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주)봉주도가 <이봉섭 대표>
사업 부도 후 고통 세월 속 아내 통해 다시 일어나
재활용 사업으로 재기 발판 `바다재활용백화점` 운영
다양한 분야 공부 중 `전통주 강의` 듣고 다른 꿈 생겨
김해 특산품 `장군차`+`막걸리` 접목해 연구 박차
캠핑카 구매 후 가족과 여행다니고 방송 출연까지
"전 세계 인정하는 막걸리 만들고 발전시켜나갈 것"
전통주가 좋아 서울과 김해를 오가며, `막걸리` 연구에 매진하는 막걸리 박사가 김해 삼정동에 있다. 전통 막걸리의 역사적 문헌을 찾아가며 배워, 진짜 우리 술의 가치를 전하고자 하는 그 주인공은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봉주도가 이봉섭 대표다. "가야의 김수로왕은 허왕후에게 전통주를 대접했을 정도로 우리 전통주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합니다. 이토록 긴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전통주가 있는데, 어찌 연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껄껄 웃는 이봉섭 대표의 호탕한 웃음에서 그의 인생의 깊이가 느껴진다.
이 대표의 막걸리 연구실이 위치한 `봉주도가`에는 막걸리 창고와 즐비한 다도 다기, 그리고 그의 아내 이은주 작가의 민화 작품이 가득 채워져 있다. 우리네 선조의 맛과 멋이 한자리에 어우러진 이 대표의 연구실은 말 그대로 우리 문화의 축소판이라 할 만하다.
이봉섭 대표가 막걸리에 애정을 가진 것은 험난한 인생길에서 기인한다. 그는 젊은 날 지리산 산청에서 운수 사업을 크게 하며, 잘나가는 사장님으로 인생의 황금기를 보냈다. 한때 수 많은 모임을 이어갈 정도로 대인관계를 중시하던 그에게, 예기치 않은 불행이 들이닥쳤다. 사업이 내리막을 타며 부도가 난 것이다. 사업에 실패하니 그토록 정성을 다해 인맥을 쌓던 그의 옆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친구도 동료도 모임 원우도 모두 떠나자, 그는 혈혈단신 집을 나와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막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긴 했어도, 더는 이 대표에게 꿈도 의지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 대표의 떠돌이 생활은 어느덧 김해까지 발길이 닿았다. 여관방에서 생활하며, 하루하루 못 죽어서 살아가던 그에게 어느 날 아내의 전화 한 통이 날아 들어왔다. 그의 아내는 여관방에서 비참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남편을 보고는, 두 팔을 걷어붙였다. "기왕 망해 고생하는 거, 같이 고생해요! 가족은 함께 살아야 하는 거예요!" 아내는 친정에서 1000만 원을 빌려 김해에 작은 방을 얻고, 남루한 살림살이를 다시 시작했다.
이봉섭 대표는 그때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많은 것을 깨달았다 한다. 돈이 떨어지고 빚더미에 앉으니, 그 많던 사람이 다 떠났는데, 가족은 오히려 자신의 곁에 찾아왔다고 생각하니 용기를 안 낼 수가 없었다. 그는 그때부터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같은 일이라도 남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어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게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 보니, 리사이클링 사업에까지 손을 대게 되었다. 재활용 사업은 부지런하고 싹싹한 이 대표에게 천직이었다. 그는 어려움을 이겨내며 힘들어도 새로운 사업에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지금은 김해시 지정 재활용센터인 `바다재활용백화점`이라는 반듯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김해 활천 고개 도로변에 위치한 바다재활용백화점은 지리적 이점도 있거니와, 그의 탁월한 사업 수단으로 탄탄한 사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공부를 좋아하는 이봉섭 대표는 재활용 사업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공부를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우연히 듣게 된 `전통주 강의`는 이봉섭 대표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아직 아는 것은 없었지만, 너무나 편향적인 강사의 강의를 듣고, 그는 "우리 전통주는 우리 역사와 조상의 산 증거라 할 수 있는데 이토록 소홀히 공부하고 가르친단 말인가…. 나라도 제대로 공부를 하고, 진짜 전통주를 후세에 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또 다른 꿈이 생긴 것이다. 이때부터 이 대표는 전통주에 대한 강의와 문헌, 역사 탐방 등이 있는 곳은 어디라도 달려가려고 노력했다. 작은 힘이지만, 진짜를 전하는 `전통주 전도사`가 되자고 그는 결심했다.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갔다 하루 만에 내려오는 것은 다반사고, 전통주에 정통한 스승들을 찾아다니며 전통주를 배웠다. 그러던 그가 우리나라 전통주의 대가이자 한국전통주연구소 박록담 소장을 만나게 된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으리라. 박록담 소장은 그 제자가 무려 3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유명한 전통주의 대가다. 우리나라 전통주는 만드는 방법과 재료에 따라 그 종류가 2000여 가지에 달한다.
