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6:43 (토)
화포천 습지가 우리에게 주는 것
화포천 습지가 우리에게 주는 것
  • 이수빈 기자
  • 승인 2023.07.26 2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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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빈 경제부 기자

화포천(花浦川)은 김해시 21㎞를 유유히 유람하는 김해의 대표 하천이다. 화포천은 김해시 진례면 신안리 대암산에서 태어난다. 진례와 진영의 논밭을 굽이굽이 거쳐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봉하마을과 만난다. 이내 물길이 머물고 습지가 나타난다. 이후 낙동강에 몸을 맡기며 걸음을 끝낸다.

화포천의 명칭은 `화산 자락의 포구 마을을 흐르는 하천`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낙동강 인근 한림면 안하리에 있던 산이 `화산`이었다. 이 마을에는 화산에서 이름을 딴 `화성포`라는 포구가 있었다. 시간이 흘러 화성포의 `성` 자가 사라지며 `화포`라는 지명이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예부터 주민들은 배를 타고 하천을 건너 왕래했고, 물고기를 잡으며 생활했다고 한다. 그 덕에 한림면 화포천 일대에는 민물고기 판매터나 식당이 자리 잡으며 민물촌이 형성됐다.

화포천은 20여 년 전만 해도 오염이 심해 죽어가고 있었다. 인근에 공장들이 우후죽순 생기며 각종 오폐수를 배출했다. 물고기를 잡아도 먹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습지의 인공적 파괴도 이어졌다. 운동장이나 둑길 등 시설물이 설치돼 습지 규모가 줄어들었다. 사라진 습지로 인해 부작용도 발생했다. 홍수가 빈번해져 주민들이 물난리를 겪었다. 습지는 자연 저수지 역할을 하기 때문에 큰물이 닥칠 때 완충지대가 되지만 줄어든 습지는 그 역할을 다하기 어려웠다.

화포천 습지는 국내 최대 `하천형 습지`로 길이 8.4㎞, 면적 3.1㎢에 이른다. 지난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귀향 후 `화포천 생태 환경 복원`에 나서면서 행정ㆍ주민ㆍ시민ㆍ환경단체가 힘을 합쳐 `생명이 맥동하는 습지`로 바꿔놓았고, 활동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수달, 황새 등 멸종위기 동식물 24종 및 여러 생물종의 안식처가 됐다. 습지 주변에서는 농약을 쓰지 않는 생태 농업을 하며 동식물과 상생을 추구하고 있다. 2017년 정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가운데 김해시는 람사르습지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화포천 습지는 김해 지역관광 대표 브랜드로 등극했다. 매년 수십만 명이 화포천을 찾고 있다. 환경적 요소뿐만 아니라 경제적 요소로도 지역사회에 득을 주고 있는 것이다. 탐방로에서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한 바퀴를 천천히 걸으면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바쁜 일상 속에서 한숨 돌릴 수 있는 치유의 시간을 선물한다. 생태 박물관에서는 습지 생태계의 생물을 관찰, 교육,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모두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각인시켜 준다.

습지는 오염 물질을 거르며 자정 작용을 한다. 오염으로부터 피신한 생명체들의 서식처가 돼준다. 그렇기에 `자연의 콩팥`이라고 불린다. 또 지하수량을 조절하고 탄소 방출을 막아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기후 위기 시대 습지 보존 활동은 효과적인 대책법이다. 더 나아가 도시 하천에서 주민과 동식물이 공존할 수 있도록 친환경적 정비를 적극 펼칠 필요가 있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습지가 있는 것은 축복으로 여겨야 한다. 각종 개발 등 인간의 욕심 때문에 자연이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인간도 생태계의 일부분이다. 생태계가 숨쉴 수 있어야 인간도 숨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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