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2:34 (일)
오페라로 승화시킨 `제주4ㆍ3` 순이삼촌
오페라로 승화시킨 `제주4ㆍ3` 순이삼촌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3.08.02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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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지난달 28일 오랜 장마를 끝낸 날씨는 폭염의 서막처럼 뜨거웠다. 그날 하루 날씨만 뜨겁지 않았다. 제주4ㆍ3의 아픔이 먹먹한 하루였다.

부산문화회관과 제주4ㆍ3평화재단은 지난달 28일 오전 부산민주공원에서 4ㆍ3창작오페라 `순이삼촌` 부산문화회관 공연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뜨거운 햇볕에서 `순이삼촌` 출연자들은 야외공연장에서 갈라쇼를 선보였다. 주요 출연진은 `순이삼촌`에 나오는 대표 아리아 3곡을 선보이는 특별한 무대를 마련했다.

화자 격인 상수 역의 테너 이동명은 `예나제나 죽은 마을`을 불렀고 이어 순이삼촌 역을 맡은 오페라 `순이삼촌` 예술총감독 소프라노 강혜명이 아리아 `어진아`를 들려줬다. `어진아`는 4ㆍ3 당시 희생된 아이들의 무덤이 있는 옴팡밭에서 그 곳에서 생을 마감하기 전 부르던 절규의 아리아이다. "어진아/오 내 아이들아/살아도 같이 살고/죽어도 같이 죽길 바랬다…."로 시작되는 `어진아`의 노래 소리는 7월의 민주공원을 숙연하게 했다.

세 번째 엔딩 합창곡은 `이름 없는 이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이름도 없이 죽어간 많은 이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노래다. 합창에는 할머니 역의 메조소프라노 최승현과 큰아버지 역의 베이스 함석헌, 고모부 역의 바리톤 장성일 등 5명이 함께 노래를 불렀다. 이들의 합창은 민주공원을 더 숙연하게 했다.

4ㆍ3창작오페라 `순이삼촌`은 제주시(제주아트센터)와 제주4ㆍ3평화재단이 공동 기획제작한 작품이다. 4ㆍ3이 금기시되던 시절 제주4ㆍ3을 세상에 널리 알린 현기영 작가의 소설 `순이삼촌`(1878)이 원작이다. 제주4ㆍ3의 아픔과 북촌리에서 벌어진 집단학살로 아이를 잃은 어미의 슬픔을 4막의 오페라로 표현한 `순이삼촌`은 원작자, 배우, 연출가 등 제주의 문화예술인들이 힘을 모아 대규모 오페라로 재탄생 시켰다.

공연에는 영상과 삽화, 낭송, 자막 등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해 웅장하고 섬세한 오페라와 세련된 뮤지컬의 연극적 요소가 다양한 공연예술에 복합적으로 녹아 들어있다. 제주 4ㆍ3의 역사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호평을 받으며 2022년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주최주관 `제1회 세상을 바꾼 콘텐츠-망각을 일깨운 콘텐츠상`을 수상했다. 4ㆍ3창작 오페라 `순이삼촌`은 지난 2020년 제주시 제주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초연을 시작으로 2021년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2022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공연에 이어 오는 19일 역사적인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순이삼촌` 부산 공연은 의미가 남다르다. 부산은 섬인 제주와 가깝다. 가까운 거리만큼 부산에는 제주도민이 많아 살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제작발표회장에서 강혜명 예술총감독은 "제주와 부산의 인연은 타지역 그 어떤 고장보다도 각별하다. 많은 제주도민이 부산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고 살아가고 있으며, 오랜 세월 동안 역사적으로도 많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부산공연은 부산시립청소년교향악단, 부산오페라합창단, 부산시립소년소녀합창단 등 제주를 넘어 부산 지역의 예술가와 공연단, 청소년들이 협연하면서 예술을 통해 4ㆍ3의 역사를 공감하고 세대를 이어가는 소통의 의미를 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제주출신 예술인으로서 시대적 아픔을 공감하고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예술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대한민국 최남단인 제주에서 일어난 엄청난 비극의 역사를 살아 움직이게 함으로써 많은 분과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예술적 시각으로 함께 나누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이념 논란이 있는 4ㆍ3을, 예술이 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4ㆍ3의 아픔을 조명하고 그 아픔을 승화시키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평화의 가치 혹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노력하는 것과 별개로 판단은 관객의 몫"임을 분명히 했다.

양진모 지휘자는 "`순이삼촌`이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창작 오페라로 공연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꾼다"며 "이번 무대가 역사적인 의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민족으로서 평화를 완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순이삼촌` 부산 공연은 오는 19일 오후 3시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아쉽게도 1회 공연으로 마감된다. 제주와 부산의 예술가 200여 명이 참여한다. 제주콘텐츠를 가져와 부산에서 협연하는 첫 사례다. 부산공연은 부산문화회관(대표이사 이정필)이 공동 기획하고, 부산제주특별자치도민회(회장 김대현)가 특별 후원한다. 전석 무료 공연으로 1200석은 티켓을 오픈하자마자 매진됐고, 추가로 200석 오픈을 준비 중이다. 아쉬운 것은 부산이 2번째 공연지가 돼 전국 공연을 여는 물꼬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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