란드와 캐나다에 이르는 넓은 호를 따라 약 10년 동안 두 개의 표류 경로를 따라 흐른다.

북극해가 전 세계 바다의 전체 부피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에 불과하지만, 강에서 바다로 배출되는 전 세계 물의 10% 이상이 북극해로 흘러든다. 북극해 연안 도시의 경우 적절한 폐기물 처리시설이나 하수 처리시설이 부족해 많은 쓰레기가 곧장 바다로 흘러든다.

다른 이야기지만, 기후변화로 북극의 해빙이 녹으면 극동에 있는 대한민국은 북극해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그러나 큰 재앙이 동반된다. 북극 근처 그린란드의 얼음이 다 녹기만 해도 해수면이 7m 이상 올라가서 우리나라 남서쪽의 해안 도시들은 대부분 물에 잠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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