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3 04:33 (목)
지역신문이 더 뛰어야 하는 이유
지역신문이 더 뛰어야 하는 이유
  • 류한열 기자
  • 승인 2023.08.01 2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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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지역신문은 각 지역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파수꾼은 언제 침투할지 모르는 도둑을 막기 위해 부릅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파수꾼이 밤에 잠을 자면 자신은 편하지만 도둑을은 살맛이 나,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며 귀중한 물건을 훔쳐 달아난다. 파수꾼이 게으르면 큰 문제다. 파수꾼이 제대로 역할을 못 하면 온갖 잡범들이 설쳐대고 사회 정의를 도통 볼 수가 없다.

지역마다 안고 있는 문제를 알리고 경고의 목소리를 내는 역할은 소중하다. 그 지역 정치, 경제, 문화, 사회의 제반 문제를 들춰내 알리고 지역주민의 반응을 전하는 일은 멈출 수 없다. 그래서 지역신문은 성실한 파수꾼처럼 밤에 망루에 올라 찬 이슬을 맞아야 한다.

지역신문이 권력인 시대는 지났다. 지역사회의 어두운 힘과 결탁해 되레 지역사회의 근심거리가 되는 시대도 아니다. 그렇지만 지역신문이 항상 청아한 소리를 낸다고 하기에도 어렵다. 열악한 재정 때문에 무리수를 두는 지역언론이 간혹 있어 사회문제를 일으킨다.

지역신문이 더 지역신문다워야 지역사회가 더 지역사회다워진다. 건물을 받쳐주는 기둥이 시원찮으면 건물이 언제 휘청거릴지 모르고, 쌓아 놓은 물건을 지탱시키는 버팀목이 썩으면 물건이 쏟아져 내린다. 지역신문은 기둥이고 버팀목이다. 매일 1면에 나오는 기사를 읽으면 기둥과 버팀목의 역할을 수행하는지 안 하는지를 알 수 있다. 각 지역신문을 펼치면 바로 그 지역의 중요한 일들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래서 지역 언론은 지역사회에서 상징성이 크다.

경남 지역에서 학교 무상급식 문제는 2013~2014년에 걸친 1년여간 빅이슈였다. 경남도가 무상급식 감사를 받지 않으면 급식비 지원을 할 수 없다고 말하고, 경남도교육청은 무상급식 감사를 받을 수 없다고 버텼다. 이후 무상급식이 중단되고 초등학생은 돈을 주고 밥을 먹었다.

무상급식 논란은 당시 홍준표 경남지사와 박종훈 경남교육감의 감정싸움까지 곁들여 치고받는 통에 전국적인 뉴스거리가 됐다. 두 사람의 공방이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논의에 기름을 붓는 꼴이 돼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게 당연하기도 했다.

지역신문은 홍 지사와 박 교육감의 일진일퇴를 소상하게 전하고 박 교육감이 "홍 지사로부터 급식 지원금을 안 받겠다"며 급식 논의 전면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홍 지사가 이후 급식 문제 해결을 위해 회동을 전격 제안하면서 갈등 해소의 물꼬를 잠시 텄다.

무상 급식비 지원 중단은 경남 교육 현장을 뒤흔들면서 끝없는 갈등 양상으로 치달았다. 이틀이 멀다하고 지역신문 1면에 게재된 무상급식 논란은 경남도민들에게 피로감을 던지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 사안을 보도하면서 도민들의 관심을 촉구하고 도민을 감시자로 등장시키는 데 지역신문의 역할은 컸다. 지역신문은 무상급식비 중단 사태를 놓고 사설과 해설기사로 또는 특집기사로 1년 넘게 엄청난 기사를 쏟아냈다. 무상급식 찬반은 급기야 지역사회를 양분시키고, 경남도와 경남교육청 두 기관의 앙숙 관계는 많은 사람의 한숨에서도 묻어났다.

지역신문이 되레 지역민들을 노엽게 하면 곤란하다. 지역민의 입장보다 지방자치단체나 기관을 대변하면 이런 일이 생긴다. 하지만 지역신문은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공공기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구석이 많다. 시ㆍ군 공고비나 광고비를 무시할 수 없고, 행사 때 도움받는 손길을 잊기는 힘들다. 자유롭지 못한 몸으로 자유로워야 하는 모순의 바닥을 딛고 파수꾼의 역할을 감당하는 지역신문이 한편으론 애처롭고 한편으론 대견한 구석이 있다.

아직까지 지역신문만큼 지역을 잘 감시할 수 있는 언론 매체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신문은 분발해야 한다. 아무리 다양한 뉴스매체가 인터넷상에서 떠서 왁자지껄해도 신문에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 신문의 역할에 대해 많은 위협을 받아도 지역신문은 이럴 때일수록 제대로 굴러가야 한다.

지역신문은 지역 이슈를 기획보도하면서 많은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녹여 담고 방향을 제시하면서 존재 목적을 빛내야 한다.

지역신문에 게재되는 지역 사회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소식은 지역 주민의 관심을 끌 때가 많다. 자기 가까이에서 일어난 일 일수록 눈길이 가는 게 인지상정이다.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사고를 알리는 의무를 게을리하는 지역신문은 별로 없지만 기본적인 활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쇠해지는 것처럼 기본 역할도 못하는 신문사는 지역에 발을 딛고 있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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