이 대표가 역사 서적 등을 통해 전통주에 관한 공부를 하다 보니, 아스파탐 등의 혼합물로 상업화로 치닫는 막걸리 사업에 대한 안타까움이 그를 더욱 목마르게 했다. 우리 것을 지키자는 이는 갈수록 없어지고 막걸리를 상업화해 돈 벌자는 이들은 많아지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이 대표는 이럴수록 더욱더 전통주 우리 막걸리에 대한 애정이 솟아났다. 그는 봉주도가 연구소를 차리고 작은 술 보관창고를 만들었다. 막걸리는 쌀, 맑은 물, 누룩의 조화로 만들어지는데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 김해지역의 장군차를 생각했다. 본디 녹차는 항염 등 몸에 좋은 효능이 있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여성에게는 피부 관리에 쓰여질 만큼 대중적으로 인정받는 차다.
김해 특산품인 장군차는 인도에서 들여온 녹차가 가야, 통일신라, 고려를 거쳐 내려왔다고 전해진다. 장군차 이름은 1281년 고려 충렬왕이 김해 금강사에 들러 절의 뜰에 있던 산다수(山茶樹)를 장군수(將軍樹)라고 명명한 데서 유래됐다. 차는 예부터 신물로 여겨져, 조상들이 즐겨 마셨는데, 예와 의를 즐기고 건강을 이롭게 하는 장군차는 지금도 전국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봉섭 대표는 이런 장군차를 막걸리와 결합시키고 싶었다. 그는 장군차를 이용한 누룩을 개발해 다양한 막걸리를 제조해 보며, 더 깨끗하고 뒷맛이 개운한 막걸리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의 막걸리 사랑은 온 가족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좋은 막걸리가 있는 곳은 기어코 찾아가 마셔보고, 맛과 뒤끝을 시험해 본다. 그럴수록 봉주도가의 막걸리는 더욱 영롱하고 깨끗한 맛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런 봉주도가 막걸리에 반한 많은 학생이 모여들어 지금은 그들에게 전통주를 가르치고 있다. 학생이 막걸리 제조에 열과 성을 다해 배우며 눈을 반짝거리는 것을 볼 때, 그는 보람을 느낀다. 꼭 자신이 전통주를 배우기 위해 서울까지 비행기를 타고 다니던 시절을 보는 기분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봉섭 대표는 사실 KBS2TV 생생정보통, MBC의 `생방송 오늘저녁` 신박한 네바퀴 여행 `내 열정을 그대에게! 오뚜기 부부의 차박 여행`편과 오늘의 MBN `풍류부부의 봄 먹방 여행기` 등을 통해 전국에 알려진 유명인이다. 사업실패 이후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은 이 대표는 지인에게 캠핑카 버스를 구매해 주말마다 온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녔다. 어린 시절부터 여행을 다녀서 그런지, 자녀도 여행을 즐긴다. 그의 아내는 김해에서 민화로 이름이 잘 알려진 이은주 작가다. 김해 갤러리 나무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가질 정도로 그림에 조예가 깊은 이 작가는 이봉섭 대표의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돕는 내조의 여왕이다. 이 대표와 아내는 직접 담은 맑은 전통주를 함께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큰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하루에 1, 2개의 모임에 참석할 정도로 바깥 활동에 열성이었습니다. 부도 이후 가족과의 시간에 집중하고 살았는데, 이제는 인간관계를 확장해 보려고 `경남매일 CEO아카데미 6기`에 신청서를 냈습니다. 아내는 언제나 좋은 인간관계라면 대환영이라고 나를 지지합니다. 그런 아내에게 늘 고맙고, 그동한 고생시켜 미안합니다." 카리스마 있는 이 대표의 얼굴이 살며시 붉어지며, 아내 자랑을 내놓는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가 인간 `이봉섭`이라는 사람을 버리고 떠나간 후, 그의 옆을 묵묵히 지키며 고생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을 희생한 아내가 너무나 고맙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아내는 요즘 더욱 즐겁다. "전통 막걸리에 대한 꿈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느낌이 듭니다. 그것이 단순히 좋은 술의 차원만을 말하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김해의 역사적 가치와 문화유산으로서의 막걸리를 가슴에 품고 있기에, 더욱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는 투명하게 맑은 막걸리를 기자에게 내밀며, 시음을 권한다. 부드럽고 달콤하며 감칠맛 나는 막걸리는 그가 자식처럼 키워낸 세월의 열매다.
"장군차를 이용한 누룩 개발로 김해만의 전통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봉주도가 막걸리는 김해나 경남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 더 나아가 전 세계인이 인정하는 막걸리가 되도록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이것은 내 꿈이자 가야가 품은 꿈입니다." 이봉섭 대표의 `봉주도가` 전통 막걸리가, 전 세계에 인정받고 수출될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