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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 베른과 잠수함
쥘 베른과 잠수함
  • 경남매일
  • 승인 2023.07.19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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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쥘 베른(Jules Verne, 1828~1905)은 프랑스의 SF와 모험 소설의 개척자로 후대 과학 소설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유네스코가 세계 번역 현황을 보기 위해 만든 도구인 `번역 인덱스`(Index Translationum)에 따르면, 쥘 베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개인 작가 2위(4751개)에 올랐다. 참고로 1위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7236개, 3위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296개다.

그가 과거 1869년 발표한 SF소설 `해저 2만리`는 우리나라 최초로 소개된 SF소설이다. 1907년 재일 유학생 박용희가 해저 2만리를 `해저여행기담`이란 제목으로 번안하여 학술지 태극학보(太極學報)에 연재한 적이 있다.

`해저 2만리`의 원제는 `해저2만리외`(Vingt mille lieues sous les mers)인데, 리외(lieue)는 프랑스의 거리 단위로, 1리외는 당시 4㎞였다. 따라서 `해저 8만㎞`나 `해저 20만리`라고 해야 정확한 번역이 된다. 이 소설에서는 당시 개념적으로만 알려졌던 잠수함이 등장한다. 게다가 그 잠수함의 동력은 바닷물에 풍부한 나트륨을 이용한 `나트륨 축전지`를 사용하는 전기 잠수함이고 함명은 `노틸러스`(Nautilus)였다.

세계대전 당시 잠수함은 지금의 핵무기 같은 비대칭 무기였다. 독일 나치는 베르사이유 조약을 어기고 잠수함, U보트를 건조한 후 연합군 수송전단을 격침했다. U보트는 두 번의 세계대전 기간 1158척을 건조하여, 연합군의 군함ㆍ상선 5150척(총t수 2157만 726t)을 격침시켰다.

지금은 원자력을 동력으로 하는 잠수함의 시대이다.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원잠)은 지난 1954년 미국에서 건조되었는데, 함번은 SSN-571이고 별칭은 노틸러스(Nautilus)였다.

원잠은 오랫동안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대부분의 원잠은 핵연료 교체 시기까지 무제한 잠항이 가능한데, 특히 2000년대 후반에 건조된 아스튜트급/뱅가드급의 PWR-1 원자로나 시울프급의 S6W 원자로는 30년이나 가동할 수 있다. 반면, 재래식 잠수함은 길어야 두 달 정도 작전이 가능하다. 원잠은 풍부한 전기로 해수에서 식수와 위생에 필요한 생활용수를, 바닷물을 전기분해 해서 산소를 마음껏 쓸 수 있다.

속도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원잠은 한 시간에 40km를 가지만 디젤 잠수함은 겨우 12㎞ 정도 갈 수 있다. 또, 잠수함이 적 함정에는 탐지되지 않으려면 바다 깊이 내려가야 한다. 깊은 수심에서는 수온이 감소하고 밀도는 높아져 음파가 아래로 굴절되므로 탐지가 어렵다. 주기적으로 해면까지 올라와야 하는 디젤 잠수함에는 어려운 일이다.

쥘 베른의 상상력은 최소한 100년 이상을 앞서갔다고 평가된다. 특히 과거 1863년에 집필한 `20세기의 파리`는 100년 후인 1963년의 파리의 모습을 그렸는데, 취업난을 겪는 인문학도 청년이 주인공이고, TV, 에어컨, 유리 고층 빌딩, 엘리베이터, 인터넷 그리고 국제금융시스템까지 나온다.

쥘 베른은 과학을 통한 인류의 진보를 믿으며 이렇게 말했다. "과학은 오류투성이지만, 그런 잘못은 종종 저지르는 게 좋아.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우리는 한 걸음씩 진리를 향해 나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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